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5일 일요일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다 쓰나

수학자들은 가장 적합한 것을 찾아야 풀리는 현대의 문제들을 수학 없이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데….수학이 걸어 온 길을 통해 그 타당성을 살펴보자.

기원전 3세기경 이탈리아 시칠리섬의 시라쿠사에는 아르키메데스(287-212 B.C.)라는 유명한 학자가 살았다.그는 임금인 히에론에게 수학을 가르치곤 했다.하루는 임금님이 그에게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다 쓰는가?"라고 물었다.

아르키메데스는 친절하게도 예를 들어 지렛대와 도르래로 무거운 물체를 들 수 있는 것 등이 모두 수학적인 원리를 이용한 것임을 보였다.또 포물선의 성질을 이용한 포물거울로 햇빛을 모아 로마함대를 무찌를 수 있었던 것도 수학의 덕분이라고 덧붙였다.하지만 아르키메데스 자신은 수학의 쓰임보다도 자연에 숨어 있는 섭리를 발견하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이었다.지금도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다 쓰는가?"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역사적으로 볼 때 수학은 인류 최초의 학문이다.고대 그리스 시대에 수학은 곧 철학이었다.화음이론,원근법,투시도,측량,천체 관측등 모든 것이 수학에서 비롯됐다.

현대 사람들이 추구하는 문제 가운데는 "가장 적합한 것을 구하는 것"이 많다.어떤 상품을 개발할 때 최대 이윤을 남기도록 하는 것에서 인공위성을 설계할 때 발생하는 문제들이 대부분 수학적으로 해결된다.과거에는 아무렇게나 만들어도 작동하던 것들이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점점 더 효율적이고 적합한 것들을 추구하기 때문이다.한마디로 수학을 떼 놓고는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보면 된다.이제 인류 최초의 학문이면서 인류 최후의 학문으로 불리는 수학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기로 하자.
 
비유클리드 기하학과 공간의 개념을 정립한 리만.

학문 탄생의 산파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들은 길이 재는 법을 가르쳐줬고,삼각형이 성질을 이용해 강을 건너지 않고도 강 너비를 알 수 있게 해줬으며,산에 오르지 않고도 산의 높이를 알 수 있도록 했다.달에 가 보지 않고도 달까지의 거리를 쟀다.고대 학문의 중심지였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관장이었던 에라토스테네스는 삼각형의 성질을 이용해 하짓날 정오에 만들어지는 막대기의 그림자를 보고 지구의 크기까지 측정했다.또 수학자들은 천체의 운동을 관측하면서 시각을 알려줬다.일년은 3백65일이며,한바쿠키 돌면 3백60도이고,일년은 12달,하루는 24시간,1분 60초라는 것 등이 모두 수학자 덕분이라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수학자들은 기하학을 바탕으로 땅의 넓이를 재는 법도 알려줬다.이것은 가을에 곡식을 얼마나 거둘 수 있는가를 예측하게 해주었으며,국가로서는 세금을 걷는 근거가 됐다.홍수로 강이 범람해 누구 땅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때에도 해결책을 제시했다.또 수학자들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이나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설계할 때 아름다운 황금비를 제안했으며,필요한 돌의 양을 미리 알려줬다.

1천5백여년이 지나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발견하고,태양을 도는 행성등의 궤도가 원이 아니라 타우너이라는 것을 발견한 케플러(1571-1630)의 업적도 그리스의 기하학이 없었다면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이처럼 수학은 시대마다 새로운 학문을 탄생시켰고 미래에도 그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을 인도하다.

일반상대성이론도 독일의 리만(1826-1866)이 비유클리드 기하학과 공간의 개념을 정립해 1854년에 발표한'리만 기하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리만 기하학은 비유클리드 기하학과 공간의 개념을 정립함으로써 아인슈타인이 시간과 공간을 하나로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양자역학과 입자물리학에도 군론과 복소수이론,확률론은 그래도 이용된다.19세기초 프랑스의 갈루아(1811-1832)는 5차 이상의 방정식에 근의 공식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를 '대칭성이론'을 도입해 완벽하게 해결했다. 이 이론은 20세기 초에 군론(group theory),체론(field theory),표현론(repre-sentation theory)으로 크게 발전했다.현재군이론은 통신을 할 때 잡음이 들어가는 것을 수정하는 방법(error correcting code)에,또는 일부러 잡음을 넣어 보안에 신경을 쓰고자 할 때도 쓰인다.

20세기 수학자들은 '유한군론과 리군(Lie group)론'을 통해 자연과 사회 및 인간의 마음에 존재하는 모든 대칭성을 찾아 그것들에 대한 도표를 만들기 시작했다.이것은 4차원 공간이나 그 이상을 설명하고 나아가 물질의 본질을 규명하는 기본 원리로 쓰였다.과학자들이 자연세계의 본질을 파헤치기 위해 찾으려고 했던 소립자들을 물질이라기보다 '대칭성의 표현'이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용카드에서 디지털 혁명까지

블랙과 숄츠 같은 수학자들은 미분방정식이 금융시장에 적용되는 것을 알아냈다.

최근에 물리학의 양자장론과 끈이론(string theory)에서도 19세기말부터 출발해 20세기말에 매듭이론(knot theory)으로 크게 발전한 위상수학(位相數學,topology)이라는 학문이 크게 쓰이고 있다.

현대 수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암호이론과 게임이론이다.암호이론과 관련해 튜링(1912-1954)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해 영국을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도움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또 20세기 경제학과 정치학,외교학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게임이론은 독일 수학자 폰노이만(1903-1957)의 작품이다.물론 튜링과 폰노이만은 컴퓨터를 발명한 장본인들이기도 하다.컴퓨터가 오늘날처럼 발전하게 된 데에는 여러 과학자들의 힘이 컸지만,수학자들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예를 들어 불(1815-1864)의 이진법 대수체계에 대한 이론은 1940년 이후 전기회로에 이용되면서 컴퓨터를 이진 회로로 동작하는 기계로 설계하도록 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공개키 암호'의 원리도 군론과 소인수분해이론이 응용된 것이다.이러한 이론은 현대사회에서 개인들이 신용카드를 쓰고,은행예금을 인출하며,e메일을 주고받으며,핸드폰을 사용하고,기업이나 국방외교의 기밀을 보장하는데 유용하게 쓰인다.

미래시대를 대표하는 용어로 불리는 디지털 혁명도 수학과 함께 시작한다.프랑스의 푸리에(1768-1830)의 이론에 따르면 모든 주기적인 현상은 sin이나 cos등 삼각함수의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이 이론은 1948년 미국의 벨 실험실(Bell Lab)의 섀논이라는 수학자의 논문 '통신의 수학적 이론'에 적용된다.이 결과로 아날로그 통신 시대는 막을 내렸꼬 디지털 혁명을 가속시켰다.현재 머리카락 굵기의 전선에 6백40만개 이상의 신호를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 수학자들의 공로란 얘기다.푸리에이론은 많은 용량의 음악을 담는 CD를 탄생시켰을 뿐 아니라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과 얼굴을 보면서 통화하는 것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다.

불의 이진법 대수체계에 대한 이론은 컴퓨터를 이진회로로 설계하는 기초가 됐다.

날씨와 미분방정식

현대인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력을 맺고있는날씨도 수학을 빼고는 설자리가 없다.태풍이 분다든지 비가 온다든지 하는 기상변화와,지진이 일어나고 해류가 흐르는 것들을 분석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미분방정식을 잘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일기예보가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는 자료를 분석하고 설계하는 수학이 어렵기 때문이다.

미분방정식과 같은 수학은 국가의 경제도 큰 영향을 미친다.현재 미국이 누리는 호황은 금융호황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금융수학의 바탕에서나 이뤄질 수 있는 말이다.1973년 블랙과 숄츠 같은 수학자들은 미분방정식 이론이 금융시장에도 잘 적용되는 것을 발견했다.금융시장의 흐름을 미분방정식을 통해 알 수 있다는 말이다.뉴욕의 금융시장에서는 수천 명의 수학자들이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어낸다.국민 연금이나,퇴직금,의료보험금 등 경제활등으로 파생되는 경영 문제와 기업평가 등은 수학자의 손에서 이뤄진다.세계 경제의 흐름을 수학자들이 이끌어낸다고 말할 수 있다.이렇게 현대 수학은 과학은 물론 경제분야와 일상 생활 전반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

수학은 이공계로 갈 사람들만 공부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이것은 큰 오해다.수학은 사람의 마음을 종합적으로 훈련시키는 학문이다.단순히 과학을 배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표현하는 방법을 제공하는 언어다.수학이 비록 실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는 면이 많다하더라도,눈에 보이는 쓰임에만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다.금전이 쓰임이 많아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사람의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니듯이,이론과 실용도 둘이 아니다.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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