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30일 목요일

"새 입자가 힉스든 아니든 물리학계 큰 변화"


Q & A 로 풀어본 '신의 입자'
힉스로 완성되는 표준모형
물질 4~5%만 설명 불구
우주 기원 이해에 도움 될 것


  이달 4일 신의 입자 '힉스'로 추정되는 새로운 입자를 발견했다고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발표하자 전 세계 물리학계가 들썩였다. 질량을 가리키는"125~126GeV(기가전자볼트) 영역대에서 힉스가 존재할 가능성이 99.99994%"란 내용이었다. 이는 300만번 실험할 때 한 번 오류가 발생할 확률. 과학적 발견으로 인정하는 신뢰수준(99.9999%)을 넘어선 수치다.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에 '힉스 입자'가 오르는 등 일반 대중의 관심도 뜨거웠다. 한국팀 연구책임자로 이번 연구에 참여한 박인규(사진)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에게 힉스에 관한 궁금증과 전망을 들어봤다.

-힉스는 소립자에 질량을 부여한다고 해 '신의 입자'라고 불린다. 자신의 질량을 소립자에게 나눠준다는 말인가.

"질량을 부여한다는 말을 힉스 입자가 자신의 질량을 나눠 준다고 오해하기 쉽다. 힉스 추정 입자의 질량은 125GeV인데, 이 말대로라면 힉스에게서 질량을 건네 받은 소립자는 모두 125GeV보다 가벼워야 한다. 하지만 소립자 중 하나인 톱쿼크의 질량은 175GeV라서 설명할 수 없다. 전자, 중성미자, 쿼크 등 물질을 이루는 소립자의 질량은 힉스가 나눠주는 게 아니라 힉스와 상호작용을 통해 갖게 된다. 힉스와 상호작용을 많이 할수록 질량은 커진다."

-힉스의 질량을 왜 에너지 단위인 기가전자볼트(GeV)로 표시하나

"조금 복잡한데, 아인슈타인이 세운 가장 유명한 공식이 있다. 'E=mc²'이다. E(에너지)는 m(질량)에 c(속도)의 제곱을 곱한 값과 같다고 설명한다. 공식을 속도의 제곱(c²)으로 나누면 m=E/c²이 된다. 에너지 단위가 GeV니까 질량 단위는 GeV/c²가 되고, 힉스의 속도(c)인 광속은 기본값인 1로 놓기 때문에 힉스의 질량을 GeV로 표시한다."

-힉스 발견으로 완성된다는 표준모형은 어떤 이론인가

"표준모형은 우주가 17개 입자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한다. 그 중 쿼크(quark)와 경입자(lepton)로 불리는 입자 12개가 모든 물질을 구성하고, 또 다른 4개 입자(광자, 글루온, W보손, Z보손)는 쿼크와 경입자가 서로 붙어 있게 한다. 예를 들어 쿼크가 여러 개 모여 양성자를 만들 때 쿼크가 떨어지지 않도록 힘을 매개하는 입자가 글루온이고, 이들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게 힉스다."

-표준모형은 모든 우주 현상을 설명하는 완벽한 이론인가

"그렇지 않다. 표준모형은 자연계에 있는 4가지 힘(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중 중력을 설명하지 못한다. 현재 중력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은 아인슈타인이 세운 일반상대성이론이다. 또한 표준모형으로 설명하는, '물질'이라고 부르는 것은 우주의 4~5%에 그친다. 나머지 95%를 구성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표준모형은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도 표준모형은 인류가 우주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표준모형을 포함하면서 중력까지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은 없나

"그런 이론을 '발가락(TOE) 이론'이라고 한다.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이란 말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중력과 표준모형을 합친 '꿈의 방정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믿음만 있을 뿐 어떤 이론일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다."

-새로 발견한 입자가 힉스가 아니라면

"표준모형이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을 풀기 위해 나온 대표적인 이론이 초대칭 이론이다. 이 이론은 양극과 음극이 있듯, 표준모형에 있는 17개 소립자에 대칭되는 또 다른 입자들이 있다고 설명한다. 만약 새로 발견한 입자가 힉스가 아니라면 표준모형은 전폭 수정돼야 하고, 그를 대신할 새로운 이론으로 초대칭 이론 같은 '대안 이론'이 힘을 받을 거다. 새로운 입자가 힉스든, 힉스가 아니든 물리학계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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