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30일 목요일

우주정거장에서 런던올림픽 열리면… 100m 9.58초 볼트 둥둥 떠 허우적대다 끝




런던 올림픽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림픽을 기다리는 것은 지구인들만이 아니다.

지구 상공 약 330km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우주인들도 올림픽을 기념해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달 14일 4개월 체류 예정으로 ISS로 떠난 우주인 3명은 출발 직전 기자회견에서 “런던 올림픽을 위해 특별한 우주 스포츠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10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겨울올림픽 기간 중 ISS에서는 미니 ‘우주 올림픽’이 열렸다. 일본 우주인 노구치 소이치 씨가 ‘종이 스키’를 발에 신고 스키 점프를 선보였다. 지금은 퇴역했지만 당시 ISS에 도킹해 있던 미국의 우주왕복선 인데버호의 조종사 테리 버츠 씨는 루지를 멋지게 재연했고, 여성 조종사인 캐스린 하이어 씨는 피겨스케이팅의 고난도 기술인 트리플 악셀(3바퀴 반 회전)을 쉽게 성공시켰다. 스티븐 로빈슨 씨는 공중에서 4바퀴 회전한 뒤 물속으로 뛰어드는 다이빙 자세를 연출하기도 했다.
 


숙련된 운동선수가 아닌 우주인들이 3∼4바퀴 공중회전을 거뜬히 소화한 것은 무중력 덕분이다. 우주는 지구 표면에서 느끼는 중력의 100만분의 1에 가까운 무중력 상태여서 무게를 거의 느낄 수 없다. 우주인들은 걷는 대신 날아다니고 마음만 먹으면 계속해서 회전할 수 있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융합기술연구실장의 도움을 받아 우주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면 경기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지 예상해 봤다.

○ 마라톤은 해볼 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도 우주 올림픽에서는 100m 신기록을 세우기 힘들다. 지상에서 걷거나 뛸 수 있는 이유는 지표면과의 마찰력 때문이다. 발이 땅을 밀면 땅이 몸을 미는 것이다. 마찰력이 없는 우주에서는 땅이 몸을 밀어주는 반작용이 없어 오히려 움직임이 느려진다. 마치 수영을 할 때처럼 몸이 우주 공간에 둥둥 떠서 날게 된다.

42.195km를 완주하는 마라톤은 우주에서 힘이 덜 드는 만큼 해볼 만하다. 물론 둥둥 떠오르는 몸을 끈으로 고정하고 트레드밀(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실제로 미국 여성 우주인 수니타 윌리엄스 씨는 2006년 휴스턴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3시간 29분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2007년 보스턴 마라톤 개최 당시 그가 ISS에 머물며 세운 마라톤 완주 기록은 4시간 24분이었다.

○ 축구 하키는 너무 어려워

공중 3회전 신기술을 보유해 금메달이 유력한 도마의 양학선 선수가 우주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경이적인 신기록을 세울 수 있다. 지상에서는 몸을 지표면으로 끌어당기는 중력 때문에 공중에 뜬 순간 바로 땅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양 선수가 공중에 머무는 시간은 약 1.4초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우주에서는 한번 움직이면 그 방향으로 계속 운동하려는 관성의 법칙이 나타나기 때문에 한번 공중회전을 시작하면 누가 옆에서 멈춰주기 전까지 계속 돈다. 공중 10회전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테니스, 축구나 하키 같은 구기는 우주 올림픽에서 최고난도 종목에 속한다. 공이 물속에서 움직이듯 느릿느릿 공중을 떠다니기 때문에 라켓이나 발에 공을 정확히 갖다 대는 것부터 쉽지 않다.

○ 100kg 넘는 역기도 둥둥

무거운 역기를 들어 올리는 역도는 우주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100kg이 넘는 무거운 역기도 공중에 둥둥 떠 있어 손가락 몇 개만으로도 들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ISS까지 역기를 나르기만 하면 신기록이 나오는 건 시간문제다.

태권도나 레슬링, 유도 같은 격투기는 우주 올림픽에서는 불가능하다. 서로 붙었다가 밀치기라도 하면 작용 반작용 법칙에 의해 서로 반대방향으로 멀리 튕겨 나가기 때문에 경기 진행이 아예 어렵기 때문이다.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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