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5일 금요일

서울에 '운석우'가 떨어진다면…



 

 
러시아에 운석우가 떨어지고 16시간 뒤인 2월 16일. 농구장의 2배에 해당하는 45m 크기의 소행성 ‘2012 DA14’가 지구 표면에서 불과 2만 7700km 거리를 두고 초속 7.8km 속도로 스쳐지나갔다. 방송과 통신을 중계하는 정지궤도위성 궤도 3만 6000km보다 더 가깝게 지나갔다(그러나 이 소행성은 이번 러시아 운석우와 무관했다).

이 소행성은 지난 2012년 2월 22일 스페인 마요르카 천문대에서 최초로 발견했다. 지구와 260만km 거리를 두고 지나간 지 7일째 되던 날이었다. 하지만 마요르카 천문대는 어두워져버린 소행성의 위치를 곧 잃어버렸다.

약 1년 뒤인 2013년 1월 9일, 행방불명됐던 소행성이 다시 나타났다. 칠레 라스캄파나스 천문대는 국제천문연맹에 이 소행성을 보고하고 ‘2012 DA14’라는 임시이름을 붙였다. 소행성의 궤도를 완전히 파악하고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도 이 때다. 이 소행성이 지구를 아슬하게 스쳐지나간 것은 불과 40여 일 뒤. 만약 이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면 과학자들은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을까. 혜성과 지구의 충돌을 다룬 SF영화 ‘딥 임팩트(1998)’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과학자들이 혜성을 막기 위한 대비하는 데는 10개월이 필요했다.

만일 이 소행성과 비슷한 약 50m 크기의 암석질로 된 소행성이 지구 대기권에서 공중폭발했을 때 TNT 2.9Mt(메가톤)의 위력이 발생한다. 이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폭발한 원자폭탄 위력의 약 145배다.


 

 
50m급 이하 소행성엔 사실상 무방비문홍규 천문연 우주과학센터 선임연구원은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의 위협에 대한 방비는 현재 1km급 소행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지름이 1km가 넘는 근지구 소행성은 981개다. 문 연구원은 “1km가 넘는 근지구 소행성은 태양계에서 95% 이상 발견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공룡 멸종과 같은 대재앙을 일으키는 소행성은 비교적 미리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작은 소행성은 어떨까. 지름이 100m만 돼도 인류는 역사상 최대의 재앙과 맞닥뜨릴 수 있다. 육지에 떨어진다면 광활한 지역이 파괴되며, 바다에 떨어진다면 초대형 쓰나미가 일어난다. 이런 위험 때문에 과학자들은 100m보다 크고 지구와의 거리가 750만km 이하로 좁혀질 수 있는 천체를 ‘지구위협천체(PHO)’로 분류해 따로 관리하고 있다. 약 5000개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중 1379개가 발견됐다.

사실 크기가 최소 35m만 돼도 직접 타격을 입는 도시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이번에 지구를 스쳐지나간 2012 DA14가 이런 규모의 소행성이다). 문 연구원은 “근지구 소행성 중 50m급 소행성의 개수는 약 50만 개로 추정된다”며, “이 중 확인한 것은 1%도 못 된다”고 설명했다. 크기가 작아 발견하기가 쉽지 않고, 많아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번에 발견된 것과 비슷한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와 가깝게 스쳐지나갈 확률을 40년에 한 번꼴로 보고 있다. 충돌할 확률은 1200년에 한 번 정도다.

10m급 소행성은 어떨까. 지난 2월 15일 러시아 첼랴빈스크 주 상공에 출현한 소행성은 지름 17m에 무게는 1만t이었다. 폭발 위력은 500kt으로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폭발한 원자폭탄의 33배에 해당한다. NASA는 “이 소행성은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 상공에서 폭발한 소행성 이후 가장 큰 것”이라며 “이 같은 폭발은 100년에 한 번 일어날 정도의 규모였다”고 평가했다. 문 연구원은 “사실 1년에 한 번꼴로 10m급 소행성이 지구 대기 상층부와 충돌하고 있다”고 말했다. 별 탈 없이 지나가는 이유는 대부분 대기에서 불에 타거나 사막 아니면 바다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문 연구원은 “세계 각국의 천문학자들이 소행성을 관측하지만 크기가 작을수록 그물망을 빠져나가는 천체가 많다”며, “대기권에 진입한 후에야 그 존재를 확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유성체는 왜 공중폭발 했을까러시아 첼랴빈스크주가 이번 운석우 사건 이후 치러야 할 복구 비용은 약 10억 루블(한화 360억 원)로 집계되고 있다. 다행히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1200여 명이 다치고 3000여 채가 파손됐다. 이날 첼랴빈스크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현지시각 9시 20분(YEKT, 예카테린부르크 시간), 동쪽 하늘에서 서쪽으로 가로지르는 화구(fireball)가 나타났다. 화구란 대기권에 진입해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로 커다란 유성을 말한다. 목격자들은 “하늘의 불덩이가 태양보다 밝았다”고 증언했다. 유성이 이렇게 밝은 빛을 내는 까닭은 바로 플라스마 때문이다. 초속 15km 이상의 극초음속으로 대기와 충돌하는 유성 앞쪽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공기가 압축된다. 이때 공기는 약 5000~1만℃이상으로 가열되면서 플라스마 상태가 돼 밝은 빛을 방출한다. 태양의 표면온도가 약 6000℃다.

하늘을 가로지른 화구는 대기권 진입 32.5초 후 지상으로부터 15~25km 고도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이 때 500kt의 에너지가 방출됐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33배에 이르는 위력에도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은 까닭은 폭발한 고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1945년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리틀보이’가 폭발한 높이는 지상에서 약 580m로 최대의 인명피해를 내기 위해 철저하게 계산한 고도였다.

그렇다면 화구는 왜 공중에서 폭발을 일으킨 것일까. 최영준 천문연 선임연구원은 “마찰 때문에 발생한 열과, 화구 앞에서 응축된 공기가 만드는 충격파가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설명했듯 떨어지는 유성은 마찰열 때문에 수천℃ 이상으로 가열된다. 만약 유성 내부에 가스가 존재하면 이 열은 가스를 팽창시켜 폭발시킬 수 있다. 또 극초음속으로 진행하는 유성의 앞부분에서 발생하는 충격파는 암석질의 유성을 산산조각낼 만큼 강력시사기획하다. 15~25km 고도에서 유성이 폭발하며 뿜어낸 충격파는 2분 57초 후 첼랴빈스크주에 도달해 3000여 채의 건물 유리창을 박살내고 벽을 허물었다.

폭발한 유성의 파편은 우랄연방대 과학자들이 체바클 호수 인근에서 발견했다. 체바클 호수는 이날 사건 이후 얼어붙은 표면 위로 8m 크기의 구멍이 생겨 유성체의 추락지로 지목되고 있는 곳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운석 조각 수는 53개로 크기는 0.5~1cm로 작으며 10% 정도의 금속을 함유한 석질 운석의 잔해로 확인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호수 아래에서 더 큰 파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지만 지금까진 소득이 없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러시아가 체르노빌 원전 폭발과 유사한 참사를 기적적으로 피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피해지역에는 ‘마야크 재처리 공장’과 ‘테첸스키 저수지’ 등 핵시설이 있다. 인근 주인 스베르들롭스크주에는 벨로야르스크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우랄 지역에는 핵무기를 보관해두는 지하핵시설이 있을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 시설들은 다행히 이번 운석우로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았다.




 

 
서울 상공에서 유성체가 폭발한다면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소는 유성체 폭발 피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문홍규 연구원은 “직격탄만 맞지 않으면 유성체 폭발 때문에 생기는 충격파는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로 건물 내부는 6mm 강철판이 에워싸고, 외벽은 1.2m 두께의 콘크리트로 이뤄져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원자로 안전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150t급 항공기가 시속 360km로 충돌해도 단 5cm만 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비교한 항공기보다 150배 이상 더 빠른 유성에 직격으로 부딪히면 누구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운동에너지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만약 서울 상공에서 이번과 똑같은 유성체(소행성) 폭발이 일어난다면 피해는 얼마나 될까. 문홍규 연구원은 “서울은 외벽이 유리로 둘러싸인 고층건물이 많아 훨씬 더 큰 피해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충격파 때문에 고층빌딩 유리 외벽이 깨지며 쏟아져 내리는 파편은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흉기가 될 것이다. 실제로 첼랴빈스크주는 고층빌딩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리 파편 때문에 부상을 당했다. 무엇보다 서울은 인구밀도가 420배나 더 높은 대도시다.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문 연구원은 “곳곳에서 전자기기의 오작동이 일어나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고속의 천체가 대기권에 침입하면 이온층이 교란되면서 무선통신에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이온층은 지상에서 발사한 전파를 반사하기 때문에 무선 통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지난 러시아 ‘운석우’ 상황 당시 휴대전화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 또 이온층의 교란 때문에 대기와 지표 사이에 유도전류가 흐르면서 전자기기가 오동작을 일으키고, 곳곳에서 정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가스폭발 사고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나라의 힘으론 운석 소행성 못 막아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지구에 위험한 우주 물체를 포착하고 제거하기 위한 국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로고진 부총리는 “지금으로선 어느 나라도 운석이나 소행성 등의 우주물체를 파괴할 능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하와이대 천문연구소의 아틀라스(ATLAS) 관계자는 “만일 아틀라스가 가동 중이었다면 러시아 첼랴빈스크 주 상공에서 폭발한 소행성을 사전에 발견하고 하루 이틀 정도의 대피 시간을 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틀라스는 NASA가 500만 달러를 지원한 소행성 충돌 경보시스템이다. 8대의 망원경과 100메가픽셀급 카메라로 구성돼 있다. 2014년 말부터 가동을 시작해 2015년 말 완전 가동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45m급 소행성을 최소 1주일 전에, 137m급 소행성을 최소 3주 전에 발견해 경보를 내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최영준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2014년 말부터는 KMTNet(한국 미시중력렌즈 망원경 네트워크) 프로젝트로 소행성을 찾는 일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MTNet 프로젝트란 칠레, 호주 등 남반구에 지름 1.6m급의 거대 망원경을 설치하는 계획으로 남반구의 별을 24시간 관찰할 수 있다. 남반구의 밤하늘은 아틀라스의 망원경이 볼 수 없는 곳이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힘을 모아 위협적인 소행성을 발견한다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위협적인 천체를 조기 발견할 경우 소행성에 태양풍 돛을 달거나 폭탄을 이용해 궤도를 바꾸는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SF영화에 나올 듯한 이야기지만 2002년 2월 NASA는 이미 소행성 ‘에로스’에 탐사선을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 나라의 힘으론 불가능하지만 세계 각국이 힘을 합친다면 외계 천체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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