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5일 일요일

수학의 소금, 피타고라스 정리

고독한 미식(美式)가의 식탁


튼튼한 뿌리, 피타고라스의 정리

피타고라스가 단순히 신비로운 지식을 수집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친 것은 아닙니다. 피타고라스는 직각삼각형에 숨겨진 진리를 하나의 명제로 이끌어냅니다.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피타고라스 정리입니다. 논란이 있긴 합니다만, 피타고라스는 ‘모든 직각삼각형의 빗변 길이의 제곱은 다른 두 변 제곱의 합과 같다’는 명제를 최초로 증명한 수학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직각삼각형의 비밀을 알고 있던 바빌로니아와 이집트 학자들과 피타고라스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보편성’입니다. 고대의 학자들은 신비로운 직각삼각형의 비 몇 개를 아는 데 만족했습니다. 일반적인 직각삼각형에 대해선 관심을 갖지 않았죠.

피타고라스 정리는 기하학을 보편적인 진리의 단계로 끌어 올렸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어떤 직각삼각형의 두 변의 길이만 알면 나머지 변의 길이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고대 사회에서 기하학은 가장 실용적인 지식이었습니다. 땅의 넓이를 계산하거나 별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일이 기하학의 주된 역할이었죠. 모두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결국 기하학은 어떤 목적을 위한 도구에 머물렀습니다.

피타고라스 정리가 등장하자 상황이 달라집니다. 실용적이던 기하학이 논리적이고 추상적인 지식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흩어져 있던 지식들은 보편적인 정리로 모여, 기하학을 떠받치는 기둥이 됩니다. 여기에 고대 그리스인의 장기인 ‘연역법’이 더해지자, 기하학은 놀라운 발전을 이룹니다.

정리와 연역법을 바탕으로 한 ‘논증기하학’은 시간이 흘러 유클리드 기하학으로 완전히 꽃 피웁니다. 인류의 문명은 유클리드 기하학을 바탕으로 세워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피타고라스 정리라는 튼튼한 뿌리 위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파피루스에 적힌 유클리드의 <기하학> (기원전 1세기).


맛을 결정한다, 소금

여행인 취미인 고독한 미식가는 낯선 곳에 도착하면, 미식가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곳만의 음식을 찾아 먹어보곤 합니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맛이 참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재료와 조리법을 사용해도, 맛은 천차만별입니다. 쓰는 재료에도 차이가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양념에 있습니다.

한국의 된장국과 일본의 미소시루를 떠올려 보죠. 비슷한 재료와 조리법이지만, 맛은 분명히 다릅니다. 이유는 된장과 미소라는 양념의 차이에 있죠. 우리의 된장에 비해 일본의 미소는 단맛이 나고 냄새도 다릅니다. 만약 된장찌개를 미소로 끓인다면, ‘일본의 맛’이 느껴질 겁니다.

서로 다른 수많은 양념에도 공통점은 있습니다. 바로 소금입니다. 수학의 뿌리에 피타고라스 정리가 있는 것처럼, 모든 양념의 바탕에는 소금이 있습니다. 간장에서 케첩, 그리고 우스터 소스에 이르기까지 소금이 들어 있지 않은 양념은 거의 없습니다. 소금은 그 역사를 가늠하기 힘들만큼 오래된 양념이기도 합니다.

소금의 또 다른 매력은 ‘보존력’에 있습니다. 어떤 재료든지 소금에 절여 놓으면, 썩지 않고 오랫동안 먹을 수 있습니다. 삼투압에 의해 수분이 빠져나가고 염도가 높아지면, 박테리아나 세균이 번식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특히 고기나 생선처럼 빨리 썩는 경우에는 소금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냉장 시설이 발달하기 전까지 소금에 절인 고기와 생선은 많은 사람들에게 유일한 단백질 공급원이었습니다.


익숙한 것의 소중함

피타고라스 정리와 소금의 과거는 화려했습니다. 모두 아주 귀한 대접을 받았었죠. 소금은 곧 힘이자 돈이었습니다.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바닷가나 소금광산 같은 특수한 지역에서만 소금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죠. 소금을 독점하는 사람은 큰 돈을 벌었고, 국가는 세금으로 소금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소금을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지만, 과거의 소금은 아껴서 먹어야 할 귀한 재료였습니다.

피타고라스 정리 역시 아무나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지식이었습니다. 진리가 함부로 퍼져나가는 걸 경계한 피타고라스 학파는 몇몇 사람들에게만 비밀스럽게 지식을 전수해 줬습니다. 이런 영광을 누리기 위해선 10년 넘는 시간 동안 빵과 물에만 의지하며 금욕적인 수도생활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오늘날의 사정은 다릅니다. 소금과 피타고라스 정리는 이제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고, 알 수 있는 존재가 됐습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는 가끔 그 소중함을 잊곤 합니다. 소금이 얼마나 음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피타고라스 정리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에 얼만큼 큰 영향을 줬는지 평소에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가끔 둘의 고마움을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요?


수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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