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5일 일요일

평면나라에서 공간나라로

점에서 시작한 삼각형,사각형,원 등의 도형은 유클리드 기하학의 중심을 이룬다.과거 토지를 측량하는 것에서 출발한 유클리드 기하학은 이제 과학적 이론을 완성시키는데 필요한 위상기하학으로까지 발전했다.

주변을 둘러보자.동그란 컵,네모난 모니터, 세모난 시계 등 모든 물건들이 일정한 형태를 띠고 있다.물건만이 아니다.현대적인 건물로 불리는 건축 양식에서는 더욱 다양한 형태의 도형을 만날 수 있다.수학책에서는 별로 아름다워 보이지 않던 도형들이 새로운 삶을 부여받은 듯 한껏 자신을 뽐내고 있는 것일까.점에서 시작해 다각형,원,다면체까지 다양한 형태를 띠는 도형들은 세상을 더욱더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도형의 세계에서 막내둥이는 점이다.점은 위치만 나타내고 크기는 없다.연필로 점을 찍지만 현미경으로 확대해보면 크기가 있으므로 진짜 점은 아니다.페인트칠을 하는 원리는 점을 움직여서 면을 만드는 것이다.직선,선분,삼각형,사각형,다각형,원 등은 점으로 구성돼 있는 도형세계의 또다른 식구다.이들과 재미있는 만남을 주선하고자 한다.

세발의자와 네발의자 차이

세발의자는 밑바닥이 어떤 모양이라도 안정되게 앉을 수 있다.그러나 네발의자는 바닥이 편평해야 안정된다.그 이유는 무엇일까.세 점은 한 평면을 결정하지만 네 점은 특수한 경우에만 한 평면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바로 분제는 평면의 결정조건에 있다.그렇가면 세 점을 선분으로 이은 삼각형을 살펴보자.

대부분의 목조 건물은 벽을 쌓고 문틀을 짜서 세울 때 대개 문틀 안쪽에 버팀목을 세워 문틀을 안정시킨다.문틀은 대개 직사각형이다.이는 공간의 활용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물에 힘을 가하면 평행사변형으로 찌그러진다.정사각형이 찌그러지면 마름모꼴이 된다.그러나 삼각형에는 힘을 가해도 결코 찌그러지지 않는다.이는 삼각형은 세변의 길이가 정해지면 자동적으로 각도가 고정되기 때문이다.유럽의 건축물을 처음부터 삼각형 형태로 구조물을 여러개 만들어놓고 그것을 조립해나가는 트러스(truss) 방식을 많이 사용했다.성수대교를 비롯한 한강의 다리를 살펴보자.트러스교가 어떻게 힘을 분산시키고 있는가.

곡선 나라의 왕 '원'

곡선은 직선과 달리 수학자들을 꽤나 고생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옜날에는 원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가 수학실력을 결정하기까지 했다.원은 모두 닮은꼴이라는 사실로부터 ι/2r(ι은 원주의 길이,r은 반지름)이 모든 원에 대해 일정하다는 사실이 나온다.ι/2r=π로 원주율이라 하는데 3.1415926…로 끝이 없는 무리수다.과거 원주율 π를 계산해내는 것은 그 나라의 수학수준을 측정하는 방법이기도 했다.아르키메데스는 원에 내접한 다각형과 외접한 다각형의 둘레의 길이를 계산하는 정다각형법을 이용해 원주율을 계산했다(그림1).그 후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방법으로 원주율을 계산했다(과학동아 98년 6월호 참고).

그러면 원의 넓이는 어떻게 계산했을까.원주를 2n등분해 부채꼴로 나누고 다시 평행사변형꼴로 모은다.n을 크게 하면 평행사변형꼴은 직사각형으로 다가가면서 원의 넓이는 S=πr×r=πr²이 된다.

별로 측량기구가 없던 시대에 에라토스테네스(B.C.273-192)는 지구의 둘레를 오직 수학만으로 계산해냈다.그는 하지가 되면 이집트 시에네에 있는 우물 바로 위에 태양이 오고,같은 시각에 그곳으로부터 8백km 떨어진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양을 보면 7.2도 기울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원호의 길이는 중심각에 비례한다는 이론을 이용해(지구둘레):800km=360˚:7.2˚에서(지구둘레)=800×(360/7.2)=40000km를 알아냈다.현재알려진 4만77km과 비교하면 얼마나 정확한 것인가 알 수 있다.

'지름에서의 원주각은 항상 직각'이라는 사실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16세기 독일의 유명한 계산가 레이제(1492-1559)는 모자에 은으로 만든 컴퍼스를 꼽고 뽐내는 측량가를 만나 단시간에 누가 많은 직각을 그리는가 내기 했다.측량가가 직각자로 하나하나 직각을 그리는 동안에 레이제는 반원을 그려놓고 그 위에 많은 직각을 그렸다.물론 승이는 레이제에게 돌아갔다.지금도 공작물이 반원으로 돼 있는지를 검사하기 위해 직각자를 반원에 넣어 본다.대단하지도 않은 이야기 같지만 수학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중세에는 있을 법한 우스운 이야기다.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간단한 수학 공식들은 수학자들이 자연의 규칙성을 찾아내려고 골몰한 덕택이다.물론 그 이득은 후세의 사람들이 톡톡히 보고 있지만 말이다.

(그림1)아르키메데스의 π계산방법

닮음의 조화 A4용지

주 당의 색종이를 겹쳐 가위로 자르면 완전히 포개지는 모양을 얻을 수 있다.이때 두도형을 합동이라고 한다.이에 비해 닮음은 사진의 확대나 축소,복사기의 확대나 축소에서 경험할 수 있다.닮음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되는 복사용지에 대해 생각해보자(그림2).

(그림2)A4용지의 재단

A4,B4로 불리는 복사용지는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사용된다.구조적인 측면에서 축소나 확대에 유용하도록 재단돼 있기 때문이다.즉 2배로 복사했을 때 복사지에 있는 내용이 그래도 A3나B3로 옮겨갈 수 있게 돼 있다.원리는 간단하다.전지의 길이대 폭의 비를 x:1이라고 하자.이것을 절반으로 자른 종이의 길이대 폭의 비는 1:x/2다.두 직사각형이 닮은꼴이므로 비례식x:1=1:x/2가 성립하고 이로부터 x=$\sqrt(2)$가 된다.이렇게 전지의 폭에 대한 길이의 비를 $\sqrt(2)$로 택하면 반으로 자르는 과정에서 항상 이 비가 유지된다.도형의 닮음이 실생활에 유용한 재단에 이용돼 종이의 낭비를 막고 있다는 얘기다.

A판은 넓이가 거의 1㎡가 되도록 설계돼있다. 원판 ${A}_{0}$의 넓이는 841×1189=999949(㎟)인데841×1.414=1189.174로 확인할 수 있다.B판의 원판${B}_{0}$는 1030×1456=1499680(㎟)으로 약 1.5(㎡)가 되는데,1030×1.414=1456.42이다.

기하학이 논리적인 이유

그림의 일부를 확대한 것이 전체와 같은 모양이 될 때 자기닮음(self-similarity)이라고 하고 그런 도형을 프랙탈이라 한다.자연을 관찰하면 이런 모양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자연현상에서 카오스(chaos)가 일어나는데 이 현상을 그림으로 해석할 때에도 프랙탈이 나타난다.시어핀스키 삼각형도 간단한 형태의 프랙탈이다.삼각형에서 출발해 중점끼리 연결한 중점삼각형을 제거해나가는 식으로 계속해나가면 시어핀스키 삼각형이 만들어진다.이런 도형들을 연구하는 기하학을 프랙탈기하학이라 하는데 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표현하는 가장 강력한 수학이다.

그러면 이런 도형을 연구하는 기하학은 어떻게 발전했을까.기하학은 유클리드의 원론에서 출발한다.이것은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의 실용수학의 결과를 다듬어서 체계화시킨것으로 상당히 구조적으로 전개돼 현대 수학의 원류가 됐다.논리적으로 따지기 좋아하는 그리스인들의 성향이 기하학에까지 묻어난 것일까.그러고 보면 기하학의 성격,나아가 현대수학의 성격이 논리적으로 발달한데는 그리스인들의 역할이 크다.유클리드 기하학은 참이라고 생각되는 공리(axiom)와 공준(postulate)을 먼저 주고 삼단논법에 의해 정리(theorem)를 유도해나가는 체계를 갖는다.예를 들어 '두점은 한직선을 결정한다.'등의 공리를 주고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라는 정리를 증명하는 식이다.따라서 공리와 공준(기하학적 공리)은 누구나 인정 할 수 있는 명제여야 한다.이는 현대 수학의 체계와 거의 같다.그리스와는 다르게 다른 문명에서는 현실의 필요성에 의해 기하학이 발전했다.예를 들어 구장산술을 보면 천문관측이나 건축을 위해 기하학을 연구했음이 나타난다.

기하학의 연구 결과는 실생활에 드러나기 마련인데 그 중 재미있는 것이 동서양에서 차이를 보이는 황금비다.서양은 1:(1+$\sqrt{5}$)/2≒1:1.6를 황금분할이라 해 아름다운 것으로 여기면서 건축,회화,조각 등에서 이용했다.심지어 액자,책,명함,담배나 성냥갑도 황금비로 돼 있다.하지만 동양,특히 한국에서 기본적인 구도는 1:$\sqrt{2}$≒1:1.4의 비율을 따른다.분묘의 내부,불상,사원 등의 중요한 건축물에 1:1.4의 비는 거의 예외없이 사용된다.동서양의 미적 차이가 서로 다른 황금비를 만든 것일까.

(그림3)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성질

유클리드 기하에서 위상 기하까지

유클리드 원론에 있는 것처럼 삼각형과 원에 대해 연구하는 기하학을 유클리드 기하학이라 한다.옛날 사람들은 유클리드 기하학 이외에는 상상을 하지 못했다.그러나 새로운 기하학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발견의 출발은 평행선 공준('한 직선과 그 직선 위에 있지 않은 한 점이 주어졌을 때 그점을 지나고 그 직선과 만나지 않는 직선은 단 하나 있다.이 직선을 평행성이라 한다')이 특이하게도 다른 공리나 공준으로부터 유도될 수 있지 않을까를 증명하려고 노력한데 있다.사실상 증명이 불가능한 것을 증명하려고 노력하면서 사케리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성질들을 발견했다.결국 유클리드 기하학의 절대권위를 부정하는 행위,즉 평행성 공준을 부정해 평행선이 없다는 기하학과 평행선이 무한히 많다는 기하학이 탄생하는데 이를 비유클리드 기하학이라 한다.

구면에서 대원을 직선으로 보면 평행선이 없다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되고,단위원애서 그 원에 수직인 원이나 직선의 단위원 내부 부분을 직선으로 보면 평행선이 무한히 많다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된다.직선을 곧은선으로 보지 말고 공리나 공준을 만족하는 그 어떤 것으로 보는 결단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가우스가 토지측령을 수학적으로 처리하면서 발전시킨 곡선과 곡면의 기하학인 미분기하학으로 편입된다.

사람의 눈은 보통 원근을 구분할 줄 아는데 이는 사영기하적으로 사물을 보기 때문이다.레오나르도 다빈치의'최후의 만찬'이 아름다운 것도 사영기하학적으로 원근법이 완벽하게 구현됐기 때문이다.현재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불리는 것들도 사영기하학 없이는 탄생할 수 없는 분야다.사영기하학이 그만큼 실감나는 영상을 만다는데 기초가 된다는 말이다.

기하학은 한마디로 공간에 대한 연구이고 이러한 기하학을 대표하는 것이 위상기하학이다.위상기하학은 연속적인 변형에 의해 불변이 되는 성질을 다루는 기하학으로 양자역학에서 등장하는 방정식 등을 해석하는 방법론을 제공한다.즉 게이지변환처럼 상호작용을 표현하는 함수(예를 들어 포텐셜)를 변화시키는 특정한 규칙들에 적용된다.이 규칙에 의해 변화된 함수에 의해서도 실제적인 물리량(예를 들어 전기장)이 변하지 않으면 게이지 변환에 불변이라고 한다.맥스웰의 전자기학 이론이 게이지 변환에 불변인 것이 알려지면서 모든 가설이 이론으로 자리잡는데 이것은 필수조건이 됐다. 산의 높이를 측정하는데서 출발한 기하학이 이제 새로운 과학 이론의 출현을 돕고 있는 것이다.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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