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2일 월요일

이스라엘 대사 "한국 학교는 아이들을 도넛 찍어내듯 똑같이 만든다"

뉴시스
귀국 앞둔 이스라엘리 주한 이스라엘 대사

"지나친 경쟁구도는 아이들 창의성 키울 수 없어"

"다양성 키우면서도 한국적 특이성은 지켜져야"
투비아 이스라엘리 대사의 마지막 조언

【서울=뉴시스】최현 기자 = "한국은 다양성이 필요합니다. 젊은 학생들이 본인의 재능과 꿈을 쫒을 기회를 주고, 재벌에 합류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창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한국만의 독특한 특이성은 지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투비아 이스라엘리(58·사진)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최근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와 관련, 이 같은 조언을 했다.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내달초 본국으로 귀환하는 이스라엘리 대사를 종로구 서린동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만나봤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매우 닮았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단일민족이라는 것이지요. 이스라엘은 역사적 이유로 예멘, 러시아, 에티오피아 등 전 세계로 퍼져있던 유대인들로 인해 언어·문화가 모두 다른 인구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같은 요인들이 이스라엘의 창조성에 원동력이 됐다고 봅니다."

이스라엘이 갖고 있는 창조성의 근원은 한국이 갖기 쉽지 않은 민족적, 언어적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 때문에 한국이 보다 창조적인 사회로 전환하려면 '한국적 특이성'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양성이 한국을 발전시키는데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너무 변해버리면 그것은 더 이상 한국이 아닐 것입니다. 세계가 하나의 마을이 돼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한국은 오히려 나름대로의 특이성을 지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유교사상에 대해서도 이스라엘리 대사는 명과 암이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기까지 한국을 끌고 온 유교는 훌륭한 정신이지만 창조경제를 원한다면 유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합니다. 한국의 산업기반이나 대외경쟁력은 크게 성장했지만 (이 같은 경제체제를 받쳐주는) 사회적 변화는 상대적으로 느린 것 같습니다."

유교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국사회가 근면, 규율, 깨끗한 거리, 법, 질서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상당히 존중받을만 하지만 다른 측면에선 유교적 가치가 창조경제 발전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것을 꼬집은 말이다.

그가 '창조 코리아'를 위해 제시한 해법은 가정과 학교의 변화다.

"한국의 경쟁구도는 모든 아이들과 부모가 '더 많이 공부하는 것'만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지나친 경쟁구도는 아이들에게 창조성을 키워줄 수 없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혹은 무엇을 느끼는지, 어떤 것을 편안해 하는지를 알아내 스스로 재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가정이며 젊은 세대가 아이들을 다른 방식으로 교육하고 다른 것을 기대하면 차차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봅니다."

그는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이스라엘 전체 기업 중 20%는 몇몇 가문의 소유입니다. 이스라엘은 중산층을 부활시키기 위해 위원회를 조직하고 법을 개정했습니다. 제안책들 중 하나는 공동소유의 금지로, 한 집안이 프로덕션, 미디어 등 여러 계열사를 소유하는 현상을 피라미드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스라엘에서는 공동소유를 막기 위해 2개 이상의 층을 소유할 수 없도록 법을 바꿨습니다."

한편 이스라엘리 대사는 한국과 이스라엘의 중소·벤처기업간 교류·협력 증진 및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보교류에 힘쓴데 공로를 인정받아 중소기업중앙회로부터 지난 18일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그는 다음달 초 임기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간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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