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학교는 특목·자사고와 달리 중 1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중복 지원도 가능하다. 입학 전형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서류전형 △영재성 검사 △과학캠프의 3단계로 진행된다. 이 가운데 지원자가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서류 전형에 포함된 '자기소개서'. 영재학교의 자기소개서 문항은 보통 5~6개, 분량도 많게는 4500자에 달해 대입 못지않게 까다롭다. 영재학교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써야 할까?
자기소개서의 구체적 문항은 학교마다 다르지만, △지원동기 △수학·과학적 재능이 발현된 사례(혹은 그러한 재능을 발견한 계기)와 자기주도적 학습 경험 △인성 등에 대한 내용은 공통으로 포함된다. 고진용 와이즈만 영재교육 중등기획팀장은 "항목마다 자기의 영재성을 드러내는 구체적 사례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지원동기 문항은 '(영재학교가) 지원자를 뽑아야 하는 이유'를 묻는 문항이다. 김형준 CMS평촌영재관 원장은 "이 항목에서는 학교 인재상·교육과정과 자기 진로를 일치시켜야 한다"며 "향후 희망 진로와 이를 위해 지금까지 해온 노력, 입학 후 학업 계획 등을 잘 섞어 답변하라"고 조언했다. 희망 진로는 단순한 '의사' '과학자'보다 '~한 의사' '~한 과학자'처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게 좋다. 실제로 지난해 입시에서 합격한 A 학생은 자기소개서에서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것을 발견, 또는 발명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물리학자가 되어 현대 물리학의 어머니가 되고 싶다'는 식으로 자기 꿈을 밝혔다.
수학·과학적 재능이 발현된 사례와 자기주도적 학습 경험을 묻는 항목에서는 수상 실적 같은 결과보다는 '자기가 왜 이러한 활동(공부)을 했는가'에 초점을 맞춰 기술하는 게 좋다. 해당 활동을 어떤 계기로 하게 됐으며, 실험(탐구)에서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를 증빙자료와 함께 제시한다. 학교 수업을 받으며 흥미를 느낀 경험과 독서 등으로 관심 분야를 더 깊이 공부한 경험 등을 사례를 들어 적는다.
고 팀장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등을 꼼꼼히 살피며 각 질문에 적합한 사례를 찾아보라"며 "학생부에 기재된 사례를 중심으로 쓰면 자기소개서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자기소개서는 사례와 표현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특히 '어릴 때' '여러 가지' 같은 애매모호한 표현을 쓰지 않도록 주의한다. '어릴 때'는 '초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에'로, '여러 가지'는 '강아지, 고양이, 햄스터 등'으로 정확하게 바꿔 적는 게 효과적이다.
★애매모호한 표현 쓰지 않기
어릴 때(×)
← 초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
여러 가지(×)
← 강아지, 고양이, 햄스터 등(○)
★희망 진로 구체적으로 제시
과학자(×) ← ~한 과학자(○)
학교별로 특색 있는 문항도 있다. 경기과학고는 '특정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 본 경험'을 묻기도 한다. 이 문항은 '○○○경시대회 1등' 같은 수치상으로 보여지는 '최고'를 묻는 게 아니다. 수학·과학 분야 등에서 자신이 최고의 성취감을 느꼈던 경험을 적으면 된다. 그밖에 대구과학고는 '본교에 지원하면서 겪은 어려움',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수학·과학 이외의 활동 경험', 세종·인천 과학예술영재학교는 '융합적·예술적 사고력'을 묻는 문항이 있다.
김 원장은 "자기소개서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돼야 한다"며 "예컨대 희망진로가 수학자인 학생이 수학·과학적 탐구 사례를 묻는 문항에서 과학 관련 사례만 쓰는 것은 좋지 않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자기소개서는 지원자가 직접 써야 합니다. 부모 욕심에 자기소개서를 전문가 등에게 맡기는 경우가 있는데, 어른과 아이의 표현은 엄연히 다르거든요. 아이에게 조언은 해주되, 자기만의 표현으로 쓸 수 있게 도와주세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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