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아이들의 교실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차례로 소개했다. △혁신적 교육모델 '에듀케이션 3.0'을 도입한 카이스트 △학생이 수업을 이끄는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 △전 세계 누구나 수강할 수 있는 온라인 강좌 무크(MOOC) △공교육에 도입된 소프트웨어(이하 SW) 교육 현장 등을 짚어봤다. 과거처럼 입시 위주 교육을 받은 아이가 과연 미래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권길헌 카이스트 교육원장, 최미정 미래창조과학부 SW 교육혁신팀장, 정찬필 KBS PD에게서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에 대해 들어봤다.
◇암기는 기계 몫… 미래사회는 ‘지식 창조자’ 요구
펀드매니저, 약사, 비행기 조종사, 세무사…. 지금은 안정적 직업으로 손꼽히지만, 이들은 ‘앞으로 20년 내 사라질 직업군’ 명단의 상위권에 올라 있다. 블루칼라(blue collar·생산직에 종사하는 육체 노동자를 이르는 말) 직업군부터 없어질 것이라는 과거 예상을 깨고, 화이트칼라(white collar·샐러리맨이나 사무직 노동자를 이르는 말) 직업군도 사라진다는 예측에 전 세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앞다퉈 교육 시스템을 바꾸며 미래를 대비하는 중이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 즉 ‘창의력’과 ‘감성’을 길러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 두 가지는 앞으로 살아남을 직업군의 공통 키워드이기도 하다.
권길헌 카이스트 교육원장은 “지금의 강의식 교육 시스템은 19세기에 시작된 것으로 산업화 시대에나 적합한 모델”이라며 “점점 더 복잡해지는 현시대의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 양성에는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카이스트가 6년 전부터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형태의 새 교육모델 ‘에듀케이션 3.0’을 개발해 도입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권 원장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력, 종합적 문제해결력을 키우려면 기존 교수 중심의 암기식 교육에서 학생이 중심이 돼 맥락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지식 암기는 필요 없는 시대가 왔어요. 마우스만 클릭하면 모든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지금 시대에 기억은 기계의 몫이죠. 이제는 무엇을 얼마나 많이 기억하느냐가 아니라, 정보의 바다에 떠다니는 수많은 지식을 어떻게 조합·가공·응용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느냐가 중요한 ‘창의 시대’가 됐어요. 우리 아이들은 ‘지식 소비자’가 아니라 ‘지식 창조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국내에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을 소개한 정찬필 KBS PD 역시 “현 교육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는 ‘거꾸로 교실’ 같은 플립러닝 모델이 곧 우리나라 공교육에도 확산할 것으로 예상한다. ‘소통’ ‘협력’ 등 미래에 필요한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교육 모델이기 때문이다. 정 PD는 “전 세계 교육혁신 방향을 예측하는 NMC 호라이즌(Horizon) 보고서는 2014년과 2015년 연속으로 전 세계 교육계에 1년 내 찾아올 가장 큰 변화의 하나로 거꾸로 교실을 꼽았다”고 전했다. “공교육이 ‘협업을 통한 사회적 문제해결과 창의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지금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교육 혁신의 본질이에요. 제가 가장 놀란 부분은 국내 각 대학에서 그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았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성적 좋은 학생을 뽑아도 동료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대학이 먼저 깨달았지요. 그래서 계속해서 입시 제도를 개선한 것이고요. 만약 학부모들이 지금처럼 성적 중심의 교육에만 몰두한다면, 자녀에게 미래 사회를 살아갈 능력도 키워주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대입에서도 불리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미래는 ‘디지털 세상’… 적응력 키워야
미래창조과학부가 SW 교육을 공교육에 적용한 이유도 위와 같다. 흥미롭게도 SW 교육 필요성을 먼저 제기한 곳은 교육계가 아닌 ‘경제계’였다. 최미정 미래창조과학부 SW교육혁신팀장은 “이제 ‘(남을 모방하고 따라가는) 추격형 경제’는 한계에 다다랐다”며 “우리나라가 ‘선도형 경제’로 나아가려면, ‘사람’이 달라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SW 교육이 출발했다”고 밝혔다. “지금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같은 고민을 해요.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 생각을 독창적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정답 없는 창의적 육’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그 대안의 하나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게 바로 SW 교육입니다.” 보통 지방 교육청에서 교육을 이끄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이례적으로 중앙정부 주도 아래 SW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최 팀장은 SW 교육을 ‘입시 논리’로 접근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SW 교육은 앞으로 디지털 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을 위한 미래형 교육이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대학·직업보다 아이가 살아갈 미래 환경을 먼저 생각해야 해요. 지금 부모 세대는 누가 만들어낸 소프트웨어를 쓰기만 했지만, 미래에는 그렇지 않아요. 내 직업에서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고, 내 아이디어를 디지털 기술로 풀어낼 수 있어야 살아남는 시대가 곧 찾아오지요. SW 교육은 이런 디지털 사회를 보는 눈과 미래에 필요한 창의력, 감성, 소통·협업 능력 등을 모두 키워주는 교육입니다.”
조선일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