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공부 커뮤니티 재능 나눔과 기부활동 앞장 블로그 운영 후 성적도 올라 "공유할수록 지식 부유해져"
학교와 직장, 사회활동 등에서 누구나 참여 가능한'집단지성'의 힘이 강해지고 있다. 교육현장도 마찬가지다. 일방적인 가르침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풀이과정을 공유한다. "공부 방법을 공유할수록 지식이 부유해진다"고 입을 모은 공부 커뮤니티 운영자들을 만나봤다.
◇수학 문제 직접 만들어 모의고사 실행 '포만한 수학연구소'
"'포만한 수학연구소(cafe.naver. com/pnmath)'는 단순한 수학시험 대비 성격의 카페가 아니에요. 직접 문제를 만들어서 토론하기 때문에 수학적 직관과 논리적인 사고력까지 키울 수 있죠."
포만한 수학연구소는 지난 2011년 연세대 수학과 동기 이덕영(23·닉네임 포카칩)씨와 이해원(27·닉네임 난만한)씨가 함께 만들었다. 현재 카페 회원은 6만명. 한 달에 2000여 명씩 회원이 늘고 있다. 2013·2015년 네이버 대표 카페로 선정되기도 했다. 포만한 수학연구소는 수험생뿐만 아니라 대학생과 학부모 등이 자발적으로 집단지성의 공간을 만들어 간다. 이덕영씨는 "카페에서 도움을 받아 최상위권 대학과 의대에 진학한 친구들이 선배로서 생생한 조언을 해주며 협업을 이어 나간다"고 강조했다.
카페에서는 '수학문제 풀이'보다 '수학문제 창조'가 더 활발하다. 직접 수학 문제를 만들어서 배포하고, 풀이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린다. 일종의 재능기부를 하는 셈이다. "중학교 수학 시간에 선생님이 교과서에 나온 7문제를 공책에 베껴서 풀게 했어요. 하지만 저는 저만의 아이디어로 문제를 변형시켜 만들었죠." 결국 이덕영씨는 수험생 시절에 자신이 만든 수학 문제를 토대로 '포카칩 모의평가'와 '수학영역의 비밀' 문제집을 출간했다. 이해원씨도 대학교 1년을 휴학하고 2500페이지 분량의 '한권으로 완성하는 수학(총 5권)'과 '이해원 모의고사'를 써냈다. 이해원씨는 "수학을 공부할 때 교과서에 없는 내용을 무차별적으로 접근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그는 "수험생들이 공교육 교과과정과 학원에서 배우는 교과과정 외 범위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교과과정 내 수학 공식과 풀이법으로 정답 적중률을 높이고,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비법을 알려주는 곳이 바로 포만한 수학연구소"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1일, 2015학년도 수능을 앞두고 '포만한 오프라인 수학 모의평가'를 열었다. 수능과 똑같은 시험지 크기, OMR 카드 사용, 성적표 고지 등 최대한 수능과 똑같이 진행했다. 이덕영씨는 "세미나실을 대관해 고등학생 300여 명이 모의고사를 치렀다"며 "카페에 무료 해설강의를 올려 수능 시험 막판 정리의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고등학생에게 1000원의 모의고사료를 받고, 수익금의 2배를 한국 유니세프에 기부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이해원씨는 연세대 수학과에 재학생 최초로 1000만원의 발전기금을 전달했다. "수학을 좋아해서 수학자나 연구자 등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꾸준히 재능나눔과 기부활동을 벌일 생각이에요."
◇내신 5→2등급 올린 과정 모두 공개 '카르페디엠'
"제 공부 블로그는 일종의 '카피레프트(Copyleft, 지식 재산권을 모든 사람에게 무상으로 제공)'에요. 과목별 공부방법과 노트 필기법 등 모든 공부 과정을 공개했으니 직접 활용해보세요."
지난 2013년 박규민(창원경일여자고등학교 3·닉네임 뀨밍)양은 공부 블로그 '카르페디엠(blog.naver.com/ggum 1583)'을 만들었다. 평일에 공부한 내용을 주말에 한꺼번에 복습하는 차원에서 포스팅을 시작했다. 방문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공부방법 전 과정을 사진 찍어 올렸고, 심지어 색 볼펜이 뜻하는 의미까지 세세히 적었다. 박양은 "블로그 활동 자체가 취미생활이기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 없이 학업에 열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1학년 때 4~5등급이던 내신 성적을 공부 블로그 운영 후 2등급까지 끌어올렸다. 하루 평균 3000~4000여 명이 찾는 이 공간에서는 논술과 비교과 활동에 대비한 시사 토론도 열린다. 박양은 "최근 학생인권조례안에 관해 처벌 찬반을 논했다"며 "나의 독단적인 면을 무마시킬 수 있었고 견해가 폭넓어지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박양은 공부 블로그 활동을 하나의 '채찍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내가 공부 블로그 주인인데,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어불성설"이라며 "나의 성적변화 모습을 보여주며 방문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박양은 하루에도 수십개씩 쏟아지는 고민 댓글과 쪽지에 일일이 답장을 해준다. "지난해 국어 5등급인 학생의 고민상담을 들어줬어요. 수준에 맞는 인터넷 강의를 추천했죠. 얼마 전에 성적이 2~3등급으로 올랐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더라고요. 공부블로그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명쾌한 해답을 줄 수는 없지만, 사교육 없이도 성적이 오를 수 있다는 동기를 유발해주고 싶어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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