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5일 금요일

인텔 국제과학경진대회 (ISEF)’ 국가대표 학생들을 만나다



세계 최대 경진대회서 우리 과학의 힘 알릴 거예요


4월은 ‘과학의 달’, 21일은 ‘과학의 날’입니다. 과학은 호기심에서 출발합니다. 실험을 통해 자연계의 규칙을 찾고, 그 규칙을 활용해 미래에 벌어질 일들을 예측할 수 있죠. 우리가 편리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 역시 과학의 힘이에요. 인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아인슈타인, 뉴턴, 퀴리, 에디슨도 모두 과학자랍니다. 다음달 11일에는 미래의 과학자를 꿈꾸는 전 세계의 청소년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실력을 겨룹니다. 소중이 미국 LA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과학경시대회인 ‘인텔 국제과학경진대회(ISEF)’에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하게 될 4팀의 학생들을 만나 어떤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류지석군이 만든 투표 프로그램 실행 화면. 왼쪽부터 초기화면·1차집계·3차집계가 이뤄진 모습.

1. 류지석(인천 청량중 3) 학생 

출전분야: 컴퓨터과학
작품제목: 누적투표제를 이용한 실시간 여론조사 프로그램

올해 ISEF 대회에 출품할 여론조사 프로그램을 만든 류지석군.
“투표는 합리적이면서도 체계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존의 전자투표 방식을 보완해 한눈에 보기 쉽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죠.”

인텔 ISEF 컴퓨터과학 분야 대표인 류지석군은 초등학생 때 학생회 선거 개표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투표에 참여했던 학급 임원들이 한 교실에 모여 2시간 동안 600장이 넘는 투표용지를 손으로 분류하고 있었던 것이다. 투표 프로그램을 연구한 것은 이 때부터였다.

지석군은 2년 전 열린 한국정보올림피아드 공모대회에서 ‘선호투표제를 이용한 전자투표 프로그램’이라는 과제를 만들었다. C언어(시스템 프로그래밍 언어)와 인터넷 서버를 활용한 프로그램이다. 이 작품을 개량·보완해 ISEF에 나가게 된다.

프로그램의 특징은 간단하다. 한 사람에게만 표를 주는 다수결 투표제 대신, 각 후보에 대한 순위를 매겨 모두 투표하는 선호투표제를 활용한 것이다. 다수결 투표제는 후보가 여럿일 경우 다수가 싫어하는 후보가 과반수 이하의 표로 당선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반면 선호투표제는 둘 이상의 후보가 있을 때 한 명만 뽑는 것이 아닌, 유권자가 좋아하는 순서에 따라 우선 순위를 매겨 투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선호투표제에는 투표 방식이 번거로워 투표율이 낮아질 수 있고, 집계 과정도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지석군은 여기에 컴퓨터를 활용한 전자 투표 아이디어를 반영했다. “집계 과정을 애니메이션과 그래프를 통해 쉽게 볼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프로그램은 크게 투표·집계·관리라는 3가지 항목으로 분류된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선거 안내문을 본 후, 프로그램을 통해 각 후보자에 대한 선호 순서대로 사진을 클릭하면 투표가 완료된다. 투표가 종료됨과 동시에 인터넷상의 서버에 결과가 기록되기 때문에 온라인 투표도 가능하다. 집계·관리 프로그램은 관리자만 실행할 수 있는 항목이다. 투표와 관련된 각종 자료를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3차에 걸쳐 집계가 이뤄지는 과정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번 ISEF 대회에서는 프로그램 주제가 조금 바뀔 예정이다. 투표 프로그램 대신 여론조사 프로그램으로 출전하게 된 것이다. 정식 명칭은 ‘누적투표제를 이용한 실시간 여론조사 프로그램’이다.

“요즘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덕분에 뉴스의 전달 속도가 빨라 작은 사건도 특정 후보의 지지율에 큰 변화를 주게 돼요. 투표 전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여론조사 방식이 필요합니다.” 새로 만들게 되는 프로그램은 좀 더 간단하게 바뀐다. 유권자들이 실명인증을 하고 프로그램에 접속하면, 투표와 관련된 SNS와 뉴스가 최근 순서대로 표시된다. 이를 참고해 여론조사에 응모하면 되는 방식이다.

여론조사는 한 사람에게 여러 개의 투표권이 주어지는 누적투표제로 진행된다. 선호투표제보다 방식이 간단해 투표율을 높일 수 있어서다. 만일 여론조사 응모를 다시 하고 싶을 경우 원래 자신이 투표했던 표를 모두 취소하고 다시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조사된 결과를 1시간 단위로 정리해 그래프로 보여준다.

“만일 이 프로그램이 실제 선거에 활용된다면 그래프를 통해 어떤 후보의 지지율이 급격히 상승했는지, 떨어졌는지 등을 알 수 있어요. 변화가 있는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시간의 뉴스와 SNS를 보는 것도 가능해서 선거와 관련된 중요한 사건들을 한눈에 볼 수 있을 거에요.”

근경직도 측정장비
2. 이형근·윤상진(한국과학영재학교 3) 학생 

출전분야: 공학
작품제목: 파킨슨병의 조기 진단을 위한 근경직도 측정장비

이형근·윤상진군은 인텔 ISEF 공학 분야 국가대표다. 작품 주제는 파킨슨병이다. 복싱계의 전설적인 선수인 무하마드 알리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잡은 주제다. 파킨슨병은 3대 노인성 뇌 질환 중 하나로, 근육을 조절해주는 호르몬의 분비가 안돼 근육을 제대로 쓸 수 없는 병이다.

“파킨슨병이 심각하게 진행되기 전에 일찍 발견한다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들었어요.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친구는 우선 파킨슨병을 어떻게 발견하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그 결과 의사가 환자의 손목을 직접 돌려보며 항목에 따라 주관적으로 0~5점의 점수를 부여해 파킨슨병에 걸렸는지 진단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파킨슨병 조기 진단 측정장비를 만든 이형근·윤상진군(왼쪽부터).
이 방법에는 문제가 있었다. 주관적인 점수 부여 방식이어서 정확한 상태를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환자의 증상이 약할 경우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었다. 결국 이들은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 중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인 ‘근육 경직(근육이 굳는 현상)’을 정확한 숫자로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탄성(힘을 제거하면 원래의 모양으로 되돌아가는 성질)을 공학에 접목시킨 방식이다.

환자의 근육에 일정한 힘을 가하면 손목 부근에서 근육 경직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해 자동차 페달과 비슷한 형태의 기계를 만든 것이다. 이들이 만든 ‘근경직도 측정 장비’는 손목 주변의 근육 탄성을 측정해 파킨슨병에 걸렸는지를 확인하는 장비다. 파킨슨병 환자일수록 근육이 더 뻣뻣한 특징이 있어 근육의 탄성도가 높게 측정되기 때문이다.

“손을 올려놓을 수 있는 판을 누르면 제동이 걸리고, 이 상태에서 힘을 뺐을 때 스프링의 탄력으로 손목에 일정한 힘이 가해져요. 각 부분에 힘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달아 근육의 탄성을 측정하는 방식이죠.” 이 기계를 이용해 근육의 탄성을 측정하면 파킨슨병 여부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근경직도 측정만으로는 파킨슨병을 조기에 완벽하게 진단하지 못한다. 정확도 향상, 조기진단 효율성 증가,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발이 필요했다. 쉽게 말해서 보다 정확하게 환자의 상태를 측정하고 더 편리하게 장비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ISEF 대회에서는 장비의 정확도를 개선하기 위해 측정 센서를 더욱 세밀한 것으로 바꾸고, 조기에 병을 진단하기 위해 손 떨림 현상을 측정하는 기능이 추가된다. 파킨슨병 환자의 손 떨림 진동 수는 3~4Hz인데, 이를 정확히 측정하면 파킨슨병 조기진단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장비를 조작하고 측정할 수 있는 방식도 개발 중입니다. 과거의 측정 자료를 환자가 확인할 수 있는 목록도 만들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장비를 통해 파킨슨병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3. 송채은·이선미·유지수(인천 산곡고 3) 학생 

출전분야: 물리학
작품제목: 도자기로 만든 간이편경

음악과 과학의 공통점은 일정한 원리를 가지고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특정한 음을 내기 위해 규칙적으로 만들어진 악기는 사물의 원리를 파악하는 물리학과 비슷하다. 인텔 ISEF 물리학 분야에 출전하는 송채은·이선미·유지수양은 전통 악기인 ‘편경’을 물리학으로 재탄생시켰다.
편경은 고려 시대부터 사용되던 타악기다. 나무 틀에 16개의 돌이 음높이 순서대로 매달려 있어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궁궐의 문묘제례악·종묘제례악에도 쓰였던 악기다. 하지만 복잡한 제작 방식 때문에 만들기 어려운 악기이기도 하다. 정확한 음을 내기 위해 돌을 섬세하게 깎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어려운 것이다.

작품의 이름은 ‘도자기로 만든 간이편경’이다. 도자기라는 물체의 성질을 분석해 측정하고 이를 편경에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다. 실제 편경은 ‘경석’이라는 돌로 만드는데, 잡다한 성분이 섞이지 않은 깨끗한 경석을 구하기 어려운데다 한쪽 면을 3000번 이상 갈아야 하기 때문에 만들기 까다롭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도자기를 활용했다. 경석에 비해 경제적이고 크기도 작은데다 무게까지 가볍지만 같은 음을 낼 수 있어서다.

우선 이들은 도자기를 크기와 모양에 따라 분류해 하나씩 소리를 측정하며 최대한 편경과 비슷한 소리를 내는데 힘썼다. 10개가 넘는 편경을 직접 만들며 일일이 소리를 분석해 원래의 편경 소리와 최대한 비슷해질 수 있도록 연구도 했다.

“소리를 측정할 때 변인(어떤 상황이 변화될 수 있는 요인)을 조절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음을 통제할 수 있는 변인을 설정하고, 그에 맞춰 실험해야 되는데 실험 환경이 좋지 않아 힘들었답니다.” 소리를 녹음하고 분석하려면 주변의 잡음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탄생한 도자기 편경은 기존 편경보다 맑고 아름다운 음을 낸다.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흙을 다져 공기를 제거한 후 원하는 두께를 조절해 철사로 평평하게 자른다. 그 다음 미리 만들어 놓은 틀에 맞춰 다시 한 번 자른 후 그늘에서 2주 정도 말리고 800도의 온도에서 초벌구이를 한다. 마지막으로 유약(도자기를 구울 때 덧씌우는 약)을 바른 뒤 1250도에서 다시 한 번 구워내면 완성된다. 연주하기에 최적의 온도를 분석한 결과다.

휴대하기 편하면서도 좋은 소리를 내려면 도자기의 두께를 일정하게 한 상태에서 길이를 조정해야 한다. 이들이 만든 도자기 편경은 전통 방식의 편경과는 달리 아래쪽에 관이 달려 있다. 음의 진동 수를 따져 계산한 값이 반영된 관이다. 덕분에 기존 편경보다 더 아름다운 음을 낼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 대회이기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전통 악기의 매력을 설명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도자기 편경으로 미국 전통 동요를 연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만들고 있어요. 물리학으로 도자기를 분석해 악기를 만들었다고 보여주는 것이죠.” 도자기 편경을 통해 편경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이들은 말한다.

1 나무에서 자라는 지의류.
2 바위에 붙어 자라는 지의류.
3 공원에 있는 나무에 붙은 지의류의 특징을 조사하는 제주 남녕고 팀.

4. 고민성·송현우·강정인(제주 남녕고 1) 학생 

출전분야: 환경과학
작품제목: 제주 청정 환경과 돌옷 지의류의 관계

제주도의 아름답고 깨끗한 환경도 인텔 ISEF를 통해 세계에 소개될 예정이다. 올해 ISEF 환경과학 부문 출전권을 획득한 고민성·송현우·강정인 팀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제주도의 환경을 과학에 접목시켰다.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은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지의류’를 주제로 정했다. 지의류는 돌이나 나무에 붙은 채 자라는 식물이다. 정확하게는 그늘에서 부식물을 먹고 자라는 ‘군류’와, 햇빛이 드는 곳에서 공기를 흡수해 먹이를 만드는 녹조류의 공생체(함께 살아가는 생물)다. 음지와 양지, 어떤 쪽에서든 오랜 시간 동안 살아있을 수 있기 때문에 주변 환경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기준을 나타내는 표지)가 된다. 공기가 깨끗한 지역에서만 살아 ‘청정 대기환경 지표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특히 제주도는 화산섬인데다 공기도 맑아 지의류가 다양하게 살고 있다. 도민들은 지의류를 ‘돌옷·돌꽃’으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지의류가 제주도에 어떻게 분포돼 있고, 깨끗한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발표된 적이 없기 때문에 연구 주제로 택한 것이다.

“지의류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시작한 연구여서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환경과학에 관련된 기본 개념을 확실히 하는데도 오래 걸렸죠.” 학생들은 지도교사인 이종문 선생님과 함께 산과 들을 누비며 지의류 현장조사를 시작했다. 제주보건환경연구원에도 자문을 구해 지의류를 분류하고 파악하는데 힘썼다. 그렇게 현장조사와 분석을 하며 1년 동안 연구에 열중한 결과 제주도에 살고 있는 지의류가 깨끗한 공기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지의류를 구분하고 파악했다는 점이 큰 성과였다.

이들은 제주도의 17개 지역에 있는 침엽수(바늘같이 생긴 잎을 가진 나무) 77종과 활엽수(잎이 넓은 나무) 125종에 살고 있는 지의류의 속명(민간에서 부르는 이름)을 파악했다. 지의류가 환경오염에 얼마나 민감한지, 각각의 특징은 어떤지도 조사했다. 조사에는 식물 생태조사에 사용되는 도구인 방형틀을 이용했다. “지의류가 깨끗한 공기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땅에서 1m 떨어진 높이에서 공기 측정을 했어요. 특정한 장소에 지의류가 얼마나 다양하게 모여 있는지도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사람이 많이 사는 곳에서는 지의류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았다. 반면 숲이나 공원처럼 나무가 많은 곳에서는 다양한 지의류가 발견됐다. 상대적으로 공기가 깨끗한 곳에 지의류가 다양하게 살고 있다는 뜻이다. “지의류를 종류별로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어요. 제주도에 사는 지의류의 정보는 앞으로 진행될 여러 환경 관련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세계에는 1만4000종의 지의류가 있는데 제주도에만 200여 종 이상이 살고 있다. 그만큼 지의류가 제주의 청정 환경을 증명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제주도의 깨끗한 환경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어요. 지의류와 함께 말이죠.”

*인텔 국제과학경진대회(ISEF) 
1950년부터 개최된 국제대회로 전 세계 70여 개 국가에서 500개의 과학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1500명의 학생이 모여 17개 분야에 걸쳐 경쟁을 벌인다. 매년 5월에 1주일 동안 대회가 진행되며 올해는 5월 11일부터 16일까지 미국 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총 18개 팀이 출전한다.
중앙일보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