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흥미 유발… 수업 집중도 더 높아져 '스토리텔링형 수학'수업 들여다보니

교육계 새 바람 '스토리텔링'

지난 4일 2013학년도가 시작됐다. 지난해 1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이래 엄마들의 주된 근심거리였던 일명 '스토리텔링형 수학'도 초등 1·2학년과 중등 1학년 수업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며 그 실체를 드러냈다. 새롭게 도입된 스토리텔링형 수학 교육 현장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맛있는공부는 공·사교육 현장의 스토리텔링형 수업 현장을 참관, 그 변화상을 살폈다. 아울러 달라진 교육 방식이 당혹스러울 학부모를 위해 현직 스토리텔러 2인이 조언하는 '가정에서 실천할 만한 스토리텔링 교육 팁'도 취재했다./편집자

 

#1｜지난 5일 오후, 사고력수학학원 시매쓰 서울 압구정점<사진 왼쪽>. 초등 3년생 4명이 ‘혼합 연산’을 배우고 있었다. 아이들이 교재를 펴자 ‘생각 열기’ 코너가 나오고 ‘계산기 없는 과일 가게’란 제목의 동화가 등장했다. “동이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송이당 150원인 포도 1송이와 송이당 60원인 바나나 5송이를 사러 갔어요. 동이가 열심히 계산을 했더니 엄마가 주신 돈보다 훨씬 많은 1만2000원이 나왔어요. 도대체 뭐가 잘못됐을까요?” 강사의 설명을 들은 아이들은 동이의 계산식(150＋5×60＝12000)을 살피며 잘못된 점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곧이어 “‘150＋5’를 먼저 계산한 것, ‘150＋5=200’이라고 계산한 게 잘못됐다”는 결론을 얻었다. “와, 혼합 연산을 잘못하면 큰돈을 잘못 낼 수도 있겠구나!” 이내 아이들 사이에서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2｜지난 6일 오후, 서울 환일중학교 1학년 첫 수학 수업 시간. 예년까지 ‘집합’이 차지했던 첫째 단원 자리에 올해는 ‘소인수분해’가 위치했다. 김명균 교사와 1학년생이 책장을 넘기자 ‘스토리(Story) 1’이란 말과 함께 ‘모둠을 만드는 현수네 반 이야기’가 등장했다. “우리 반은 36명이라 4명씩 모둠 만들기가 쉬웠는데 옆 반은 37명이라 어려웠나 봐” 등의 대화로 소인수 등의 개념에 대한 관심이 유도됐다. 그 다음 쪽엔 생물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매미의 일생’ 이야기가 보였다. “매미가 알에서 성충이 되기까지 땅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각각 5·7·13·17년이라고 해. 5, 7, 13, 17… 이 숫자들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란 질문으로 소수 개념 이해를 돕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올해 초등 1·2학년과 중학 1학년 교과서는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일명 ‘스토리텔링 기법’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것이다. 초등 2학년 1학기 교과서에 나온 ‘길이 재기’ 단원은 이 같은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임금님의 재단사’ 이야기로 시작되는 단원 도입 부분부터가 그렇다. ‘임금님의 팔 길이는 3뼘, 다리 길이는 7뼘’ 하는 식으로 길이를 표시했더니 재단사마다 서로 다른 크기의 옷을 만들어왔다는 게 줄거리의 요점. 이 얘길 통해 교사는 “옷 길이가 왜 전부 달랐을까?”란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이 이유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길이 단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중학 1학년 수학 변화도 이와 비슷하다. 현재 1학년생이 내년에 배울 2학년 교과서엔 ‘똑같은 리듬과 가사가 반복되는 케이팝(K-POP)’을 소재로 순환소수 개념을 설명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김준일 환일중 교사는 “스토리텔링 기법에선 재밌거나 아이들의 생활과 직접 연결된 얘길 등장시켜 수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한다”며 “특히 (수학을 어려워하는) 중위권 이하 학생의 수업 집중도를 높이고 개념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스토리텔링 교과서엔 (해당 개념과 관련된) 이야기와 활동·놀이, 실생활 연계성 등이 훨씬 강화됐어요. (대학)입시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초·중학생만이라도 이야기와 활동 중심으로 수업을 받는다면 ‘수학＝어려운 과목’이란 편견을 떨치고 사고력까지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스토리텔링은 지난해 사교육 시장을 뜨겁게 달군 키워드이기도 하다. 수년 전부터 스토리텔링 기법을 수업에 적용해 온 CMS에듀케이션과 시매쓰를 비롯해 휴브레인·와이즈만영재교육 등도 관련 수업을 개설, 운영 중이다. ‘스토리텔링수학 방과후 지도사 과정’까지 속속 개설되는 상황이다. 조경희 시매쓰 교육연구소장은 “스토리텔링 기법은 단원 도입부에서 이야기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며 “교과서(교재)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배운 개념을 더 강하게 각인시키는 일종의 교구”라고 설명했다. “이야기로 수업을 시작하면 아이들은 자기가 주인공이 된 양 거기에 흠뻑 빠져요. 이후 나오는 (개념 관련) 활동이나 토론, 발표에도 자연스레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고요. 스토리텔링 기법은 개념 이해를 돕는 차원이 아니라 아이의 ‘자기주도성’을 키우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겁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