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30일 목요일

특목고·자사고·자율고·일반고… 헷갈리는 '고교 유형' 파헤쳐보자


#1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장유희(40·서울 송파구)씨는 얼마 전부터 아이 고교 진학 문제로 고민이 깊어졌다. 이제까진 ‘외국어고나 과학고에 보낼 게 아니라면 집 근처 학교 중 대학 진학 성과가 좋은 곳을 고르면 된다’고 여겼다. 하지만 최근 선배 엄마들과 얘기하면서 고교 선택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그는 “관심 갖고 알아보니 고교 유형이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2 일반계 고교(이하 ‘일반고’)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형인(41·서울 동작구)씨 역시 “아이가 중학생일 때만 해도 고교 종류를 특수목적고(이하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전문계고 등으로 뭉뚱그려 알고 있었다”며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일반고 중에서도 아이에게 더 잘 맞는 학교에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싶어 약간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한국과학영재학교 입학 원서 접수를 시작으로 2013학년도 고교 입시의 막이 올랐다. 하지만 중 3 학부모의 상당수는 아직 고교 입시에 별 관심이 없다. 특히 장씨처럼 자녀를 일반고에 보내기로 마음먹은 학부모는 더더욱 그렇다. 일반고 지원자는 고교 입시에 무관심해도 되는 걸까. 2012년 6월 현재 우리나라 고교 유형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학교도 저마다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다. 학생·학부모가 잘 모르고 있거나 헷갈리기 쉬운 고교 유형을 정리했다.


(왼쪽부터) 과학 중점학교인 서울 신도림고와 서울고, 자율학교인 공주 한일고 학생들의 모습./조선일보 자료사진
◇전·후기 구분해 입학 전형과 시기 따질 것
우리나라 고교 입시는 크게 전기와 후기로 나뉜다. 전기 고교엔 특목고·자사고·특성화고 등이, 후기 고교엔 자율형공립고와 일반고가 각각 포함된다. 특목고 하면 대다수가 외국어고와 과학고를 떠올리지만 국제고·예술고·체육고·산업수요맞춤형고(이하 ‘마이스터고’)도 모두 특목고로 분류된다. 단, 중점학교(과학·예술·체육)는 후기 고교에 속한다.

전기 고교 지망 학생은 전형 일정과 지역에 관계없이 1개교에만 지원할 수 있으며 합격자는 후기 고교에 지원할 수 없다. 다만 마이스터고에 불합격한 경우 특성화고에, 특성화고 특별전형에 불합격한 경우 특성화고 일반전형에 각각 다시 지원할 수 있다.
올해 고교 입시가 전년도와 달라진 점은 예술·체육 중점학교와 한광고·한국삼육고 등 ‘학교장 선발 후기 고교’ 모집이 전기 고교와 후기 고교 전형 사이에 이뤄진다는 것. 후기 고교 중 예술·체육 중점학교의 중점과정 학급은 일반고에 앞서 학생을 선발하며, 자율형공립고와 과학 중점학교의 중점과정학급은 일반고에 앞서 학생을 배정한다. 즉 후기 고교는 지원 여부에 따라 ‘자율형공립고-과학중점학교-일반고’ 순으로 추첨, 배정된다.

◇학부모 제일 헷갈리게 하는 유형은 ‘자율고’

특목고와 특성화고 관련 내용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특목고와 특성화고는 일반고(필수 이수 116단위)보다 필수 이수 단위가 적은 대신(72단위) 학교별 전문교과를 80단위 이상 이수하도록 한 고교를 말한다. 외국어고는 영어·스페인어·중국어 등 전공 언어별 전문교과를, 국제고는 국제법·국제외교·국제문제 등의 전문교과를 각각 배우는 식이다.

학생과 학부모를 가장 헷갈리게 하는 고교는 ‘자율형고등학교’다. 자율고는 크게 자율형사립고와 자율형공립고로 구분된다. 자율형사립고는 전기 고교에, 자율형공립고는 후기 고교에 각각 속한다.

자율형사립고는 필수이수단위(최소 58단위)를 제외한 나머지 교과군별 이수 단위를 지킬 필요 없이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개정된 초중등 교육법에 따라 민족사관고 등의 자립형사립고도 자율형사립고로 편제됐다. 단, 기존 자립형사립고는 학생 선발권을 갖고 전국에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다. 나머지 자율형사립고는 거주 지역 내에서만 지원 가능하고, 지원자(평준화지역은 내신 상위 50% 이내 지원 가능) 중 추첨으로 선발한다.

자율형공립고는 일반 공립고 중 교과군별 이수 단위를 학교 자율에 따라 50% 증감할 수 있어 일반고보다 교과 편성이 자유로운 학교다(필수 이수단위는 72단위). 서울 구현고 등 전국에 58개교가 운영 중이다. 거주지 내 학교만 지원 가능하며, 평준화 지역은 후기 고교 전형 기간에 ‘선(先)지원 후(後)추첨’ 방식으로, 비평준화 지역은 학교 자율로 각각 신입생을 선발한다(단, 필기고사는 금지).

◇일반고 중에선 중점학교 인기 ‘급상승 중’

‘(농어촌)자율학교’는 자율고와 달리 교장 임용과 교육 과정, 학생 선발 등에서 자율성을 갖도록 지정된 학교다. 특히 경기 양평고, 충남 공주한일고·공주대부속고·부여고, 충북 보은고, 경남 거창고·거창대성고·남해해성고, 경북 안동풍산고·영양여고, 전북 익산고 등 전국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고교의 경우, 대도시 학생들의 지원이 줄을 이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공·사립 구분 없이 정부 지원을 받아 일반고와 동일한 학비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일반고 중에선 ‘중점학교’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과학·예술·체육 중점학교(학급)는 일반고에서 해당 분야 인재 육성을 위해 특정 교육과정을 강화한 학교를 말한다.

과학중점학교는 고교 3년간 총 교과 이수 단위의 45% 이상을 과학·수학 교과에 할당, 이공계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에게 인기가 높다. 과학 중점과정을 선택한 학생은 일반고와 달리 과학 8개 과목 외에 고급 수학·과학, 물리·화학 실험 같은 과학융합 전문교과 3개 과목을 추가로 이수한다. 서울 반포고를 비롯, 전국에 100개교가 운영 중이다.
예술체육 중점학교는 음악·미술·공연영상·체육 등 4개 특화 분야 중 하나를 선택해 심화 교과를 운영하는 일반고다. 예체능반은 학년당 최대 두 학급, 학급당 30명 안팎으로 구성된다. 서울 송곡여고(미술) 등 전국 13개교가 지정돼 있으며, 총 교과 이수단위의 최대 55%를 중점과정으로 이수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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