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일 화요일

달력에 숨은 수학 비밀을 찾아라

“이웃하는 4개의 날짜, 대각선 두 수의 합은 같다”


동아일보

“아빠! 이번 여름휴가는 언제 가요?” “흠, 언제 가면 좋을까? 말이 나온 김에 여름휴가 계획에 대해 가족회의 한번 해볼까? 가고 싶은 장소와 이유를 한 명씩 발표하고 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자.”

정연이는 독도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직접 보고 느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동생 성연이는 부산에 가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TV에 자주 나오는 부산에 놀러 가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습니다.

“투표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독도 3표, 부산 1표로 이번 여름 휴가지는 독도로 결정됐습니다!” “언제 가면 좋을지 정해 볼까?” “여름방학이 7월 22일에 시작되고, 개학은 8월 19일이에요. 그 사이에 가야 해요!” 엄마는 “주말을 포함해서 가는 것이 좋은데…”라고 했습니다.

“7월 22일은 월요일이니까 주말은 7월 27일, 28일, 8월 3일, 4일, 10일, 11일이네요. 그중에 선택하면 되겠어요.” 정연이가 마치 달력을 보고 있는 듯 술술 말합니다. 정연이는 달력을 보지 않고 어떻게 날짜와 요일을 알 수 있었을까요.

고대 이집트인들은 1년을 365일로 하는 세계 최초의 태양력을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태양력은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만든 달력이에요. 이집트 사람들은 나일 강의 물이 불어나기 시작할 때 동쪽 하늘에 시리우스(큰개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가 뜨고, 얼마 후에 나일 강이 범람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태양력을 만들었습니다. 1년을 30일씩 이뤄진 12달로 구성하고, 연말에 남은 5일을 더했어요. 마지막 5일은 어느 달에도 속하지 않는 날로 축제나 제사를 지냈다고 해요. 하지만 1년은 365일보다 약간 길기 때문에 400년이 지나면 100일 정도 차이가 생겼고, 시리우스와 태양의 관계를 연구하여 1년이 약 365.25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로마의 집정관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이집트를 원정했을 때 편리한 이집트 달력에 대해 알게 되어 1년을 365.25일로 하는 로마 달력을 만들었어요. 1년을 365일로 하고 4년에 한 번씩 1일을 추가한 윤년을 두는 달력을 ‘율리우스력’이라고 부릅니다. 카이사르가 달력을 만든 해는 기원전 45년인데, 그때까지의 오차로 인해 누적된 날들을 모두 끼워 넣었어요. 그래서 그해에는 1년이 무려 445일이나 되었다고 하네요. 그 이후에는 오차가 전혀 없었을까요?

율리우스력도 나름대로 정교했지만 실제 1년의 길이는 365.25일, 즉 365일 6시간이 아니라 그보다 조금 짧은 365일 5시간 48분 46초이니까 세월이 흐르면서 차이가 나기 시작했어요. 이런 차이 때문에 교회의 주요 명절인 부활절의 날짜가 고정되지 않아 종교계에서 문제가 됐습니다. 그래서 1582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는 오차 날짜인 열흘을 그해에서 삭제하고 새로운 달력의 규칙을 다음과 같이 제정합니다.

①그해 연도가 4의 배수가 아니면 평년으로 2월은 28일까지로 한다. ②그해 연도가 4의 배수이지만 100의 배수가 아니면 2월은 29일(윤년)까지로 한다. ③그해 연도가 100의 배수이지만 400의 배수가 아닐 때는 윤년이 아니라 평년으로 한다. ④그해 연도가 400의 배수이면 이 해는 윤년으로 한다.

율리우스력에 위의 규칙을 넣어 수정한 달력을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그레고리력’이라고 부릅니다. 이 그레고리력에서의 1년은 약 365.2425일입니다. 실제의 1년과 0.0003일 정도의 오차가 생겨 1만 년에 3일 정도의 차이가 생깁니다. 이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아 지금도 그레고리력을 사용합니다. 이런 달력에 수학의 비밀이 숨어 있어요. 올해 6월 달력을 한번 볼까요?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규칙은 1주일이 7일이니까 같은 요일이 7일마다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5일이 수요일이면 다음 수요일은 5+7=12일, 그 다음 수요일은 5+7+7=19일임을 달력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원리를 알면 1년 뒤 요일도 계산할 수 있답니다.

올해 6월 6일 현충일은 목요일이었습니다. 그럼 내년 6월 6일 현충일은 무슨 요일일까요? 1년은 365일이므로 365를 7로 나누면 몫이 52이고 나머지가 1이므로 목요일의 하루 뒤인 금요일이 됩니다. 즉, 내년 6월 6일 현충일은 금요일입니다.

두 번째 규칙을 살펴볼까요? 서로 이웃하는 4개의 날짜를 살펴보면, 대각선 방향에 놓인 두 수의 합이 같다는 점을 알 수 있어요. 확인해 볼까요? 3+11=14, 10+4=14, 정말 두 수의 합이 같네요. 9개의 이웃하는 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각선 방향에 놓인 3개의 수의 합이 같습니다.

또 하나의 규칙이 있습니다. 달력 바탕색 부분에 있는 9개의 수의 합을 쉽게 구하는 방법입니다. 9개 수의 합은 사각형의 한가운데 있는 수에 9를 곱한 것과 같습니다. 13+29=42, 14+28=42, 27+15=42, 20+22=42, 즉 42를 4번 더하고 가운데 수 21을 더하면 되므로 42×4+21=189입니다. 가운데 수인 21에 9를 곱한 수도 189이므로, 합과 같습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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