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6일 화요일

영어 공부, 多讀이 답이다

전문가 진단… 롭 웨어링 日 노트르담세이신대학 교수
쉬운 책부터 사전 없이 술술~ 읽고 또 읽으며 영어 感 잡아야
읽기, 언어 구사능력 중 가장 중요한 부문
다독, 단어의 적절한 용도 익히는 데 효과
교재로 '이야기책·학습서' 병행하면 좋아
지난달 20일 경기도교육청이 발표한 2013학년도 외국어교육 기본계획은 정독(精讀, Intensive Reading)보다 다독(多讀, Extensive Reading)을 강조하고 있다. 영어에서 ‘쉬운 책을 많이 읽도록 권하는’ 다독은 기초가 부족한 초등 저학년생에게 적합한 읽기 교육 방식이다. 맛있는공부는 영어 다독 훈련에 관심 있는 학부모를 위해 오늘부터 2주에 걸쳐 특집 기획 ‘영어 공부, 다독이 답이다’를 연재한다.

롭 웨어링(55·Waring) 일본 노트르담세이신대학 교수는 영어 다독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세계다독협회 창립 멤버이면서 한영다독협회(KEERA) 부회장으로도 활동 중인 그는 200권이 넘는 관련 교재를 집필했다. 수차례 방한해 학부모와 대학생 대상 강연을 펼치기도 했다. 웨어링 교수를 이메일로 만나 그가 일러준 다독의 정의와 중요성, 실천법을 정리했다.
롭 웨어링 교수는“‘무조건 쉬운 책’부터 고르는 게 다독 훈련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컴퍼스미디어 리딩 오션스 제공
◇아주 쉬운 책, 매우 많이 읽혀라
웨어링 교수는 다독을 "사전 없이도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최대한 많이 읽는 행위"로 정의했다. 이미 아는 단어를 또 읽는 게 영어 공부에 어떤 도움이 될까? 그는 모국어 습득 과정을 예로 들어 이 질문에 답했다. "한국 어린이는 서너 살이면 한글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이맘때 아이들은 한글에 관한 한 이미 단어 수백, 수천 개와 간단한 문법 체계를 이해하고 있어요. 하지만 일단은 '그림 많고 글 적은' 책부터 접하죠. 그러다 점차 이해력이 쌓이면 '그림 적고 글 많은' 책에도 도전하고요. 이 순서를 따르면 누구나 국어사전 없이도 책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영어도 같은 방식으로 익힐 수 있다. "사전 없이도 내용이 이해되는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자연스레 영어 능력이 쌓인다"는 얘기다. 다만 해당 연령대의 한국 어린이는 영어 단어와 문법 체계에 아무런 기초가 없으므로 이 논리를 곧바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한국 학생이 영어 다독을 할 때 맞닥뜨리는 한계 중 하나는 철자뿐 아니라 의미까지 새로 익혀야 한다는 거죠. 따라서 이 문제를 극복하려면 영어 교재도 '이야기책'과 '학습서'로 병행할 필요가 있어요."

◇건축에 비유하면 다독은 '시멘트'
"'노란 차'와 '노란 머리'는 한국어로 둘 다 '노란'이란 말을 쓰지만 영어 표현은 'yellow car'와 'blonde hair'로 달라지죠. 이런 '감(感)'은 사전이 가르쳐주지 않아요. 수많은 한국 학생이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정작 유창하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 감이 부족해서죠. 그래서 더더욱 (쉬운 책을 읽으며 스스로 감을 익히는) 다독이 중요합니다."

최근 영어 교육에선 말하기·쓰기 능력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웨어링 교수는 "언어 구사 능력 중 가장 중요한 부문은 읽기"라고 잘라 말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학생이 가장 쉽게 영어를 접할 수 있는 통로는 읽기와 듣기죠. 이 두 가지부터 토대를 제대로 잡아야 말하기·쓰기 실력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특정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적게는 20회, 많게는 30회 해당 단어를 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학습서 등으로 영어를 배우면 필수 지식은 익힐 수 있을지 몰라도 '내공'을 쌓긴 어렵다. 웨어링 교수는 이런 영어 학습법을 '벽돌만 쌓아 올린 집'에 비유했다. "벽돌만으로 집을 지으면 이음매가 엉성해 비바람에 금세 무너지죠. 하지만 벽돌과 벽돌 사이 시멘트를 발라두면 한층 튼튼해집니다.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예요. 단어를 기계적으로 외우기만 해선 제때 활용하기 어렵죠. 다독을 통해 그 단어의 실제 쓰임을 연마하고 직접 조합할 줄 알아야 합니다."

◇훈련, 시작은 '단계별 시리즈'로

웨어링 교수는 "영어 학습자 중 상당수가 독해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무조건 어려운 글을 읽어야 하는 줄 안다"며 "하지만 이런 접근 방식은 독해 속도를 떨어뜨려 효율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어려운 단어로 가득한 글을 읽다 보면 뜻 이해에 몰두한 나머지 단어 조합 방식은 살필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웨어링 교수의 '추천 교재'는 난이도에 따라 여러 권으로 구성된 책이다. 그가 직접 쓴 '파운데이션스 리딩 라이브러리(Foundations Reading Library)'(Cengage Learning)도 그중 하나다. 실제로 이 책의 1단계엔 75개 단어가, 2단계엔 100개 단어가 각각 사용됐다. "굳이 이 책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자녀와 함께 가까운 서점이나 도서관을 찾아 다독 훈련에 적합한 영어 교재를 직접 골라보세요. 단, 반드시 쉬운 책을 골라야 합니다. 아무 쪽이나 펼쳐 들어 읽었을 때 사전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면 좀 더 쉬운 책을 골라야겠죠."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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