'서울대 공대에서 교수로 성공하려면 번트를 치더라도 꾸준히 1루에 진출하는 타자가 되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서울대 공대가 최근 발간한 '2015 서울공대 백서'에서 자기반성을 쏟아냈다. 눈앞의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하는 연구 풍토로 인해 교수들이 힘든 연구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한국 기업이 처한 현실과 맥이 닿아있는 지적이어서 여러 시사점을 주고 있다.
12일 본지가 입수한 백서에선 '획기적인 연구 결과가 부족하다'는 점을 서울공대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백서는 그 이유의 하나로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 전략에 머무는 연구 자세'를 꼽았다. 성공 확률이 낮지만 가치가 큰 연구에 도전하기보다 외국 기술을 따라잡는 단기 성과형 연구에 머물렀다는 얘기다.
백서는 또 '서울 공대가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스티브 잡스처럼 창의성에 기반을 둔 창업을 통해 국가적 일자리를 늘리거나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는 등 대학 선도형 산학(産學)협력 모델을 구축하지 못하고 기업의 단기적인 용역 과제를 수행하는 데 머물렀다는 얘기다.
백서는 서울대 공대 교수진이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로 '연구의 질보다 양을 강조하는 교수 평가 시스템'을 들었다. 백서는 '교수들이 실패할 확률이 높은 연구에 집중하면 승진 탈락과 연구 고갈의 위험에 직면한다' '교수들이 자기 연구에만 빠져 다른 연구자와 소통하지 않는다'는 등의 문제도 지적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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