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31일 일요일

일반고 슬럼화’ 진행 중… 숫자로 드러났다

서울 70개교 재학생 3분의 1이 수능 최하위권
214개교 조사… 특목고·자사고 상위권 쏠림 탓
서울의 일반고 10곳 중 3곳은 재학생의 3분의 1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최하위 성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학교 수업을 등한시하면서 생활태도도 나빠진 ‘성적 부진’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일반고교의 ‘슬럼화’가 숫자로, 증언으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입시업체 하늘교육은 31일 서울 214개 일반고의 2012학년도 수능 성적을 조사한 결과 70곳(32.7%)은 재학생 3분의 1 이상이 언어·수리·외국어 3개 영역에서 평균 7∼9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7∼9등급은 전국의 백분율 석차 최하위 23% 이내로 4년제 대학 진학이 어려운 성적이다. 이 중에 4곳은 절반이 7~9등급 이었고 최고 56.9%에 달하는 학교도 있었다. 7등급 이하가 3분의 1 이상인 일반고는 성북구(7곳)가 가장 많고, 중랑·은평(5곳), 양천·동대문·관악(4곳) 순이었다. 반대로 7∼9등급 재학생이 20% 이하인 일반고는 24.8%(53곳)로 강남(13곳), 노원(8곳), 서초·양천(6곳), 송파(5곳) 등에 많았다.

서울의 한 사립고 교사는 “수업 첫날부터 3분의 1이 엎드려 있었고, 어떤 학급 수업에선 4교시에 7명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가 되는 학생이 한두 명이면 상담이나 보충수업도 할 텐데 워낙 많다 보니 학교가 손을 못 쓴다”면서 “교사들은 수업을 못 하겠다고 손들고, 아이들은 스스로 ‘우리 학교엔 양아치, 쓰레기들이 많다’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서울 강북지역의 한 학부모는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자도 좋으니 다른 애들만 방해하지 말라고 말하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학교에 최하위 학생 비율이 너무 높으면 수업 지도와 생활 지도가 모두 어렵다”면서 “자율고와 특목고가 전체 고교의 12%가량이 될 정도로 많아져 상위권 학생들을 쓸어가면서 일반고가 슬럼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무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도 “특목고에 자사고, 마이스터고까지 생기면서 일반고가 ‘3류학교’ ‘나머지 학생들이 가는 학교’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학교예산 운영에 자율권을 주고 교육과정을 다양화해 일반고의 경쟁력을 기르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제안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2012학년도 수능 결과는 자율형사립고 전환 이후의 입시 성적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로 일반고의 성적 저조 현상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일반고 슬럼화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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