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 수상자 5명 중 3명이 일본과 중국 과학자였다. 일본의 경우 노벨상 과학 분야에서 21번째 수상자를 냈고, 중국도 첫 번째 수상자를 배출했다. 일본과 중국의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일류 코스를 밟은 이른바 엘리트 과학자들이 아니다. 투유유(85) 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는 박사 학위도 없고, 해외 유학 경력도 없으며 원사(院士·이공계 최고 권위자에게 주는 명예 호칭)도 아니다. 그래서 '3무(無)' 과학자로 불렸다. 그러나 그는 1600년 전 중국 의학서를 파고들어 190개의 약초 실험에서 실패한 끝에 191번째 '개똥쑥'에서 항(抗)말라리아 특효 성분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수상자인 오무라 사토시(80) 기타사토대학 명예교수는 지방대 출신이다. 고향 야마나시현(縣)의 대학을 나와 공고(工高)의 야간부 교사를 지내던 중 기름투성이로 주경야독하는 학생들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어 연구자의 길로 전환했다. 그가 40년간 재직한 기타사토대학은 '일본 세균학의 아버지'라는 기타사토 시바사부로(1853~1931)가 101년 전 사비(私費)로 세운 연구소가 모체(母體)다. 선대(先代) 과학자가 백년대계로 뿌려놓은 씨앗이 노벨상으로 돌아온 셈이다.
중국 투유유가 말라리아 치료제 연구에 참여한 것은 1969년 마오쩌둥 주석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중국은 1994년 파격적 보상을 내걸고 해외 고급 인재 100명을 데려온다는 '백인(百人)계획'을 세웠고, 그것이 '천인(千人)계획'을 거쳐 시진핑 주석 집권 후엔 '만인(萬人)계획'으로 발전했다. 중국이 국가적 집념으로 과학 발전에 매진하고 있다면 일본은 한 분야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과학자들의 장인(匠人) 정신으로 노벨상 수상을 거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있다.
한국은 작년에만도 18조원의 정부 예산을 연구개발(R&D)에 썼고, 정부·민간을 합친 총 연구개발 투자율은 세계 1위이다. 그에 비해 과학적 업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연구개발비가 새고 있다는 소문만 무성하다. 우리 근대과학의 역사가 짧은데 학자들의 집념과 정신마저 없다면 국가 자원을 아무리 퍼부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조선닷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