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씨는 전인교육을 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영어유치원이나 영어학원에 보내지 않았다. 아이가 사립초에 입학할 때 영어몰입 수업이 너무 어려울까봐 걱정됐지만 무리없이 잘 적응하게 해주겠다는 학교 측의 약속을 믿었다. 그러나 결국 아이가 3학년이 된 지금 영어 사교육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ㄱ씨는 “본의 아니게 학교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서 학원을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의 ‘2013학년도 서울 사립초 이머전교육 현황’ 자료를 보면 전체 40개교 중 26개교가 영어몰입교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구 영훈초, 중랑구 금성초는 전 과목을 영어몰입 수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성북구 우촌초와 노원구 상명초는 영어·수학·과학·사회 등 6과목 이상, 성북구 매원초는 5과목이 영어몰입 수업이었다. 성북구 광운초, 은평구 은혜초, 광진구 경복초 등 7개교는 영어몰입교육을 위해 최대 15만원의 학생 부담금을 별도로 받고 있다. 사립초들은 1·2학년 대상의 교내 영어대회를 열어 영어 사교육이 없는 상태에서는 학교에 다니기 힘든 상황이다.
‘국제학급’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 태강삼육초의 국제학급은 지난해까지 1차로 아동영어면접(95점)과 영어말하기대회(5점)를 치러 2배수를 선발한 뒤 2차로 공개추첨을 했다. 다른 사립초들이 입학생 전원을 공개추첨으로 선발하는 데 반해 이 학교의 국제학급은 ‘영어성적’으로 입학을 제한한 것이다. 국어를 제외한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고, 미국 교과서를 활용해 학습하고 있다. 이 국제학급은 지난해 1학기 수업료가 588만원에 달해 전국에서 가장 비싼 곳으로 꼽히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지적을 받아 태강삼육초는 2014학년도 입학부터 국제학급 전형 방식에서 영어면접과 영어말하기대회를 없앴지만 국제학급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북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국제학급이) 교육과정상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봤지만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면에서 가능하다고 본다”며 “반대로 국제학급 입학시험을 준비해온 학부모들이 왜 입학시험을 없애느냐는 민원을 넣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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