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입자’ 힉스 이후에 발견될 입자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2025년 건설하기 시작할 ‘미래원형가속기(FCC·Future Circular Collider)’가 밝혀내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9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가속기콘퍼런스(IPAC 2016)’ 참석차 방한한 FCC 설계책임자인 프랑크 치머만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박사(50)는 “FCC를 이용해 인류가 아직 한 번도 관측하지 못한 암흑물질이나 초대칭 입자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속기는 크기가 1000조분의 1m에 불과한 양성자 2개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시켜 서로 충돌하게 만든 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을 포착해 우주의 기원을 알아내는 장치다. FCC는 아직 설계되지 않았지만 미래형 가속기로 주목받고 있다.
치머만 박사는 “FCC를 둘레 80~100㎞로 설계해 프랑스와 스위스에 걸쳐 지하 200m 깊이에 만들 계획이다. 지반이 허락하는 한 크게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천안 거리가 100㎞가량 되는 만큼 이 정도 길이의 원형 가속기를 지하에 묻는 셈이다. 2012년 힉스를 찾아내며 제구실을 톡톡히 한 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는 둘레가 27㎞인데, 그 기록을 넘어서는 규모다.
2012년 힉스가 발견될 당시 양성자끼리 충돌 에너지는 125GeV(기가전자볼트)였다. 현재 LHC는 여기서 에너지를 4배가량 더 향상시켜 지난해 12월 고(高)에너지 힉스로 추정되는 입자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치머만 박사는 “FCC는 LHC보다 충돌 에너지를 10배 이상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LHC의 뒤를 이를 차세대 가속기 경쟁은 이미 불붙었다. FCC를 포함해 일본이 주도하는 국제선형가속기(ILC), 중국이 추진하는 둘레 52㎞의 원형입자가속기 등 3개가 차세대 가속기 자리를 놓고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치머만 박사는 “선형가속기는 가속관이 일자로 연결된 만큼 충돌 기회가 한 차례라 ‘원샷 원킬’ 해야 한다”며 “FCC는 원형가속기인 만큼 회전하면서 충분히 속도를 높인 후 최적의 상태에서 충돌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FCC 건설에는 국내의 강릉원주대, KAIST, 고등과학원 등 6개 기관을 포함해 23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치머만 박사는 “한국의 더 많은 기관이 FCC 프로젝트에 참여해 아시아 경쟁체제에 힘을 실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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