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8일 토요일

우리는 지금 감염병과 보이지 않는 전쟁 중

전 세계 110개국에 퍼진 '뎅기열'… 전파 속도 빠른 '웨스트나일열'
지난해 최다 해외 유입 감염병 뎅기열
정부는 국내에서 새로 발생했거나 해외에서 유입될 우려가 큰 감염병 18종을 '제4군 감염병'으로 지정해 감시하고 있다. 이번에 보고된 메르스도 해당 군(群)에 포함돼 있다.

사실 메르스가 번지기 이전,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보고된 해외 유입 감염병은 따로 있었다. 바로 뎅기열이다. 지난달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4년도 감염병 감시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뎅기열 신고 건수는 165건. 해외 유입 감염병 중 전체 41%를 차지했다. 안심할 수 없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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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기열은 동남아시아 등 열대지방에서 창궐하는 대표적인 바이러스다. 흰줄숲모기<사진>가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로 알려졌다. 뎅기열에 걸리면 온몸이 뜨거워지고, 근육·관절에 심한 통증이 온다. 홍역을 앓는 듯한 발진도 나타난다.

국내에선 생소한 편이지만, 한반도 밖에선 뎅기열 때문에 난리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해마다 전 세계 110개국 50만 명이 병원을 찾고, 약 2만5000명이 목숨을 잃는다. 특히 면역력 약한 사람에게는 아주 치명적이다. 현재까지 이렇다 할 백신이 없어서다.

진드기가 옮기는 끔찍한 감염병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라임병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도 '경계 대상 1호'다. 바이러스는 야생진드기의 일종인 작은소참진드기가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에 흔히 '살인 진드기'에 빗댄다. 증상은 심한 고열을 비롯해 구토·설사·혈소판 감소 등을 보인다.

SFTS가 처음 보고된 건 2011년 중국에서다. 한반도 국경은 불과 2년 만에 넘었다. 지난 2013년 5월 SFTS 사례가 국내에 처음으로 보고됐다. 바이러스가 번진 첫해 36건이 접수됐는데, 그중 17명이 사망했다. 지난해엔 55건 발생해 15명이 세상을 떠났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총 17명이 감염돼 4명이 숨졌다. 치사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라임병도 무시무시한 감염병이다. 진드기가 사람을 무는 과정에서 보렐리아균이 침범해 여러 기관에 병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1973년 미국 코네티컷주 라임시에서 발생해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최근 캐나다의 유명 팝스타 에이브릴 라빈(31)이 5개월간 라임병으로 투병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명칭은 제법 알려졌다.

증상은 복합적이다. 발열·두통·피로를 비롯해 근육·관절 등을 손상한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2012년 처음으로 보고됐다. 지난해엔 13명이 감염됐다.

안심할 수 없다!

웨스트나일열·유비저·치쿤구니야열
보고 사례는 극히 드문 편이지만, 웨스트나일열·유비저(類鼻疽)·치쿤구니야열도 안심할 수 없는 신종 감염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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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나일열은 웨스트나일모기<사진>에 의해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환. 39도 이상의 고열과 두통을 동반한다. 1937년 아프리카 우간다 나일 지역에서 발견된 이후 유럽·미국에 번져 수천 명의 사상자를 냈다. 2012년 1건 이후 현재까지 보고 사례가 없지만, 전파 속도가 상당히 빠르기 때문에 지속적인 감시·관리가 필요한 바이러스다.

치쿤구니야열은 열대숲모기, 흰줄숲모기 등에게 물렸을 때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 질환이다. 40도 이상의 급성 발열과 두통, 근육통, 발진, 관절통 등이 생긴다. 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에서 유행한다. 국내엔 2013년 2건, 2014년 1건씩 보고됐다.

유비저는 '코에 부스럼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바이러스 감염 초기 코에 고름이 생겨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유비저균은 주로 열대지역의 흙이나 물에 퍼져 있는데, 흙을 만지거나 고인 물을 마실 경우 감염될 우려가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폐렴이나 패혈증으로 번진다. 치사율은 무려 40%. 국내에선 2011~2014년 총 5건이 발생했다.

신종 감염병은 결국 예방이 답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메르스 유행 당시 강조됐던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건 기본이다. 해외에 나가는 사람은 반드시 해당 지역에 유행하는 감염병을 확인하고 백신이 있다면 미리 접종을 받아야 한다. 감염병의 가장 흔한 증상은 발열, 기침, 설사 등이다. 해외에 다녀온 후 해당 증세가 보인다면 보건소 등에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 신종 감염병이 발생한 지역에선 해당 감염병의 특성을 확인하고 정부가 권장하는 행동 요령을 지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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