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3일 금요일

0을'러브'라 부르는 테니스

0을‘러브’라 부르는 테니스

팡! 팡! 아파트 한 귀퉁이 초록색 철망 너머에서 테니스 치는 소리가 들린다. 집에서 의자 다리나 받치고 있는 테니스공이 새삼 처량해 보인다. 지금도 변함없이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연두색 공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0, 15, 30, 40?
 
1887년 영국 상류사회에서 테니스를 즐기는 장면을 그린 그림

해마다 여름이면 세계의 눈과 귀가 영국의‘윔블던’에 쏠린다. 런던 외곽의 작은 도시에 불과했던 이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올 6월에도 윔블던에서는 134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테니스대회가 열린다. 영국 상류사회의 스포츠였던 테니스가 어느새 세계인의 스포츠가 된 것이다. 윔블던이란 이름 역시 테니스를 가리키는 대명사가 됐다.

이 유명한 대회를 제대로 즐기려면 테니스에 대한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테니스 경기를 처음 보는 사람이 테니스 점수를 이해하기란 어려운 법. 점수가‘15’씩 올라가는 것 같더니‘10’이 올라갈 때도 있기 때문이다. 두 선수의 실력이 팽팽할 때면 점수는 더 이상 올라가지 않은 채 경기가 계속되기도 한다. 

테니스는 독특한 방식으로 점수를 나타낸다. 테니스 경기에서 점수는 기본적으로 15씩 올라간다. 0, 15, 30으로 올라가다가 45 차례가 되면 40으로 쓴다. 여기서 한 번 더 득점하면 한 ‘게임’을 이기게 된다.

45 대신 40을 쓰게 된 데에는 영어로 ‘45(포티파이브, forty five)’가 읽기 힘들기 때문에 40(포티,forty)로 바꿔 쓰기로 했다는 설명이 유력하다. 한때 시계의 문자판을 점수판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시계의 문자판에서 점수 0, 15, 30은 표현하기 쉽다. 하지만 45를 그대로 쓰면 듀스를 나타내기 힘들다. 45 대신 40을 쓰고 그 뒤 상황을 시계의 문자판을 활용해 표시했다는 설명이다.

tip 테니스에서 0을 러브라 부르는 이유
프랑스에서는 점수 0을 달걀이라는 뜻의 ‘뢰프(l'oeuf)’로 읽었다고 한다. 이 발음이 영어의‘러브(love)’와 비슷하다. 테니스에서는 이 발음을 가져와 0을 러브로 부른다. 0을 제로 대신 러브라 부르는 점을 보더라도 테니스가‘신사 스포츠’인 이유를 알 수 있다.
 
점수 별 부르는 방법


4단계 점수 체계

테니스는 점수를 부르는 방법만큼 점수 체계도 복잡하다. 기본적으로는‘포인트(점), 게임, 세트, 매치’라는 4단계의 점수 체계로 나뉜다. 한 선수가 먼저 4번 득점하면 1게임을 가져온다. 6게임을 가져오면 1세트를 이긴다. 보통 총 3세트 중에서 2세트를 먼저 얻으면 시합(매치)에서 승리한다. 올림픽이나 중요한 테니스 대회의 남자 단식에서는 3세트를 먼저 얻어야 승리한다.

문제는 동점일 때 발생한다. 한 게임에서 두 선수가 40:40을 기록하면 ‘듀스’라고 한다. 한 선수가연속해서 2번 득점할 때까지 그 게임은 계속된다.

한 세트에서 두 선수가 각각 5게임씩 가져왔다면‘게임듀스’에 해당한다. 원래는 한 선수가 연속해서 2게임을 얻을 때까지 경기를 계속해야 하지만, 게임 스코어가 6:6이 되면 ‘타이브레이크’를 적용한다. 동점을 깬다는 뜻으로 경기가 너무 길어지지 않게 한 조치다.

타이브레이크를 적용하면 해당 세트를 걸고 7점을 먼저 얻기 위한 게임을 치른다. 이때 점수는 0, 15, 30, 40으로 나가지 않고 0, 1, 2,…, 7로 나타낸다. 타이브레이크에서도 두 선수 모두 6점이 되면 한 선수가 2점을 연속해서 얻을 때까지 게임을 계속한다.

윔블던 테니스대회처럼 큰 대회에서는 마지막 세트에 타이브레이크를 적용하지 않는다. 즉 게임 듀스 상황에서도 한 선수가 연속해서 2게임을 얻을 때까지 계속 경기를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에서는 역사상 가장 긴 테니스 경기가 펼쳐졌다. 한 경기를 치르는 데 2박 3일간 총 11시간 5분이 걸린 것이다. 5세트의 최종 게임 스코어는 68:70이었다.
 
웜블던 대회에는 5세트에 타이브레이크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난해 미국의 존 아이스너(가장 왼쪽)와 프랑스의 니콜라 마위가 3일간 경기를 펼쳤다.
 

정구와 어떻게 다른가
 
위(Wii) 게임기의

윔블던의 짜릿함을 방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일본의 한 게임회사는 라켓 대신 리모컨을 휘두르면 TV 속 가상의 선수가 테니스 경기를 하는 게임기를 만들었다. 리모컨에 달린 적외선 카메라와 TV 위에 둔 센서 바가 신호를 주고받으며 거리와 동작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실제 공을 치는 것처럼 서브나 스매싱을 하다 보면 어느새 땀 흘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방 안에서 하는 테니스가 답답하고, 진짜 테니스는 힘들다면‘정구’가 대안이다. 테니스는 19세기 말에 일본에 처음 전해졌다. 하지만 몸이 작은 일본 사람에게 테니스는 쉽지 않은 운동이었다.테니스 라켓과 공도 구하기 힘들었다. 가벼운 라켓과 고무공을 쓰는 정구가 탄생한 이유다.

정구 라켓은 무게가 230g 정도로 300g인 테니스 라켓보다 가볍다. 정구공도 무게가 31g에 불과해 57g인 테니스공의 절반에 불과하다. 만져보면 바람이 살짝 빠진 공처럼 말랑말랑하다. 공이 가볍고 부드러워 회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바닥에서 튀어 오를 때 다양한 변화가 나타난다.

정구는 테니스 경기장과 똑같은 크기의 경기장을 쓴다. 규칙도 비슷하다. 하지만 테니스와 같이 복잡한 점수 체계는 쓰지 않는다. 4점을 먼저 얻으면 1게임을 가져온다. 단식은 5게임 중 3게임을 먼저가져오는 사람이 승리하고, 복식은 7게임 중 4게임을 먼저 가져온 팀이 승리한다. 점수도 0, 1, 2, 3으로 부른다.

우리말에서는 정구와 테니스를 비교하기 위해 부드러운 공을 쓰는 정구를‘연식 정구’, 딱딱한 공을 쓰는 테니스를 ‘경식 정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테니스보다 가벼운 라켓과 공을 쓰는 정구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네트는 직사각형보다 M 자에 가까워

테니스 경기는‘에러(실수) 게임’이라는 말이 있다. 상대 선수의 공이 네트에 걸리거나 경기장을 벗어나서 얻는 점수가 많다는 뜻이다. 상대 선수가 받아칠 수 없는 곳으로 공을 보내거나 강하게 쳐서 이기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 테니스 동호회의 경기든 프로 선수의 경기든 상대 선수의 실수로얻는 점수가 85%에 이른다는 결과도 있다. 자신의 실수를 줄이고 상대방의 실수를 유도하는 것이 테니스에서 승리하는 비결인 셈이다.

실수를 줄이려면 네트의 높이와 코트의 옆선과 뒷선의 위치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흔히 네트를 직사각형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세히 보면 알파벳‘M’에 가깝다. 네트의 한가운데에 폭 5cm의 하얀 끈을세로로 달아 네트를 강하게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네트 양 끝의 높이는 107cm, 가운데 높이는 91.4cm라서 높이 차이가 15.6cm나 된다. 테니스공의 지름이 약 6.5cm인 걸 고려하면 네트의 양 끝과 가운데는 공 2개 반 정도의 높이 차이가 난다.

그래서 네트의 가운데로 공이 지나가도록 치면 네트에 걸릴 위험이 적다. 공을 코트의 대각선 방향으로 치면 네트의 가운데를 지난다. 테니스를 칠 때 팔이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자세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 두 선수가 대각선으로 서서 공을 주고받다가 한 명이 갑자기 각도를 바꿔 네트와 수직인 방향으로 치는 경우가 있다. 공의 각도를 바꾸는 일은 공이 오는 방향으로 되받아치는 것보다 어렵다. 특히 네트의 수직 방향으로 공을 칠 때는 경기장 옆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네트 양 끝이 가운데보다 더 높다는 사실을 고려해 공의 높이도 잘 조절해야 한다.
 
방향 바꾸는 기본 전략^대각선 방향(①)으로 공으 주고 받다가 네트와 수직인 방향(②)으로 치면 상대방은 공을 되받아치기 어렵다.


플레이 앤 스테이

국제테니스연맹은 2007년 테니스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색다른 테니스‘플레이 앤 스테이’를 선보였다. 일반 테니스공보다 공의 압력을 줄여 속도를 낮췄으며, 경기장과 라켓의 크기도 줄여 초등학생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시속 200km의 서브

“얍!” 서브(서비스)를 넣는 선수의 기합소리가 경기장의 적막을 깬다. 모든 테니스 경기는 서브로 시작한다. 서브를 잘 넣으면 상대방은 서브를 받는 데 집중하느라 공을 평범하게 넘기기 일쑤다. 서브를 넣은 선수는 이 공의 방향을 예측해 자신이 원하는 공격을 이끌 수 있다.

이 때문에 서브 실력이 뛰어난 선수는 좋은 선수일 가능성이 높다. 테니스에서 서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프로 선수의 세계에서는 시속 200km의 서브가 오간다. 보통 사람은 시속 100km만 넘겨도 좋은 서브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속도가 서브의 전부는 아니다. 상대 선수가 받기힘든 위치로 공을 보내거나 공에 적당한 회전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각 서브에는 2차례 기회가 있다. 첫 번째 서브가 네트에 걸리거나 상대편 서비스 박스를 벗어나면 두 번째 서브를 넣는다. 두 번째 서브까지 실패하면 상대 선수가 점수를 얻는다. 첫 번째 서브는 대부분 강하게 넣는다. 하지만 두 번째 서브는 꼭 성공시켜야 하기 때문에 속도보다는 공에 회전을 걸어 구석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강한 서브가 유리한 경우, 효과적인 서브 방법

강한 서브가 유리한 이유

강한 서브를 넣으면(❶) 상대방은 공을 평범하게 넘기기 마련이다(❷). 공의 방향을 예측해 A 자리로 온 선수(❸)는 상대방이 받기 힘든 곳으로 공을 보낼 수 있다(❹).


효과적인 서브 방법

서브는 강한 ‘직선 서브’(❶) 외에도 상대방의 오른쪽으로 휘어나가는 ‘슬라이스 서브’(❷)와 공이 갑자기 떨어진 뒤 높이 튀어 오르는‘스핀 서브’(❸)가 효과적이다.


수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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