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0일 수요일

재미를 좇아라” 韓이공계 향한 노벨수상자의 조언

노벨화학상 수상 뷔트리히 교수 숙명여대 강연
"재미를 느끼는 분야를 찾으십시오. 저 또한 고등학교에서 체육을 가르치다가 혈액에 산소를 공급하는 헤모글로빈에 호기심이 생겨 연구를 시작, 노벨상까지 받게 됐습니다."

2002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구르트 뷔트리히(75) 스위스 연방공과대(ETH) 교수는 20일 오후 숙명여대 약학대학 젬마홀에서 열린 강연에서 자신의 '과학입문기'를 이렇게 소개했다.

'물리화학적 방법을 통한 단백질의 세계 탐험'을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는 뷔트리히 교수를 초대한 숙명여대 화학과 교수진과 이공계 학생 등이 참석해 약 200석 규모의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일부 참석자들은 좌석이 부족해 선 채로 노학자의 강연을 경청했다.

뷔트리히 교수는 "매우 어려운 강의를 준비했다"며 학생들의 웃음을 자아낸 뒤 "우리 신체는 수 많은 종류의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핵자기공명(NMR) 기술을 이용한 단백질 구조해석 연구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그는 "NMR은 의학 진단에 주로 사용되지만 이를 단백질 연구에 도입해 지금까지 1천800만 종류의 단백질을 발견하고 그 구조를 분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단백질을 생성하는 DNA 정보를 얻은 것도 단백질의 구조를 연구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의 중간중간 젊은 시절 연구에 매진하는 자신의 모습과 노벨상 수상 당시의 사진을 보여주며 청중의 시선을 끌었다.

한국 과학계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학생의 질문에는 "대학·연구기관에서 다른 국적의 과학자들을 고용해 다양성을 높이고 높은 수준의 비판적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황우석 박사 사건은 한국에 그를 비판할 전문가가 부재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위대한 과학자가 되려면 재미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뷔트리히 교수는 "재미야말로 성공으로 이끄는 길"이라며 강연을 마쳤다.

뷔트리히 교수는 2002년 핵자기공명을 이용한 단백질 구조해석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화학상을 받았으며 현재 스위스 연방공과대 고분자 생물리학과 교수와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The Scripps Research Institute) 방문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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