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학년도 서울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지원자들의
학교생활기록부 스펙을 분석했더니 합격자와 불합격자 간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었다는 본보의 17일자 A1·14면 기사를 본 한 학부모가 이렇게
말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내신, 수상 실적, 창의적 체험활동의 정량적
수치가 좋은 학생이 무조건 서울대에 합격한 게 아니므로 학생부종합전형이 취지에 맞게 운영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합격과
불합격의 명확한 기준을 알 수 없는 게 곧 불안감으로 다가온다.
학부모들은 공부하는 틈틈이 비교과 영역까지 준비해야 하는
자녀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한 네이버 카페에서 부산 지역 학부모는 “아이는 슈퍼맨이 아닌데 내신 상대평가는 여전하면서 동아리·봉사·경시대회
등에 지친 듯해 안쓰럽다. 아이를 낳은 게 원망스러울 정도다”라고 말했다. 고교생들이 많이 모이는 네이버 카페에서는 현재까지 학생부에 기록된
자신의 스펙을 일일이 나열하고 “이 정도면 ○○대에 갈 수 있겠느냐” “무엇을 더 해야 하느냐”고 묻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불안감에 사로잡힌 학부모 중에는 직접 자녀의 각종 스펙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 지역에 사는 한 학부모는 “(비교과 관리가 잘 안 되는) 평범한 일반고에서 아이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보내려니
컨설팅을 받고 각종 활동을 일일이 만들고 있다”며 “돈도 시간도 너무 많이 든다”고 했다. 다른 학부모는 “학생부종합전형 취지대로 모든 걸
스스로 해내는 아이도 있지만, 교내 대회나 봉사에 참여시키려고 엄마가 팀까지 짜주는 등 팔을 걷어붙이는 사례를 많이 봤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한 과도한 스펙 경쟁을 막으려면
대학이 평가 기준과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평가 자율권은 대학에 있고 학생부종합전형은 특히 정성평가다. 그러나 합격 사례나
대학에서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스펙의 사례를 공개하지 않으면 학부모들은 평가의 공정성을 믿지 못하고 일단 경쟁한다는 것.
고교 현장의 변화도 필수적이다. 어떤 학교에 다니느냐에 따라
학생부 페이지 수가 달라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경숙 건국대 책임입학사정관은 “비교과 영역을 ‘준비할 게 많고 부모의 문화자본 등 외부환경
영향이 크고 사교육 개입이 용이하다’고 하는데, 수업 방법을 개선해 정규수업 결과를 학생부에 기록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교사나 대학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이 개선점이 많지만 공교육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임병욱 인창고 교감은 “각종 동아리가 140개 운영 중이고 체육시간에 자습을 하던 분위기도 사라졌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질문·토론·발표를 한다. 학생들 활동 내용을 교사가 일일이 기록해야 해 부담이지만 학교 현장이 변화돼 교사들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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