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5일 일요일

수학을 잘 해야 추리를 잘 한다

수학과 법학이 논리학과 관련이 있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 논리야 어디에나 필요한 거잖아. 
이정도 관련성이면 수학 공부를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방정식 하나 더 푼다고 논리적인 사고가 되겠어? 뭐? 수학 문제를 푸는 방법과 사건을 추리하는 방법이 같다고? 수학 문제를 풀 때도 추리가 필요하다는 건가?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사람은 확인되지 않은 어떤 사실을 확실히 증명할 필요성을 느끼고 살아가기 때문에 추리는 인생의 위대한 임무”라고 말했어요. 특히 법조인은 사건을 분석하고 법에 따라 판결을 내리는 일을 하기 때문에 일을 잘 하고 못 하는 것은 추리를 잘 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어요. 밀의 말처럼 추리는 법조인이 갖춰야 할 중요한 능력 중 하나예요.

추리에는 크게 연역추리와 귀납추리가 있어요.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적용할 법이 명확하면 연역추리를, 법은 명확한데 어떤 법을 적용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 연역추리와 귀납추리 모두 사용해요. 법이 명확하지 않을 때는 두 가지 추리를 복잡하게 사용해요. 연역추리는 여러 진술을 통해서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 내는 추리방식으로 삼단논법이 대표적이에요. 삼단논법의 기원은 수학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유클리드 원론의 첫 번째 공리는 근대 삼단논법에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삼단논법은 둘 이상의 전제로부터 새로운 결론을 이끌어 내는 방법으로 수학 기호로 나타내면 ‘p→q이고 q→r이면 p→r’이에요. 수학에서 삼단논법은 수학 문제를 풀 때, 정리를 증명할 때 쓰여요.
 
수학에 쓰이는 삼단논법, 법에 쓰이는 삼단논법

귀납추리는 경험을 바탕으로 결과를 추리하는 방법이에요. 이 추리 방법은 법 발전의 토대가 돼요. 수많은 소송의 판결을 일반화해 법을 만들기 때문이에요. ‘김 씨의 부동산 구두양도는 무효다’, …, ‘최 씨의 부동산 구두 양도는 무효다.’ 그러므로 ‘모든 부동산 구두 양도는 무효다’라고 법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수학적 귀납법의 원리는 도미노로 설명할 수 있다. 어떤 하나가 참이면 언제나 그 다음도 참임을 보이는 수학적 귀납법은 도미노의 패 하나가 쓰러지면 다음에 서 있는 패도 반드시 쓰러지는 도미노의 원리와 같기 때문이다.

귀납추리라고 하면 수학적 귀납법을 떠올리는 친구가 많아요. 하지만 귀납추리와 수학적 귀납법은 닮은 듯 다르답니다. 수학적 귀납법은 어떤 정리가 n이 1일 때 성립함을 보이고 n이 k라고 가정한 다음, k+1이 성립함을 보이면 모든 n에 대해 성립한다는 증명방법이에요. 수학적 귀납법이라는 이름을 보면 귀납추리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연역추리예요. 만약 귀납추리라면 ‘1000일 때 성립했으므로 1001때도 성립할 것이다’라고 추측할 뿐 성립함을 보일 수 없어요. 연역추리를 썼기 때문에 성립함을 보일 수 있는 것이죠.

좀 더 자세히 볼까요? 아래의 식에 따르면 홀수를 하나씩 더해 가면 홀수의 합은 그 개수의 제곱이 된다고 추측할 수 있어요.
 

귀납추리 방법이죠. 하지만 수학에선 이 방법을 증명으로 인정하지 않아요. n이 무한히 클 때 이 방법을 따를지 안 따를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렇다고 수학에서 귀납추리를 쓰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홀수의 합은 그 개수의 제곱이 되는 것 같다고 귀납추리를 하고, 즉 가설을 세운 뒤 연역추리로 증명해요.
법에서도 귀납추리에 의해 도달한 결론을 참으로 인정하지 않아요. 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만 여기죠. 따라서 수학에서처럼 귀납추리와 연역추리를 함께 사용해요.


법과 수학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 ➋ 피에르 드 페르마(1601~1665)

페르마의 정리로 유명한 페르마는 프랑스의 수학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직업은 판사였다. 오를레랑대학교에서 법학 학위를 받은 페르마는 의회의원으로 일하다가 형사법원 판사로 일했다. 페르마는 취미로 수학을 공부했는데도 불구하고 정수론과 확률론, 좌표기하학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수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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