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일 월요일

고 1 학부모 위한 '학교생활기록부' (학생부) 안내서

교내대회 수상경력만 기재.. 활동·독서 상황, 교사와 소통해야

고 1 학부모 위한 '학생부 안내서' 무단 결석·조퇴, 성실성 의심 기입 가능한 자격증 매년 달라져 '교외 활동 기재 금지' 원칙 염두 학년 종료 전, 오류 정정 가능해

고 3 자녀를 둔 엄마 김인영(45·서울 송파)씨는 고 1 때부터 아이의 학교생활기록부를 꼼꼼히 들여다 봤다. 아이의 과목별 성적과 목표대학의 내신 반영 비중 등을 살피며 '다음 시험에서 어느 과목을 더 공부해야 하는지'까지 알려줬다. 동아리·봉사 등 비교과활동 실적에도 부족한 점이 없는지를 따져 아이가 활동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게 도왔다. 김씨는 "입학사정관전형 때부터 학생부가 중요했기 때문에 고 1 때부터 학생부를 관심 있게 봤다"고 설명했다. 고 3 자녀를 둔 또 다른 학부모 이지은씨는 최근 '학생부종합전형 확대' 기사를 접하고서야 처음으로 아이 학생부를 열람했다. 이씨는 "고 1 때부터 챙겨봤다면 아이 대입 지도에 조금 더 도움이 됐을 것 같아 후회했다"고 말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크게 확대되면서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가 입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대입을 준비하려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생부를 잘 관리해야 하지만, 고 1 학부모 중에는 학생부에 어떤 항목이 있는지, 각 항목에 어떤 내용이 담기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대희 공주한일고 교사는 "예전에는 학생부가 '내신 성적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대학이 학생의 학업역량·사회성·리더십·봉사정신 등을 두루 판단하는 주요 자료"라며 "학생·학부모는 좋은 학생부를 만들기 위해 담임(교과) 교사와 잘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입시 초보인 고 1 학부모를 위한 '학생부 안내서'를 준비했다.
◇철저히 교내활동 중심 기록
학생부는 크게 열 가지 항목으로 구성됐다. ▲인적사항 ▲학적사항 ▲출결상황 ▲수상경력 ▲자격증 및 인증취득상황 ▲진로희망사항 ▲창의적 체험활동상황 ▲교과학습발달상황 ▲독서활동상황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이다. 3번째 출결상황은 대입에 크게 반영되는 항목은 아니지만, '무단' 결석·조퇴 등이 기록됐다면 얘기가 다르다. 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는 "무단 결석이나 조퇴 기록이 있다면 성실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며 "가능한 한 그런 일이 없도록 하되, 기록이 남았다면 대학 지원 시 자기소개서 등에서 이에 대해 해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5번째 자격증 및 인증취득상황의 경우, 고등학교 재학 중에 취득한 것만 기재가 가능하다. 다만, 매년 학생부에 기재 가능한 자격증 종류가 바뀌므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학생부 항목 가운데 대입에서 특히 중요하게 반영되는 것은 4번째 수상경력, 7번째 창의적 체험활동상황, 8번 교과학습발달상황, 9번째 독서활동상황이다. 이 가운데 수상경력은 '교내상'만 기재가 가능하다. 김 교사는 "수상경력은 대학이 학생의 학업역량·전공적합성 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라며 "대부분 고교가 학년 초 교육계획서 등을 통해 교내대회 개최 시기 등을 공지하므로 학생들은 미리 준비했다가 참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단 학생부에는 말 그대로 '수상 실적', 즉 결과만 기재되므로 대회 참가 과정이나 느낀 점 등은 대입 자기소개서 등에서 충실히 드러내야 한다.
7번째 창의적 체험활동상황에는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이 기재된다. 전교생이 참여하는 학교 활동에 대해서는 학생이 교사와 소통하지 않으면 '○월 ○일에 ○○활동에 참여했음' 정도로 일괄 기록될 수밖에 없다. 전 교사는 "학교가 주도한 활동이라도, 학생이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 등을 교사에게 상세히 전하면 좋은 기록을 남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교사와 소통하려면 학생이 활동할 때마다 에듀팟 등에 그 내용을 잘 기록해 둬야 합니다. 학생부는 학교·교사 상황에 따라 수시로 기록될 수도, 학기말에 일괄적으로 기록될 수도 있어요. 상황에 맞게 학생이 교사와 자주 대화하며 자신의 장점과 변화, 성장 과정 등을 알려야 합니다."
여기서 학생·학부모가 가장 염두에 둬야 하는 건 '교외 활동 기재 금지' 원칙이다. 많은 학부모가 '학교장이 승인한 활동은 모두 기재 가능하다'고 알고 있지만, 이는 오해다. 교외 활동은 교육부·교육청 및 직속기관, 교육지원청 및 소속기관에서 주관한 활동만 기재할 수 있다. ▲각종 공학어학시험 ▲교외 경시대회 ▲모의고사·전국연합학력평가 등 성적 ▲학술지 논문 게재 ▲도서 출간 ▲발명 특허 등은 학생부의 어느 항목에도 기재할 수 없다. 전 교사는 "사교육 도움을 받아 학생부 내용을 좋게 만들려는 시도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부모, 자녀 학교생활 파악 용도로 활용
'8번째 교과학습발달상황'은 그야말로 학생부의 '꽃'이다. 내신성적은 물론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세특)이 이 항목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과 교사가 기록하는 '세특'은 최근 대입에서 대학 입학사정관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이다. 단순히 내신성적만 보지 않고, 수업에서 보인 학생의 변화와 성장까지 평가하려는 대학이 많아져서다. 세특은 교과 교사가 학생당 500자가량 적을 수 있는데, 요즘은 이를 위해 수업시간에 교사 노트 등을 들고 들어가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를 관찰·메모하는 교사도 늘고 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질문·발표·토론 등을 활발히 하고, 수행평가 등도 성실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9번째 독서활동상황은 보통 학생이 자신을 읽은 책에 대해 기록을 남겼다가 담임교사에게 제출하는 과정을 거쳐 학생부에 기재된다. 학생들은 각자 독서기록장을 만들거나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에 읽은 책을 기록하는 게 좋다. 전 교사는 "그 책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책을 읽고 변화된 점은 무엇인지 등을 중심으로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사 역시 "독서활동상황이 대학에서 주목하는 항목인 만큼, 면접 시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라"고 말했다.
대학 측은 학생부를 통해 지원자의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인성' '발전가능성' 등을 주로 평가한다. 다만 학생부 항목 하나하나를 따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한다. 이석록 한국외국어대 입학사정관실장은 "예컨대 '학업역량'은 내신성적뿐 아니라 세특, 교과 관련 자율동아리 활동, 독서 활동, 수상 경력 등 다양한 항목을 연결해 보면서 평가한다"며 "비교과활동 역시 교과활동의 연계선 상에서 평가하므로, 학교 교과과정과 연결되지 않는 소논문 등의 스펙은 오히려 입시에 해(害)가 된다"고 강조했다.
학생부 기록은 학생들의 확인을 거쳐 학년 말에 완료된다. 학생·학부모는 잘못된 점이 있다면 학년이 종료되기 전 수정을 요청해야 한다. 전 교사는 "학생부 수정이 가능하다고 해서 학부모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학생에 대한 정성적 평가는 교사 재량이므로 가능한 한 이를 존중하고, 객관적 사실이 틀리지 않았는지를 중심으로 학생부를 살피라"고 권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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