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30일 목요일

자녀 수학 교육, 골머리 앓고 계시나요?


국제수학교육대회서 '국가대표급 활약' 펼친 교사 2인의 조언
수학은 재능 아니고 '근면·성실'이 기본
매일 문제 풀이… 이해보다 습관이 중요
일상 속 수학·감수성 측면에서 접근을

83, 3616, 4, 그리고 1568. 지난 9일부터 1주일간 서울 코엑스(강남구 삼성1동)에서 열린 '국제수학교육대회(ICME·International Congress on Mathematical Education)'를 설명하는 숫자들이다. 전 세계 83개국 3616명의 수학교육자가 참가한 이번 대회에선 길라 레더 호주 라트로브대학 교수 등 우수 수학교육자 4명이 주요 메달을 수상했다. 기간 중 발표된 총 논문 수는 1568편이었다. '수학계의 올림픽'이란 별칭에 걸맞은 이번 행사에선 '국가대표급 활약'을 펼친 한국 교사도 눈에 띄었다. 지난 11일 제자들과 함께 수업 시연에 나선 김성여(47) 서울 대곡초등 교사, 서우정(34) 서울 선사고 교사가 그 주인공.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이들을 만나 '자녀 수학 교육에 골머리를 앓는 학부모를 위한 조언'을 구했다.
김성여·서우정 교사(왼쪽부터)가 각각 ICME 당시 시연했던‘곱셈의 묶어 세기와 뛰어 세기(초등 2년 과정)’‘순열(고등 2년 과정)’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STEP1ㅣ수학은 ‘습관’… 머리보다 손이 먼저다
김 교사는 매일 아침 반 학생에게 평균 20개의 수학 문제를 풀게 한다. 그가 취재 당일 나눠준 문제지엔 단순 계산형 문제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최근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 스팀(STEAM)형 교육 등으로 떠오른 ‘스토리텔링·실생활형’ 문제와는 거리가 먼 유형이다. “초등 저학년 수학에선 이해보다 습관이 중요하다”는 그의 소신에 따른 교육 방식이다. “수학을 좋아하려면 당연히 수학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합니다. 수학은 숫자·등식·부호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결코 좋아하기 힘든 과목이에요. 실제로 매일 문제 풀이 시간을 가진 이후 우리 반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이전 시험 대비 평균 5점가량씩 오르고 있어요. 전 아이들에게 항상 말합니다. 수학은 ‘재능’이 아니라 ‘근면’과 ‘성실’이 기본이 되는 과목이라고요.”

다만 중등 교육 이상 단계로 가면 ‘습관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서 교사는 “이 단계에서 중요한 건 학부모의 ‘지식’이 아닌 ‘태도’”라고 조언했다. “사실 중등 과정 이후로 엄마가 직접 가르칠 수 있는 건 별로 없어요. 다행인 건 모든 학습자가 공부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스스로 ‘해볼 만하다’고 느낄 때에 한해서이긴 하지만요. 학생들에게 ‘수학이 왜 어렵냐’고 물으면 대개는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와요. 하지만 대화를 좀 더 진행해보면 모르는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한 윤곽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이럴 때 부모가 자녀에게 ‘넌 네 생각보다 훨씬 아는 게 많다’는 사실만 일깨워줘도 자녀는 용기를 갖고 노력하게 돼 있어요.”

STEP2ㅣ수학은 ‘경험’… 엄마는 중요한 조력자

서 교사는 “모든 공부에 대한 욕구는 경험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어렸을 적 구구단을 어머니에게 배웠어요. 문제의 답이 한자릿수를 넘어가면 전 조용히 양말을 벗었답니다. 손으로만 계산하긴 역부족이다 보니 발까지 동원하려 했던 거죠.(웃음) 정답을 찾으려고 손짓 발짓 다 하다 보면 ‘좀 더 간단하게 문제를 푸는 방법은 없을까?’ 절로 생각하게 됩니다.”

김 교사는 ‘경험 제공자’로서의 엄마 역할을 강조했다. “올해 2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우리 반 아이 중 몇몇은 시간 읽는 법을 아직 몰라요. 시계만 해도 다양한 수학 이론을 익힐 수 있는 좋은 소재죠. ‘수학 가르치는 게 어렵다’는 엄마 중 상당수는 구체적 방법론에 서툴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교사의 얘길 듣고 있던 서 교사는 ‘일상 속 수학 상식’을 가르칠 수 있는 학부모용 추천 도서로 ‘자연, 예술, 과학의 수학적 원형’(마이클 슈나이더 글, 경문사)을 추천했다.

STEP3ㅣ수학은 ‘호감’… 감탄에서부터 시작하길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6일 “100개국 548명이 참가한 올해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한국이 사상 최초로 종합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서 교사는 “수학 ‘잘하는’ 아이는 많지만 수학 ‘좋아하는’ 아이는 드문 게 현실 아니냐”며 “사교육 업체 쪽에서 올림피아드 관련 과열 양상이 나타나진 않을지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 교사는 “수학 즐기는 학생이 많아지려면 수학 공부를 ‘단순 지식’이 아닌 ‘감수성’ 측면에서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울창한 숲을 보며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아이와 ‘저 나무를 베어 값비싼 뭔가를 만들겠다’고 생각하는 아이, 자녀가 어떤 생각을 하길 바라시나요? 전자를 택했다면 자녀가 수학을 ‘대학 진학 도구’가 아닌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도구’로 여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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