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6일 수요일

하버드대 학생 4인에게 입학 비법 물으니…

“공부는 즐기고, 공부 말고도 좋아하는 일을 하라”
하루에 세 시간 자고 하버드대에 갔단다. 하버드대에 입학하고 보니 일주일에 서너 시간밖에 못 자는 날도 있었단다.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기에?
그런 질문들이 먼저 떠오르지만 거기에는 깜짝 놀랄 반전이 숨어 있다.
네 명의 하버드대생이 말하는 공부의 의미.
No.1 하버드대에 간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했을까?
스캇, 제니, 브라이언, 릴리는 KBS ‘공부하는 인간’ 촬영 차 중국과 한국, 이스라엘, 인도 등을 여행했다. 사진은 중국 장원 마을 학교 교실에서 찍은 것. 주말에도 쉬지 않고 하루 12시간씩 공부하는 중국 학생들에게 놀랐다고 한다.
뭔가 모를 에너지가 넘쳐나고 의욕으로 충만되며 역동성이 느껴지는 기분이랄까. 생체의학을 전공한 한국계 미국인 스캇 임(24)과, 환경과학과 공공정책을 전공한 한국계 유대인 릴리 마골린(26), 통계학과 드라마 예술을 전공한 중동계 미국인 브라이언 카우더(23), 뇌과학 전공의 유럽계 미국인 제니 마틴(23). 이 네 명의 하버드대생이 남긴 강한 여운이었다. 2년 전 졸업해 구글에서 근무하고 있는 릴리를 제외하고 하버드대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야 할 이들이 머나먼 한국 땅에 온 이유는 3월 초에 방송 에정인 4부작 다큐멘터리 KBS 60주년 창사특집‘공부하는 인간’ 때문이다. 이들은 직접 하버드대로 찾아간 제작진과의 1대 1 면접을 통해 ‘공부하는 인간’의 MC로 선발됐다. 이미 지난 1년간 중국의 장원 마을, 이스라엘의 예시바, 한국의 대치동 등을 돌며 ‘공부’에 대한 의미와 문화적 차이를 체험하고 비교해보는 내용의 촬영을 마쳤다. 각기 다른 문화를 가진 가정 환경에서 자라, 똑같이 하버드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세계 교육 현장을 어떻게 바라봤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궁금한, 그러나 극히 촌스러운 질문부터 건넸다. “하버드대에 어떻게 들어가셨어요?” 돌아온 대답은 간단하지가 않았다. 네 명이 제각각의 사연을 풀어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학업 성적이 좋아야 한다는 진리는 변하지 않았다. 브라이언과 스캇, 릴리는 고등학생 때 교내 1등을 놓친 적이 없었단다. 그렇다고 전교 1등은 무조건 하버드대에 갈 수 있다는 논리나, 1등이 아니면 하버드대에 절대 갈 수 없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교내 5% 이내 성적을 유지하던 제니의 경우도 있으니까 말이다. “미국 내에,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학교에서 1등으로 졸업한 학생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하버드대에서 그런 학생들을 전부 수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결국 기본적인 학업 성적 외에 다른 분야를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방과 후 활동을 비롯해 성장 과정도 중점적으로 보는 거겠죠. 저는 고등학교 시절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그때 기숙사 조장으로 활동했던 내용과 함께 독특한 가정 환경도 합격하는 데 한몫한 것 같아요.” (릴리) 릴리는 태어나자마자 미국의 유대계 가정에 입양된 자신의 이력이 하버드대에 입학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이런 남들과는 조금 다른 환경에서도, 자신이 뜻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애쓴 노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브라이언은 연기자로 활동했던 이력을, 제니는 학교 배구 선수로 활약한 것을, 스캇의 경우는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열심히 공부한 사연을 하버드대에 제출하는 에세이에 중점적으로 썼다고 했다. 그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꿈에 대한 명확한 동기와 그 꿈을 향한 강렬한 열정,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증명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제니에게는 자폐증 환자인 오빠가 있는데 그것이 ‘뇌과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확실한 동기가 된 이야기와 하루도 빠짐없이 다섯 시간씩 배구 연습을 하면서도 상위 5%의 성적을 유지했다는 스토리가 입학에 도움이 됐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스캇의 에세이에는 고등학교 4년간 학생회장을 하면서 자신보다 어려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1백만 달러의 기금을 모은 사실과 이후 기금 모금이 연례행사처럼 지속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포함돼 있었다. 브라이언 또한 연기 활동과 라틴어 동아리 활동을 병행하면서 한편으로는 지역 사회 봉사도 꾸준히 해왔다고 했다. 딱 봐도 답이 안 나오는 스케줄이다. 고등학교 수험생이 봉사 활동과 동아리 활동, 혹은 운동이나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도대체 공부는 언제 했다는 걸까? “하루에 잠을 서너 시간쯤 잤던 것 같아요. 7시 15분에 수업이 시작되니까 아침 6시에 일어나서 1시 45분에 수업이 끝나면 클럽에 갔어요. 봉사 활동, 배구 연습 등을 하고 아르바이트와 기타 활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오후 6시쯤 되죠. 밥을 먹고 7시부터 공부를 시작해서 새벽 2, 3시쯤 잤어요. 아르바이트로 유치원생 보조 교사를 했는데 저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그 어떤것도 힘들지 않다고 생각했어요.”(스캇) 다른 학생들의 상황도 비슷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낮 시간은 대부분 공부가 아닌 다른 활동에 매진했다. 학교 일과 중 절반은 수업이고 절반은 다른 활동이었던 셈이다. 보통 그 시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으로 채워진다. 가끔은 ‘대학에 가기 위한 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국 그 활동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은 그 활동을 좋아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저녁을 먹고 난 이후의 시간은 개인 학습의 시간이었다. 물론 학원 같은 곳에는 가지 않았다. 그들이 공부를 했던 것은 단순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릴리는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즐거웠고, 공부한 내용을 생활에 적용해가는 것이 기뻤다”고 말한다. 특히 책이나 수업을 통해 배운 내용을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다는 기쁨은 스캇이나 제니, 브라이언에게도 공부를 즐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라고 했다.

그래서 스캇, 제니, 릴리는 역사 과목이 유난히 싫었단다. 있었던 사실을 암기해서 틀린 내용을 찾는 식의 학습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브라이언은 과학을 싫어했다고 했다. 반대로 이들이 가장 좋아한 과목은 수학이다. 공식만 외우면 여러 가지 형태로 응용할 수 있고, 다양한 영역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됐건 싫어하는 과목도 열심히 공부했다고 하기에, 역시 좋은 대학에 가려면 포기하는 과목이 하나라도 있으면 안 되겠지 싶었는데, 그게 점수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도대체 왜 역사를 배워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엄마한테 물어봤죠. 엄마는 한 가지 분야만 공부하면 사고력을 키우기가 힘들다고 하셨어요. 다양한 영역에 걸쳐 골고루 학습을 해야 다각적인 시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거죠.”(제니) 제니의 말에 스캇도 한마디 거든다. “공부가 중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를 경험해야 한다는 데 있어요. 공부를 통해 지식이 아닌 생각을 남겨야 하거든요. 수학만 하면 수학적인 사고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여러 가지를 배워야 하는 거죠.” No.2 세계의 교육 현장에서 느낀 것들 네 사람은 모두 공부하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공부하는 것 자체가 생각과 사고를 윤택하게 한다는 것이 즐거웠고, 배운 내용을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기쁨이었다. 적어도 이들에게는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것은 부수적이고 결과론적인 이야기 같았다. “뚜렷하게 하버드대에 가겠다고 결심했던 것은 아니에요. 졸업반이 돼서 원서를 쓸 즈음, 하버드대에 도전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그것도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어서 큰 기대를 하진 않았어요. 단지 공부하는 게 즐거웠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게 행복했어요. 그러다 보니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거죠.”(스캇) 한국에서 대학이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 이른바 ‘입시 준비’를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것은 비단 하버드대와 한국의 차이가 아니라 중국, 인도, 유대인 등 각기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교육 문화의 차이에서도 나타난다. 그래서 이들은 이번 여행을 통해, 세계와 문화, 그리고 교육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표현한다. 많은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그 이유와 방법이 다를 수 있음을, 그것이 하나의 다양성으로 인정되고 또 장점과 단점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저는 공부가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고 인생 자체가 교육을 통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공부를 했어요. 그런데 중국이나 한국에서는 자신이 국가로부터 혹은 부모로부터 무엇을 받았는지를 생각하고 어떻게 보답할지를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 또한 좋은 동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브라이언) 이들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학원가를 방문해 수업도 함께 듣고 학원 버스도 타보면서 한국의 입시 생활을 직접 체험했다. 그중 ‘수학 문제 풀기’ 대결은 아주 흥미진진했단다. 하버드대 통계학과와 생체의학과, 뇌과학과 전공자들도 대치동 학원에서는 맥을 못 추었다. 브라이언은 “우리가 풀지 못하는 문제도 척척 푸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수험생들의 생활 그 자체였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공부에 무관심한 친구들도 많아요. 그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열중하죠. 그래서 성적에 대한 경쟁률이 높지 않아요. 그런데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더라고요. 경쟁심도 아주 치열해 보였고요. 아마 제가 한국에서 공부했다면 그 같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런 성적에 대한 치열함이 나쁘게만 보이지는 않았어요. 적어도 저게는 잘 맞지 않는 환경이었을 것 같아요.”(스캇) “자녀를 위해 어느 정도 부모가 뒷받침해줘야겠지만 한국에서는 수험생이 있으면 온 가족이 다 수험생처럼 사는 것이 놀라웠어요. 가족들이 수험생 때문에 여행도 못 가고 공부에 방해될까봐 숨소리도 죽여가며 산다는 것이 신기하더라고요. 그건 어디까지나 당사자가 처한 현실이지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 닥친 해결 과제는 아니니까요. 중국에 가보니까 중국 학생들도 집단적으로 부모나 문화, 국가를 위해 공부한다고 하더라고요. 한 반 학생들 모두가 치열하게 공부하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어요. 저는 그렇게 해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생소한 광경이었죠.”(제니) 인도에서는 독특한 수학 공식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을 만나고, 이스라엘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앉아 토론하는 유대인 학생들로 북적거리는 도서관을 찾아갔다. 중국의 장원 마을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만났다. “유대인들의 교육관에도 민족에 대한 바람이 녹아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유대인은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사회에서 자식을 많이 낳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고 또 출세를 위해 열심히 공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길 원했죠. 그것이 수많은 유대인 변호사와 의사를 배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죠.”(릴리) 어느 문화에 속한 사람이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음식이나 언어, 생활 태도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공부의 방법과 공부의 의미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흥미를 자극했단다. “한국인인 부모님께 공부에 대한 중요성을 배웠어요. 한국인의 교육관을 물려받은 셈이죠. 이번에 대치동을 방문했을 때 부모님께서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그 근원을 자세히 알게 됐죠. 하지만 부모님은 한 번도 ‘공부하라’는 말씀은 안 하셨거든요. 결국에는 제가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스캇)

No.3 우리의 인생에서 공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하버드대 학생들에게 공부의 의미와 동기 부여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하버드대라는 말과 공부벌레라는 말은 어쩐지 잘 어울린다. 세계 최고의 지성들이 모여 있는 곳. 그래서 뱅글뱅글 돌아가는 안경을 쓰고, 두꺼운 책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하버드대 4인방에게 들은 하버드대의 실상은 조금 달랐다. 우리가 상상하는 공부벌레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하버드대 학생들의 일상에서는 공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늘 잠은 부족하고, 시간에 쫓기는,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그 하루의 전부가 공부로 채워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공부 외에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공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했다. “하버드대 학생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공부하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는 점이에요. 무엇을 이루기 위해 공부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배움 자체를 좋아하는 거죠. 하지만 공부만 하는 친구들은 많지 않아요. 공부에 할애하는 시간만큼 다른 활동에도 비슷한 시간을 할애하죠. 종교 활동이나 여러 단체들, 학생회를 비롯해 동아리 같은 학생들만의 힘으로 운영되는 기관들이 많아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공부도 하는 거죠.”(릴리) 좋아하는 공부를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명문 대학에 들어갔다는 이들은 하버드대에 입학해서도 공부뿐만이 아닌 자신이 추구하는 열정을 좇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교실에서 만난 친구들은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열정이 느껴져요. 또 다른 공통점이라면 서로의 관심거리나 취향, 성격, 잘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다양하다는 거예요. 또 여러 가지를 동시에 잘하는 아이들도 많고요. 언젠가 한번은 엄마랑 통화를 하면서 ‘일주일 동안 잠을 서너 시간밖에 못 잤다’고 했더니 엄마가 ‘공부 좀 그만 해’라고 하신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공부하느라 잠을 못 잔 게 아니었어요(웃음).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거든요. 그것을 다 하다 보니까 잠을 못 잔 거죠. 그런 것들은 하버드대 학생들의 일상이에요.”(제니) 하지만 아무래도 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이라는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배우는 것 또한 하버드대 교육의 중요한 핵심이라고 했다. “처음 학교에 들어갔을 때 18세의 어린 학생들이 모여서 뭘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었어요.‘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구하자’라거나 ‘환경 운동’같은 대명제의 목표를 정해 놓고 뭔가를 하자고 했을 때, 속으로는 ‘과연 이걸 진짜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결국에는 무엇인가를 해내거든요. 원래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해나가고자 하는 열정을 가진 학생들이 그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나가는 거예요. 공부도 해야 하고, 과외 활동도 해야 하고, 또 데이트도 해야겠죠?(웃음) 시간이 없어서 마치 세상이 무너질 것 같지만 결국에는 다 해내는 거예요. 하버드대는 그런 능력을 만들어가는 학교라고 생각해요.”(브라이언) 스캇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학생, 공부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열심히 하는 학생, 진취적인 자세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하버드대라고 했다. “대부분의 하버드대 학생은 자기 열정을 잘 이끌어나가는 사람들이에요.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금방 알 수 있어요. 고등학생 때는 뭔가를 하자고 하면 무관심한 경우가 많았는데, 하버드대에서는 친구들의 반짝이는 눈을 볼 수 있죠. 집중하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고요. 모든 학생들에게 열정이 살아 있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에요.”(브라이언) 그래서 이들이 하버드대에서 배운 것은 무엇이든 빨리 배울 수 있는 능력과 서로 상관없는 분야에서 연관성을 찾아내는 방법, 같은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과 다양한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많은 일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시간 관리 능력 등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친구가 있었어요. 어머니는 약물에 중독돼 있고, 특정 거주지 없이 떠돌았던 친구였죠. 고등학교를 열두 번이나 바꿨대요. 그런데도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혼자 공부하는 끈기가 대단하더라고요.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또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아요. 학교생활을 통해 그전보다 더 인간관계에 능숙해지고 다른 사람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스캇) 이들은 하버드대에서 배운 것은 지식이 아닌 능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앞으로 꿈꾸는 모습도 직업이 아닌 능력으로 빗대어 표현한다. 현재 구글에서 광고 게재 사이트를 담당하고 있는 릴리의 꿈도 그렇다.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싶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동떨어진 일처럼 보이지만 하버드대에서 그 연관성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고 생각해요.” 연기자라는 자신의 꿈을 좇으며 행복하고 건강한 가족을 만들고 싶다는 브라이언과, 미국의 의료보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스캇, 자폐증 환자가 더 많은 사회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중보건에 관한 일을 하고 싶다는 제니. 유쾌하고 활기 넘치는 네 명의 젊은이에게 꿈과 열정에 대해 듣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었다. 그들의 반짝이는 눈빛에서, ‘재미있다’는 표정에서, 얼핏얼핏 드러나는 진지함 속에서 강한 ‘즐거움’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성취욕이나 주변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 같은 것은 둘째 문제로 느껴졌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고 있다는 행복감. 그것은 그들이 들려준 ‘하버드대 입학 비법’보다 더 큰 선물이었다.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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