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일 화요일

창의적 수학토론대회를 가다

혼자 고민하는 수학? 생각 모으니 술술 풀리네요


'그저 그런 경시대회겠지'란 선입견은 행사장에 도착하자마자 보기 좋게 깨졌다. 학년별로 3명씩 팀을 이뤄 야구 유니폼과 한복, 치어리더 의상 등을 곱게 맞춰 입은 초등생들은 재밌는 게임을 앞둔 것처럼 한껏 달뜬 표정이었다. 전국 예선에서 8.5대1의 경쟁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제3회 창의적 수학토론대회(Creative Math Debating Festival, 이하 'CMDF') 참가자들이었다.

지난달 23일, 대회가 진행된 서강대 체육관 관중석에선 학부모의 응원전이 한창이었다. '수학 탈출 넘버원(No.1)' '매스(Math) 통통'…. 팀명이 표기된 현수막이 곳곳에서 나부꼈다. "좋은 자리에 현수막을 걸려고 대회 시작 2시간 전에 체육관에 도착했다"는 박순경(42)씨는 "재밌는 대회란 소문이 워낙 자자해 딸(김경은·경기 의왕 왕곡초등 3년)이 먼저 참가하자고 조르더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매스 릴레이 앤드 게임' 시간에 참가자들이 문제 풀이에 열중하고 있다. 올해 대회의 모든 프로그램은 '3인 1조'를 원칙으로 진행됐다. 이날 일정 중엔 주사위를 활용, 수학 문제를 푸는 게임 '메이킹 넘버스(Making Numbers)'도 있었다. /한준호 기자
(왼쪽부터) '매스 릴레이 앤드 게임' 시간에 참가자들이 문제 풀이에 열중하고 있다. 올해 대회의 모든 프로그램은 '3인 1조'를 원칙으로 진행됐다. 이날 일정 중엔 주사위를 활용, 수학 문제를 푸는 게임 '메이킹 넘버스(Making Numbers)'도 있었다. /한준호 기자
치열한 경쟁? 즐거운 축제!
올해 CMDF는 소년조선일보·CMS에듀케이션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영재학회·조선일보사가 후원한 가운데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졌다. 참가 대상은 초등 고학년(3~6년)생 120개 팀 360명. 이들은 △신문 기사를 수학적으로 접근·분석하는 ‘매스 NIE(Math NIE)’ △팀원 간 협력을 통해 다양한 수학 퍼즐을 해결하는 ‘매스 퍼즐(Math Puzzle)’ 등을 오전에, △팀별 토론을 통해 주어진 과제의 해법을 공유하는 ‘매스 디베이팅(Math Debating)’ △게임 형태의 수학 문제를 제한 시간 내에 푸는 ‘매스 릴레이 앤드 게임(Math Relay and Game)’ 등을 오후에 각각 소화했다.

CMDF는 여느 수학경시대회와 여러모로 차별화된다. 참가 자격이 ‘팀(3명 정원)’으로 제한되는 점부터 다르다. 출제되는 문제 역시 단순 암기식은 거의 없다. ‘참신한 생각과 독창적 방법으로 수학 원리에 접근해야 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창의적 사고력과 수학적 표현력을 중시하는) 교육부의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과 맥을 같이 하는 셈이다. 이충국 CMS에듀케이션 대표는 “흔히 수학을 ‘혼자 생각하고 풀어내는 과목’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이번 대회 역시 참가자들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함께 표현하는 수학 축제의 장”이라고 말했다. 수학 게임 부문이 추가된 점도 눈에 띈다. 대부분 숫자나 조각을 활용, 일정 규칙에 따라 퍼즐을 맞추는 형태다. 지난해에 이어 2회 연속 출전한 ‘H²O’ 팀원 강한별(경기 고양 정발초등 6년)양은 “단독 출전이 원칙인 여느 경시대회와 달리 팀원들과 함께할 수 있어 의지가 되고 혼자 참가할 때보다 훨씬 재밌다”고 말했다.

수학으로 협동하고 토론하고

 발표하는 아이
이날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프로그램은 단연 매스 디베이팅 시간이었다. 프로그램은 △팀원들이 협력해 1차 토론 과제를 해결한 후 발표지를 제출하면 △심사위원이 정답 여부와 관계없이 평균 답안 2개를 선정한 후 팀별 자유토론을 진행시키고 △그 결과를 심사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은주 CMS에듀케이션 영재교육연구소장은 “2개 팀이 대여섯 문제를 풀던 지난해 방식을 탈피, 올해는 1개 학년 30개 팀이 1개 문항을 놓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바꿨다”며 “정답 도출 과정에서 팀원들과 협력하는 법을 자연스레 배울 수 있다는 게 바뀐 형태의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토론 과정에선 팀별로 서로 다른 의견이 분분했다. 6학년 도형 관련 주제에선 “픽의 정리(‘다각형 넓이는 변의 길이와 관계없이 점의 개수만으로 구할 수 있다’는 원리)를 활용해 답을 도출했다”는 의견이, 5학년 직소퍼즐(틀 안에 일정 형태의 조각을 끼워 맞춰 완성하는 방식의 퍼즐) 관련 주제에선 “도형의 요철 부분을 수식으로 환산해 문제를 풀었다”는 의견이 각각 눈길을 끌었다. ‘노브레인’ 팀원 지수현(경기 성남 내정초등 5년)양은 “똑같은 문제도 혼자서 풀 때와 친구들과 토론하며 풀 때 느낌이 전혀 다르더라”며 “친구들의 의견을 들으며 문제에 접근하니 내가 부족한 부분을 깨달을 수 있었고 내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더욱 날을 세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대상은 디베이팅 과정에서 유일하게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 날카로운 의견을 제시한 ‘JWK’ 팀(권성현〈서울 가원초등 6년〉·정진〈서울 원명초등 6년〉·왕상연〈서울 대곡초등 6년〉군)에 돌아갔다. 권성현군은 “하나의 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생각해볼 수 있어 도움이 됐다”며 “친구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갖게 된 것도 기쁘다”고 말했다.


전문가가 알려주는 '매스 NIE' 활용법… 신문 기사, 그래프·표로 바꾸는 연습을

 수학 문제
2013학년도부터 적용되는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의 핵심 축은 ‘실생활 연계 학습’이다. 올해 CMDF가 (신문 기사 활용 형태로 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매스 NIE’ 부문을 강화한 건 그 때문이다.

매스 NIE는 쉽게 말해 ‘신문 속 사회적 이슈로 수학 이론을 파악, 학습자의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는 방법’을 일컫는다. 이은주 CMS에듀케이션 영재교육연구소장은 “상식을 넓히고 사고력을 기르는 데 NIE만 한 게 없다”며 “수학도 NIE로 접근하면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매스 NIE는 결코 어렵지 않다. 요즘 자주 언급되는 ‘여름철 전력 수급 대란’의 경우 △관련 신문 기사를 하나 구해 △논리 전개가 올바른지 파악한 후 △자신의 생각과 견줘보고 △기사 속 표·그래프의 의미를 짚어보면 된다. 아울러 △주제 관련 정보, 이를테면 ‘평균 전력사용량’ ‘전력 예비율’ ‘전기 사용 피크 시간대’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의 개념을 이해하고 △전력 사용량 감소 방안과 적정 예비 전력률 계산법 등을 생각하면 더할 나위 없다.

매스 NIE는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다. 이 소장은 “기사에 활용된 단위·그래프·표 등의 의미를 살펴보거나 나열식으로 작성된 기사를 표나 그래프로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수학적 요소가 포함된 기사를 바탕으로 문제를 만들고 풀이를 완성해보는 방식도 권할 만하다”고 귀띔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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