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30일 목요일

"창의력, 가르친다고 늘지 않아 아이와 잘 놀아줄 때 샘솟죠"

전문가가 말하는 유아 창의력 계발법
부모와 소통·교류 창의력 발달에 영향
생활 속 흥미거리로 폭넓은 사고력 키워
엉뚱한 대답·표현도 칭찬하고 격려해야

"요즘은 '인지 교육'보다 '창의력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들 하잖아요. 특히 '창의력은 두세 살 때 가장 발달한다'는 얘길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도 올해 세 살 된 딸 민솔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대신 제가 최대한 많이 놀아주고 대화 나누려고 노력해요. 그러다 보니 '아이는 이런 부분에서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구나' 등을 새삼 알게 됐죠. 아이도 더 잘 이해하게 됐고요."(김혜영·36·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최근 창의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김혜영씨처럼 자녀가 유아기일 때부터 창의력 교육을 시키려는 부모가 크게 늘었다. 문제는 여전히 특정 교구나 교재에만 의존할 뿐, 창의력 교육에 대해 잘 아는 부모는 많지 않다는 것. 유아 창의력 교육의 중요성과 올바른 지도법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을 들었다.

◇전두엽 활성화되는 만 2~4세가 '적기'
 
창의력은 태아기에 두뇌가 성장하면서부터 발달하기 시작한다. 창의성이 본격적으로 표출되는 건 만 4세 전후. 이 시기에 창의력이 활짝 꽃피게 하려면 상상력의 싹이 트는 만 2세 때부터 창의력 성장의 발판을 다져줘야 한다. 출생 당시 무게가 350g에 불과한 인간의 뇌는 만 3세 때 성인의 70% 수준인 1000g까지 자란다. 그만큼 뇌세포가 급속도로 발달한다는 뜻. 조형숙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만 4세까지의 뇌 발달에서 주목할 점은 대뇌피질 중 문제 해결과 가치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이 시기 가장 활성화된다는 사실"이라며 "만 4세 유아의 90%가 창의적인 데 비해 만 17세 청소년은 10%, 30대 초반 성인은 불과 2%만 창의적이란 연구 결과만 봐도 유아기 창의력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아기 창의력 교육과 관련, 부모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최근엔 독서를 통한 언어 창의성 교육, 블록 등 특정 교구·교재를 이용한 논리(과학) 창의성 교육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방법도 창의성 계발에 일부 도움이 되지만 전문가들은 "유아기엔 전 분야를 통합한 놀이 중심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김지혜 숭의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유아 창의성 교육에서 최고의 교사는 다름 아닌 부모"라며 "일상생활에서 부모와 함께 신체·언어·표현·탐구·사회성 등 다양한 영역 활동을 놀이처럼 즐겁게 할 때 창의력이 크게 자란다"고 말했다.

최근 가정용 창의성 교육 프로그램 '창의나비'를 개발한 남윤정 한솔교육 출판콘텐츠사업본부장도 창의력 교육에서 부모 역할을 강조한다. 그는 "유아 창의력 교육의 핵심은 부모·교사·친구 등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있다"며 "그중에서도 엄마와 아이가 소통하고 교류하는 방법이 창의력 발달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창의력은 '가르친다'고 해서 늘지 않아요. 엄마가 아이와 잘 '놀아줄' 때 쑥쑥 자라죠. 사실 엄마들에겐 '놀이'도 큰 부담입니다.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엄마도 많죠. 창의나비를 개발할 때도 '아이가 엄마와 재밌게 놀다 보면 창의력이 절로 자라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 교재·교구·활동지 등을 만들었어요. 놀이 주제는 일상생활에서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 만한 것으로 고르는 게 좋습니다. '동물'에 대해 배운다고 하면 알·꼬리 같은 일부분에서 시작해 전체로 확장해가며 발산적 사고를 가르치는 식으로요."

◇자녀 대답 다그치는 행위는 오히려 '독'

부모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사소해 보이는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자녀의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다. 동물원에 갔을 땐 "만약 네 코가 코끼리 코처럼 쭉 늘어난다면 어떨까?" "기린 목이 짧아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같은 질문으로 상상의 날개를 맘껏 펴게 하는 게 좋다.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 바꿔 부르게 하기, 함께 요리하기, 엄마 화장품으로 그림 그리기 등도 추천할 만한 방법이다.

부모가 직접 유아기 자녀의 창의력 교육을 맡을 땐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아이의 대답이나 표현이 좀 더디다는 이유로 부모 생각을 먼저 말해버리거나 다그치면 오히려 창의력 계발에 방해가 됩니다. 아이가 충분히 상상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세요. 또 하나, 아주 작은 것이라도 적극적으로 격려하고 칭찬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가 엉뚱한 대답을 내놓더라도 크게 웃어주면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 표현은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는데 정말 독특하구나' 하고 격려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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