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학 영재들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달 6∼18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제53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International Mathematical Olympiad)에서 한국 대표로 출전한 학생 6명이 종합점수 209점을 받아 역대 최초로 종합 1위의 성적을 거둔 것. 한국대표팀은 1988년 제29회 호주 시드니 대회부터 25차례나 참가했으나 종합성적 1위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인공은 서울과학고 1학년 김동률(15), 2학년 박성진(16), 3학년 김동효(17), 박태환(17), 장재원 군(16)과 세종과학고 2학년 문한울 군(16)이다.》

박성진 군은 들뜬 목소리로 우승 소감을 전했다.
“종합 1위까지는 기대하지 못 했어요. 전통적으로 수학에 강했던 중국, 미국 같은 나라가 항상 1위를 해왔거든요. 각자 최선을 다하자고 서로 격려했는데….”(박 군)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는 대수, 기하, 정수론, 조합 같은 고난도 수학문제가 출제되는데, 하루 4시간 30분에 3문제씩 이틀간 6문제를 푼다.
이번에 출제된 문제 중 난도가 가장 높은 3번 문제를 요약하면 이렇다.
‘A와 B가 거짓말쟁이 추측 게임을 한다. 두 양의 정수 k와 n에 의해 게임의 룰이 결정된다. 선수들은 이 숫자들을 미리 알고 있다. …B는 각 질문마다 양의 정수로 이루어진 집합 S를 지정해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한 후… n이 2의 k제곱보다 크거나 같으면 B의 필승 전략이 존재함을 보여라.’
학생들이 이처럼 어려운 수학문제에까지 관심을 갖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서울과학고 3학년 장재원, 3학년 김동효, 2학년 박성진 군에게 물었다.
○ 초등학교 때 수학의 재미 깨달아
세 학생이 공통으로 주장하는 것은 ‘수학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지는 수학공식. 도대체 이들은 어떻게 수학에서 재미를 찾았을까?
처음부터 수학이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다. 김동효 군은 “수학 교과서에는 계산하는 문제만 나와서 쓸데없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군이 재미있게 수학을 접하게 된 계기는 ‘수학 비타민’이라는 책을 초등학교 4학년 때 읽고 난 후였다.
“수학을 알면 알수록 실생활과 많이 연관돼 있어서 실용적이고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두 학생도 김 군과 마찬가지로 수학공부를 재미있게 하는 방법으로 수학을 실생활과 관련지어 푸는 것을 꼽았다.
이번 대회가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두 번째 참가였던 장 군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장 군의 아버지는 가끔 장 군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오리(x)와 토끼(y)가 있어. 둘이 합쳐서 20마리인데 다리를 세어보니 72개였어. 오리는 모두 몇 마리일까?”
이 문제는 중학교 2학년 수학 교육과정에 나오는 연립방정식의 개념을 포함하는 문제이다. 2x + 4y = 72, x+y=20 수식을 이용하면 풀 수 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장 군은 아버지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총 마리 수와 다리 수를 통해 동물이 각각 몇 마리인지 추론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때부터 조금씩 수학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박 군도 처음 수학에 흥미를 갖게 된 시기로 ‘초등학교 때’를 꼽았다. 당시 다니던 수학학원의 선생님은 단순계산이 아닌 논리적 사고를 해야 하는 문제들을 풀도록 했다.
“세 사람이 앞을 바라보고 한 줄로 의자에 앉아있어. 이들에게 모자 다섯 개(검은 모자 2개, 흰 모자 3개) 중 골라서 하나씩 씌웠어. 맨 뒤에 앉은 사람과 가운데 앉은 사람은 모자 색을 모르겠다고 했지만 맨 앞사람은 자기 모자가 무슨 색인지 알겠다고 대답했거든. 과연 맨 앞사람의 모자는 무슨 색일까?”
수학은 논리력과 추리력을 길러주는 기본 학문이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각 사람이 모자를 썼을 때 상황을 각각 가정해서 답을 유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논리력, 추리력이 자연스럽게 길러졌던 것.
수학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수학자가 꿈이었던 김 군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위대한 수학자들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풀기 위해 350여 년간 노력했던 과정을 읽으면서 나라고 해서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죠.” (김 군)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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