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8일 목요일

'소행성 충돌+화산 폭발', 공룡 멸종의 共犯이었다

UC버클리大 폴 렌 교수 밝혀

6600만년전 충돌후 화산활동 격렬해져 용암 분출량 수십~수백배로 늘어나
지구 대기오염으로 공룡들 사라진 것

인류가 등장하기 전 지구의 지배자는 공룡(恐龍)이었다. 땅과 바다, 하늘 등 지구 전역 어디에서나 이들의 흔적이 발견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공룡 화석을 통해 수백 종이 넘는 공룡의 습성이나 모습, 서식처, 먹이 등 다양한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6600만년 전 백악기 끝 무렵 모든 종류의 공룡이 갑자기 지구 상에서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이들은 왜 사라졌을까.

아무도 모르는 공룡 멸종의 원인

미국 UC버클리 폴 렌 교수는 2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6600만년 전 지구에 소행성 또는 혜성의 거대 충돌이 있었으며, 그 영향으로 화산활동이 급격히 활발해지면서 공룡이 멸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거대 충돌과 화산활동이 공룡 멸종의 공범이라는 것이다.
공룡의 대멸종은 소행성이나 혜성이 북미 유카탄 반도 인근에 충돌하면서 화산 폭발을 가속화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공룡의 대멸종은 소행성이나 혜성이 북미 유카탄 반도 인근에 충돌하면서 화산 폭발을 가속화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하노버 자연사박물관 제공
지금까지 학계에서 제기된 공룡 멸종 원인은 100가지가 넘는다. 빙하기 때문에 파충류의 일종인 공룡이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했다는 설, 지각 변화로 새어 나온 유해 물질이 비에 섞여 내리면서 지구가 오염됐다는 설, 막강한 포식자가 번성하면서 먹이사슬이 깨졌다는 설, 공기 중의 탄소 농도가 급증하면서 멸종했다는 설 등이 있다.

지난 수십년 간 가장 많은 학자의 지지를 받아 온 학설은 거대한 화산 폭발설이었다. 화산은 지구 전역에 퍼져 있다. 화산 폭발이 계속되면 용암이 흘러나오면서, 인근에는 아무도 살 수 없게 된다. 또 화산에서 나온 화산재는 공기를 오염시키는 한편, 하늘을 뒤덮어 태양빛을 가린다. 초식공룡은 화산재가 내려앉은 식물을 먹을 수 없었고, 초식공룡의 감소는 곧 육식공룡의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1991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인공위성을 이용, 북아메리카 유카탄 반도 인근 바닷속에서 지름 180㎞에 이르는 거대한 충돌 구덩이(크레이터)를 발견하면서 '소행성 또는 혜성 충돌설'이 급격히 힘을 얻었다. 6600만년 전 소행성이나 혜성이 충돌하면서 퍼진 충격파가 지구 기후를 바꿨고, 이 과정에서 공룡이 멸종했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쌓인 지층에는 이리듐·오스뮴 등의 성분이 유난히 많이 나타난다. 이 원소들은 소행성과 혜성에서 많이 발견되기 때문에 충돌설의 근거가 된다.

특히 유카탄 반도 지역은 당시 지각과 맨틀의 경계점으로 추정된다. 불안정한 부분인 만큼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미국 다트머스대 연구진은 지난 2013년 "충돌 흔적의 크기에 맞는 충돌 물체를 계산한 결과 소행성보다는 속도가 빠르고 작은 혜성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거대 충돌과 화산 분출은 공범

폴 렌 교수팀은 두 가지 가능성을 동시에 검증했다. 유카탄 반도의 충돌 흔적을 세밀하게 살피면서, 대형 화산이 있었던 인도 중서부 데칸 고원의 암석 700여 개를 수집해 연대를 측정하고 분석했다. 그 결과 유카탄 반도 충돌이 있기 17만3000년 전부터 이미 데칸 고원의 화산은 분출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데칸 고원의 화산 폭발은 유카탄 반도 충돌 무렵에 급격히 격렬해져 충돌 이후 50만년간 이어졌다. 유카탄 반도 충돌 이전의 화산 용암 분출량에 비해 충돌 이후에 수십~수백 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는 유카탄 반도 충돌이 화산활동을 가속화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렌 교수는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두 가지 이론을 분리해서 한쪽이 옳은 것으로 생각해왔다"면서 "하지만 두 가지 사건은 거의 동시에 이뤄져, 마치 2인용 자전거처럼 함께 지구의 환경을 오염시키고 공룡을 멸종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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