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8일 수요일

우주탄생의 새 이론 태초에 거품이 있었다

우주의 대폭발 이후 1초도 되기 전에 벌어진 엄청난 격동. 연구자들은 이 우주탄생의 첫순간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프리드만'우주론에서 '인플레이션' 우주론으로의 발전은 거품 우주론으로 비약될 것인가? 초 대통일이론은 이 난제를 풀어줄 것인가?

팽창하는 우주

1929년에 먼 은하들-즉 우리 은하수와 같은 수천억개의 별의 집단들-의 운동을 당시 세계 최대인 1백인치 망원경으로 관측하던 미국 천문학자'허블'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마치 팽창하는 기체를 이루고 있는 분자들 서로 사이의 거리가 늘어나고 있듯이, 우주를 이루고 있는 은하들 서로가 차츰 멀어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의 현재 거리와 늘어나는 속도로부터 거꾸로 거슬러 계산해보면, 우주의 모든 물질이 약2백억년(2×${10}^{10}$년)한점에서 일어난 엄창나게 큰 폭발로 팽창을 시작하여 오늘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 '우주의 크기'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계산해 보자. 우선 우주의 크기란 말은 무슨 뜻인가? 오늘날 그값은 우주의 나이에 빛의 속도를 곱한 값인 '허블'의 반경 또는 우주의 '지평선거리'라고 하는 것으로 가늠할 수 있다. 왜냐하면 빛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는 없으므로 위의 값은 우주가 팽창을 시작한 이후 오늘날까지 팽창한 거리의 최대한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재 우주 크기는 약2백억 광년(1광년은 빛의 속도로 1년 걸리는 거리)이 되는 셈이다. 우주의 나이가 지금보다 적던 과거로 갈수록 이 값은 작아져서 0에 가까와진다.

오늘날 전세계의 많은 학자들이 우주의 나이가 1초보다 훨씬 적었을 때, 이를테면 우주의 크기가 1㎝ 이하로 작던 시기에 대해서 심각하게 연구를 하고 있다면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이야기로 생각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컴퓨터로 그린 북반구 하늘의 은하분포도, 1백만 가까운 은하가 있다

1백억도의 불타는 작은 공

이러한 우주의 극히 초기의 역사를 뭣 때문에 걱정해야 할까. 그것을 설영하기 위해서는 우주의 크기가 변할 때 뒤따르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인 온도의 변동을 알아야 주가 작을수록 (나이가 어릴수록)온도는 높아진다.

1965년 미국의 '펜지아스'와 '윌슨'이 발견한 우주배경전파(宇宙背景電波)는 오늘날의 우주의 온도가 2.7°K(-270.3℃)임을 처음으로 밝혀주었다. 이 전파의 색다른 점은 어느 특정한 방향이 없고 공간의 모든 방향에서 같은 세기로 들어오는 등방성(等方性)에 있다. 이는 이 전파가 2.7°K의 흑체복사(黑體輻射)임을 가리키는 것이다.

잘 알려진 흑체복사의 법칙에서 이 복사의 알맹이(광자)의 개수밀도가 1㎤당 약4백개임이 추정된다.
한편 우주지평선 안에서 관측된 은하들(약1천억개)의 질량에서 1㎤안의 물질의 알맹이(프로톤)의 개수는 위의 광자의 개수에 비해 약 10억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주는 개수로 따져서 광장가 물질입자를 약 10억대 1의 비율로 압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 비율은 복사와 물질의 상호작용이 없는 우주의 역사의 거의 대부분에 걸쳐서 일정한 상수가 된다.

그러므로 우주의 온도는 이 엄청난 개수의 광장에 의해서 정해지는 셈이다. 흑체복사의 온도는 부피의 $\frac{1}{3}$제곱에 반비례하므로 결국 우주의 온도는 우주의 크기에 반비례해서 변한다. 따라서 우주의 크기a와 T의 관계를 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aT=일정=${a}_{0}$ ${T}_{0}$(오늘날의 값)
여기서 ${a}_{0}$=2백억 광년 ≃2×${10}^{28}$cm, ${T}_{0}$=2.7°K임을 감안하면 윗식은 아래와 같이 된다.

T ≃${10}^{29}$/a

따라서 우주의 역사는 크기의 변화에 따르는 온도의 변화로 볼 수 있다. 한편 팽창의 법칙에 따르면 우주의 초기에는 a∝$\sqrt{t}$로 크기가 우주의 나이t에 비례하여 변화한다. 따라서 윗식은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T≃${10}^{10}$/$\sqrt{t}$

온도와 시간의 관계를 이 식에서 얻을 수 있다. 예컨대 t=1초일 때 즉 우주가 탄생한지 1초 후의 온도는 T≃${10}^{10}$=1백억도가 된다.
지평선의 거리 ${ℓ}_{H}$는 빛의 속도×우주의 나이이므로,

${ℓ}_{H}$=3×${10}^{10}$t

와 같이${ℓ}_{H}$는 t에 비례한다. 그런데 t가 작은 우주의 초기에는 우주의 크기가 지평선 거리보다 훨씬 커져서 우주안에서로 소식이 불통인 곳이 많아진다. 왜냐하면 두 곳의 거리가 빛이 전달될 최대거리보다 더 커지기 때문인데 이것은 우주론의 문제점의 원인이 된다.

프리드만 우주론의 고민

오늘날 우주론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우리 우주의 표준 모델은 대국적으로 보아서 '균질'·'등방'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 이른바 '프리드만'우주다. 1920년대 이후부터 관측된 사실과 잘 부합되는 모델이다. 특히 1965년 발견된 2.7°K의 우주배경전파의 놀라운 등방성(정밀도~${10}^{-4}$)과 아울러 이로부터 추정된 우주의 초기 3분무렵(T~10억도)에 일어났던 헬륨의 합성에서 계산된 헬륨의 양이, 현재 관측된 우주의 헬륨함량(수소질량의 약 $\frac{1}{3}$ )을 잘 설명해 주는 것으로도 이 모델의 정당성이 크게 뒷받침 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의 발단은 바로 우주배경 전파의 등방성에 있다. 즉 하늘의 두곳 A,B에서 우리에게 도착한 두 전파의 세기가 같기 위해선 A,B 사이에 어떤 상호작용이 과거 어느때인가 있어야 한다(그렇지 않다면 우연의 일치다!).

그런데 '프리드만'우주의 팽창법칙에 따라 계산해 보면 A,B의 두 방향이 2°(달이 4개 포개질 간격)이상 떨어져있을때 A, B 사이의 거리는 언제나 그 당시의 지평선거리(즉 작용이나 정보가 전달될 최대거리)를 넘는다. 이것을 지평선 또는 인과관계의 문제라고 한다. 이를테면 과거에 소식불통이었던 두 사람 A,B사이에 의견의 일치가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와 같다.

파장 6cm와 20cm의 전파로 얻어진 정보를 합성하여 만든 우리 은하계의 중심(붉은부분)

10억년 간의 곡예

두번째 문제는 현재 은하들의 분포와 운동에서 관측된 사실로 미루어 볼때 우리 우주는 시초에 운동에너지와 중력에너지사이의 '절묘한 균형'(~${10}^{-55}$)으로부터 그 미래가 운명지워졌다는 사실이다.

팽창의 운동에너지(>0)와 팽창을 감속하는 중력에너지(<0)가 정확하게 균형된 총에너지가 0인 우주는 평탄한(곡률0) '유클리드'공간이 무한히 팽창하는 이른바 '아인슈타인 드 시터'(Einstein-de Sitter)우주이다.

이 우주의 물질밀도(물질과 동등한 에너지 E=mc²을 포함)${ρ}_{c}$를 경계로, 이보다 큰 밀도의 우주는 중력이 더 우세해서 팽창 후 수축으로 끝장나고 만다. 반대로 ) ${ρ}_{c}$보다 작은 밀도의 우주는 운동에너지가 우세하여 팽창은 영원히 계속되다. 두 경우의 공간은 각각 공의 표명처럼 닫힌(곡률>0) 유한한 공간과 말의 안장(마치 커다란 감자튀김같은)처럼 갈수록 무한히 벌어지는 열린(곡률<0) 무한공간으로 대조된다.

현재 관측된 우주밀도는 0.01<ρ/${ρ}_{c}$<2의 범위에 있으나 우주의 초기로 갈수로 ρ/${ρ}_{c}$는 1에 가까와진다. 거꾸로 말하면 우주의 초기 밀도가 그때의 ${ρ}_{c}$보다 조금 컸더라면 우주는 먼 옛날에 팽창이 수축으로 변해서 끝장이 났을 터이고, 반대로 조금 작았더라면 팽창이 너무 빨라서 물질의 알맹이가 뭉쳐서 물질이나 은하들을 만들 틈도 없이 멀리 날라가 버렸을 것이니 우리 인간이 태어날 여지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우주가 오늘날 2백억살의 장수를 누리고 있는 까닭은 우주시초의 운동에너지와 중력에너지의 절묘한 '밸런스'에 연유한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팽창의 법칙에서 계산하면 (1―ρ/${ρ}_{c}$)는 우주의 나이t에 비례하여 변하며 t=1초 때 이 값은 ±${10}^{-20}$, t=${10}^{-35}$ 초 때는 ±${10}^{-55}$ 가 된다. 이런 세밀한 조정이 자연히 이루어졌을까? 이를테면 우주는 연필을 거꾸로 세운 곡예를 10억년 동안이나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을 '평탄성' 혹은 '우주의 장수'의 문제라고 한다.

다음의 문제는 '프리드만'우주 속에서 균질성을 깨뜨리고 있는 국부적인 은하들의 기원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 인간의 존재도 따지고 보면 은하의 형성과 연관되기 때문에 인간의 '뿌리'를 규명하는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물질의 집단은 균질한 매질의 바탕 위에 생긴 밀도의 '얼룩'으로 볼 수 있는데, 그 기원을 설명하려면 '얼룩'의 씨앗에 해당하는 시초의 조건이 꽤 까다로와진다.

우선 현재 관측된 물질집단의 크기의 서열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그 크기가 우주배경전파의 균질성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 씨앗이 너무 작으면 오늘날까지 제 크기로 자랄 수 없고, 또 너무 일찍 크면 검은 구멍(블랙홀)으로 수축해 버려서 남는 것이 없다.

'인플레이션' 우주론의 대두

1981년 미국의 젊은 물리학자 '구스'가 발표한 '인플레이션'우주의 이론은 '프리드만' 우주가 품고 있는 이러한 문제점을 한꺼번에 해결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인플레이션'이란 '프리드만'우주의 팽창(α∝t$\frac{1}{2}$)보다 훨씬 더 빠른 팽창(α∝${e}^{Ht}$, H는 상수)룰 뜻한다. '구스'는 '프리드만' 우주의 극히 초기(우주나이 ${10}^{-35}$초)에 '인플레이션'이 극히 짧은 시간(${10}^{-35}$초) 동안 일어났었다고 주장한다.

이 짧은 '인플레'동안에 우주의 크기가 ${10}^{29}$배로 폭발적으로 커져 그 후 '프리드만'우주로 이어진다는 그의 각본에 따르면, 우주는 결국 종전 보다도 ${10}^{29}$ 분의 1 작은 크기로부터 새로 시작한 셈이 된다. 이 시기의 '프리드만'우주의 크기는 직경 10㎝ 정도로 계산되지만, 인플레를 겪기 전에는 ${10}^{-28}$cm(프로톤의 크기 ${10}^{-13}$cm를 태양의 크기로 볼때 박테리아의 크기!)란 작은 존재로 되고만다.

'프리드만' 우주의 '지평선'의 문제는 먼 옛날에 우주의 크기가 지평선의 거리보다 더 커져서, 소식불통인 곳이 허다했던 사정에 연유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우주의 크기(${10}^{-28}$cm)는 이 시기의 지평선의 거리 ${10}^{-22}$cm(빛의 속도×${10}^{-32}$) 보다 훨씬 작고, 따라서 우주의 각 점은 소식이 잘 소통되어 균질한 우주배경전파를 만들 수 있게 된다.

공간의 '평탄성'의 문제도 인플레로 인한 우주크기의 폭등으로 해소된다. 왜냐하면 대응하는 곡률반경의 ${10}^{29}$배 증가는 곡률이 거의 0으로 되므로 인플레 이전의 어떤 조건에도 관계없이 평탄한 공간이 실현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이론의 강점은 인플레이션에 뒤따르는 우주의 격동으로 그 이전의 우주의 경력-초기조건과 그후의 우주의 변화 등-이 말살되어 이를테면 우주가 인플레 후에 기억상실증에 걸리는데 있다. 우주초기에 특정한 초기조건을 가정해서 현재 관측된 우주의 특성을 설명한다는 방식은 바람직한 우주론이 못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대폭발로 시작된 우주의 팽창

진공에너지와 우주의 상전이

'구스'에 의하면 우주의 인플레이션의 근원의 '진공의 에너지'에 있다. 오늘날의 물리학은 진공을 '에너지 최저의 상태'로 정의하고 있으나 그 최저에너지는 일반적으로 0이 아닐 뿐만 아니라 에너지가 다른 여러 진공의 존재가 이론적으로 또 실험적으로 알려져있다. 현재 자연현상을 지배사는 4개의 기본적인 힘인 강한 힘, 전자기의 힘, 약한 힘, 중력 가운데 처음 3개를 통일하는 대통일 이론(GUT)에 의하면, 이들의 크기의 차이(비대칭성)는 관여된 에너지(환경의 온도)의 크기가 증가함에 따라 차례로 없어져서 마침내는 세 힘의 구별이 없어져 대칭성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마치 물이 얼었을 때는 물의 분자들이 얼음의 결정축의 방향에 따라 제각기 배열되므로 전체로서 대칭성이 없으나, 빙점보다 높은 온도에서는 액체가 되어 전체로서 회전의 대칭성(회전해도 분자배열은 같게 보이는)을 이루는 것과 유사하다. 이러한 물의 상전이(相轉移)에 대응하여 대통일이론은 힘의 대칭성에 관해서 전이온도를 경계로 대칭-비대칭의 상전이를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운동법칙에 대칭성이 있을때 이 대칭성을 지닌 해(解)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 해보다도 에너지가 낮은(따라서 보다 안정한) 해가 있을 경우에는 대칭한 해는 불안정하고 '대칭성이 자발적으로 깨어진다'고 말한다.

대통일이론에 의하면 세 힘의 대칭성이 깨어지는 전이온도는 ${10}^{27}$도(에너지로 ${10}^{24}$eV)란 엄청난 높은 값이다. 이것을 실험으로 검증할 가망은 없다.

그러나 '프리드만'우주의 팽창법칙에 따르면 ${10}^{27}$도는 우주의 크기가 10㎝정도 였을때의 온도에 해당하므로 이 때를 경계로 우주는 에너지가 높은 상(相)에서 낮은 상으로(세 힘의 대칭→강한 힘+전자-약력)전이한다. 이 때 에너지의 차는 상전이의 잠열(潛熱)에 해당한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까닭은 위의 상전이가 서서히 진행할 경우, 우주는 팽창에 따라 냉각되는데도, 에너지가 높은 상에 남아서 이를테면 과냉각 상태에 머물게 된다. 냉각된 복사의 밀도는 진공의 에너지에 비하여 무시될 정도로 작아져서 물질이 없고 진공의 일정한 에너지에 의한 팽창으로 바뀐다. 이런 경우에는 팽창률 H가 일정하게(α∝${e}^{Ht}$) 된다는 것이 수십년 전에 '드시터'에 의해 이미 밝혀진 바가 있다. 이때 H²은 진공의 에너지에 비례한다.

'태초에 작고 작은 거품이 있었다'

'구스'의 이론은 인플레이션이 끝을 맺지 못하는 결함이 있었으므로 그 후 새로운 인플레 이론으로 대치되었다. 이에따르면 우리 우주는 상전이를 일으킨 수많은 진공의 '거품' 중 하나의 극히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린데'의 계산에 따르면 인플레 전후의 '거품'의 크기는 ${10}^{-20}$에서 자그마치 ${10}^{3240}$cm로 커졌다. 이 크기는 오늘날의 우주의 크기 ${10}^{28}$cm도 무색케하는 엄청난 크기임에 틀림없다.

우주의 창세기에 '태초에 진공의 작고 작은 거품이 있었다'로 시작되는 셈이다.
그러나 여기서 태초라고 한 시기는 우주의 나이 t=0, 즉 우주대폭발의 시기가 아니라 t=${10}^{-35}$초를 뜻한다. 이 때부터 t=0 사이에는 오늘날의 물리학으로 뚫지 못하는 벽이 존재한다. 이것은 '플랑크시간'으로 불리는 시간의 최소한계인 tp≃${10}^{-43}$초의 시기다. 이는 길이의 최소한계인 '플랑크길이'(ℓp≃${10}^{-33}$cm)를 빛이 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양자론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질량 m인 알맹이의 위치는 그의 콤프튼 파장 λ=ℏ/mc(ℏ: 플랑스상수, c : 광속도)이하로 확정될 수 없다. 한편 일반상대론(중력의 이론)에 의하면 알맹이의 크기가 어느 한계 ${r}_{G}$보다 작으면 자신의 중력이 너무 커져서 빛이 빠져나올 수 없어진다. 검은 구멍의 반경 ${r}_{G}$는 2Gm/c²(G : 중력상수)이다.

이 두 값이 일치할 경우가 바로 플랑크의 길이에 해당한다. 이 길이는 빛(정보)이 전달될 수 있는 최소한계에 해당한다.
이 벽을 뚫고 t=0으로 육박하기 위해선 양자론과 중력이론을 통합하는 새로운 이론(양자중력론)이 필요하다. 현재 세계의 많은 학자들이 이 이론의 완성을 향해서 온갖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 이론이 완성되기 전에는 우주의 시초(t=0)에 관한 이야기는 상상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다음의 이야기는 바로 그런 상상의 날개에 힘입은 것이다.

'수 많은 다른 우주'들

지금까지 '우리 우주'란 말을 자주 써왔지만 그렇다면 '다른 우주'가 있다는 것일까. 인간은 '코페르니쿠스'이래로 다른지구 다른 태양, 다른 은하 등으로 인식을 넓힘으로써 인간의 위치를 점점 더 보잘 것 없는 곳으로 격하시켜 왔다. 이제는 다른 우주를 생각해야 할 차례가 된 셈이다.

인플레이션의 시기에 발생했던 수많은 거품들은 모두 다른 우주라고 생각된다. 우리 우주는 그런 거품의 하나속에 든 극히 미소한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이 거품 안의 대부분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 하물며 다른 거품들에 대해서 정보를 얻을 가망은 전혀 없는 형편이다.

어떤 학자는 '우주의 집단'(sorld ensemble)이란 말로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초기조건과 기본상수(G, ℏ, c) 등의 조합으로 특징지워지는 막대한 개수의 우주들의 집단'을 가리킨다.

가령 중력상수 G의 값이 지금의 값보다 조금만 더 컸더라면, 별의 광도(∝${G}^{8}$)가 증가하여 별의 수명이 짧아지므로 생명의 발생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원자적인 상수의 값이 미세한 변동은 별 내부의 핵반응 속도에 영향을 미치고 별의 광도를 크게 좌우한다. 강한 힘의 결합상수가 2%만 더 컸더라면 쿼크로부터 프로톤이 형성되지 못하여 원소의 탄생이 전혀 불가능하게 되고, 반대로 2% 작았더라면 형성된 원소는 수소와 헬륨 뿐 그 보다 무서운 원소는 모두 불안정하여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에 생물을 구성하는 C, N, O 등의 필수원소들이 존재할 수 없다.

이렇듯 생물, 특히 지성을 가진 인간이 우주에 탄생하는데는 어려운 조건들로 겹겹이 싸인 것같다.

우주집단의 생각에서 본다면 우주에 인간이 태어난 매우 희귀한 사건은, 우리 우주가 인간의 탄생에 알맞는 초기조건과 기본 상수들을 갖춘 극히 소수의 우주들의 하나라는 사실로 바꿔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을 증명할 방법은 없다. 다른 우주와 우리 우주는 소식이 단절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주란 현재까지 약2백억년에 걸쳐서 2백억 광년(≃2×${10}^{28}$cm)의 넓은 무대에서 전개된 거대한 드라마와 같다. 우리 인간은 느즈막히(약2백만년전) 입장한 드라마의 구경꾼에 지나지 않는다.

이 드라마는 여느 것과는 달리, 시작한지 1초도 못되는 사이에 엄청난 격동의 장면-인플레이션-을 보여줬다. 이 원인이 된 진공의 에너지로부터 수 많은 물질의 알맹이들이 탄생하였다. 이 때 곳곳에 생겼던 밀도의 얼룩은 중력으로 성장하여 우주의 나이 10만년 무렵에 은하들을 형성하게 된다. 극히 최근에 이르러 지구에 인간이 탄생했다. 이 밖에 우리 인간이 구경할 방도가 없는 수많은 드라마가 구경꾼도 없이 홀로 진행되고 있는 것같다.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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