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31일 금요일

힉스 발견하기까지

힉스 입자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물리학계의 노력은 1964년 피터 힉스(사진)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가 그 존재를 예견하면서 시작됐다.

1960년대 확립된 ‘표준 모형’의 마지막 퍼즐인 17번째 입자를 찾기까지 물리학계가 걸어온 길은 녹록지 않았다. 힉스의 존재를 증명하려면 137억년 전 우주대폭발(빅뱅) 직후를 재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원형 파이프처럼 생긴 거대한 입자 충돌기를 이용해야 한다. 충돌기의 한 지점에서 양 방향으로 광속에 가깝게 양자를 쏘면 엄청난 에너지로 충돌하는데 이때 튕겨져 나오는 입자를 분석해 힉스 여부를 가리게 된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1992년부터 16년 동안 50억달러(약 5조7000억원)를 들여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에 지름 8㎞, 길이 27㎞에 이르는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건설했다. 이 과정에서 어려운 힉스 개념이 과학자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당시 영국 정부는 LHC 부담금을 내야 한다는 과학자의 제안서를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힉스를 가장 쉽게 설명하는 과학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하겠다는 대회까지 여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LHC가 건설된 이후 과학자들은 LHC에서 양성자 다발을 반대 방향에서 쏘아 부딪치게 하는 실험을 반복했다. 이는 마치 야구장 양쪽 끝에서 공을 던져 한가운데서 맞부딪치게 하는 것에 비유될 정도로 가능성이 낮은 실험이다. 현재 LHC에서는 1초에 4000만번의 양성자 다발 충돌이 발생하며 이중 10억번 정도가 양성자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검출기에 기록될 정도로 강한 충돌은 100∼150번에 불과하다.

당초 물리학계는 이런 반복 실험을 통해 올 연말 새 입자 발견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 4월 LHC의 출력이 대폭 높아지면서 충돌수가 늘어났고 데이터도 기대 이상으로 많이 축적되면서 예상보다 6개월가량 빠르게 ‘신의 입자’ 힉스로 추정되는 입자 발견을 발표하게 됐다. ‘신의 입자’라는 별칭은 198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리언 레이더먼이 1993년 발표한 책의 제목에서 비롯됐다.

현재 LHC에서 힉스를 추적하는 과학자는 41개국 3275명으로, 연말 힉스 관련 논문은 홍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16개 입자를 발견한 과학자 대부분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세계적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이번 발표에 대해 “중요한 결과”라며 “피터 힉스가 노벨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킹 박사는 또 “이 입자의 상호작용과 쇠퇴가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라면 이는 지금까지 우리가 한 모든 실험을 설명하는 이론인 소립자 물리학의 표준 모형에 대한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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