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양극화 심화 속 생존전략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분석 결과 과학고,
외국어고의 강세와 일반고의 부진이라는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깊어지고 있다. 대입 시스템이 수능에서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 중심으로 바뀌고, 경쟁력이 약해진 일반고가 특목고, 자율형 사립고와의 경쟁을 피하면서 이런 현상이 빚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일반고 학생들이 계속 수능 성적에서 뒤처지는 문제에 대해 교육 당국과 학교가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수능 포기, 수시 전념
일반고
입시 전문가들은 일반고 수능 성적 하락의 첫 번째 원인으로
‘수시모집 확대’를 꼽았다.
2002학년도만 해도 전체 대입 정원의 약 28%에 불과했던
수시는 2017학년도에 69.9%까지 늘었다. 대학 신입생 10명 중 7명은 수시로 들어온 셈. 또 상당수 대학은 최근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까지 없애는 추세다. 최저학력 기준이란, 학교생활기록부나 고교 성적으로 수시에 일단 합격해도, 수능에서 대학이 요구하는 일정 등급을 얻지
못하면 합격이 취소되는 것을 말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반고 학생들은 자연히 수능 중심의
정시보다는 수시에 희망을 걸고 몰릴 수밖에 없다. 같은 수능 문제를 풀어서 일반고 학생이 특목고, 자사고 학생보다 좋은 성적을 받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수능을 쉽게 내겠다’는 기조를 유지하며
2018학년도부터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등 꾸준히 수능 비중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교육 당국마저 수능 비중을 줄이는 판국에
일반고 학생들이 굳이 수능 공부에 매달리며 특목고 학생들과 경쟁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입시제도가 이렇게 변하다 보니 학생들의 대입을 지도하는 일반고
교사들도 수능과 정시를 피하고 수시에 ‘올인’하는 식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경기 지역의 한 일반고 교사는 “학교에서 상위 5% 안에 드는
학생들도 수능으로는 특목고, 자사고와 경쟁이 어렵다”며 “차라리 그 학생들에게 교내 상이나 스펙, 추천서를 몰아주고 서울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시키는 식으로 대입 전략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일반고 교사, 자사고 체제
배워야”
일반고 학생의 학력이 하락하고 수능 성적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에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지만 전망과 해법은 다소 엇갈렸다.
우선 수능만 놓고 보면 일반고가 위기지만 전체 입시판에서는
크게 불리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앞으로도 정부는 계속 수능 비중을 줄이고 수시 비중을 늘려갈
것”이라며 “어차피 수능의 중요성과 정시 모집인원이 줄기 때문에 일반고 학생들이 수능에서 밀려도 수시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대입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알반고도 학생들의 교내외 활동을 관리하고 내신에 신경 쓴다면 대입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반면 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적인 의견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현재 일반고에서 최상위권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은 수능으로는 대학 가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며 “자사고는 대부분 고3 1학기 전에 수능 범위를 다 마치고 이후에는 모의고사를 푸는 등 반복학습을 시키는데, 일반고는 수능 직전까지
진도를 끌고 간다”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일반고 졸업생들도 재수를 하면 수능에서 고득점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 등 학습잠재력은 충분하다”며
“학교와 교사가 특목고나 자사고의 교육 시스템을 배우고, 이를 일반고에 적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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