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8일 수요일

천문학 태양계는 질서정연하지 않다

케플러법칙과 뉴턴법칙에 따르면 태양계의 모든 운동은 예측할 수 있는 질서정연한 세계다. 그러나 태양계를 비롯한 우주공간에는 수많은 카오스의 세계가 숨겨져 있다.

질서정연하게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의 운동에 관한 구체적 사실을 관측에서 끌어낸 사람은 17세기의 케플러다. 그는 행성들이 16세기 코페르니쿠스가 제안한 원궤도가 아닌 타원궤도를 따라 운동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는 흔히 원궤도가 가장 안정적이고 이상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사상은 기원전 6세기에 피타고라스가 주장한 원과 구의 조화사상에 근거한다.

일반적으로 자연계에서 완전한 구나 원을 접하기는 불가능하다. 물체들이 끊임없이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상호 작용하는 자연계에서는 원과 구형이 오히려 불안정계에 속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케플러가 경험적으로 발견한 행성의 타원궤도운동은 여러 행성들이 존재하는 태양계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다.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들. 혼돈 속에서 태양계는 질서를 찾아간다.

케플러법칙이 통하는 이유

행성운동에 관한 케플러의 3가지 경험법칙을 바탕으로 17세기에 뉴턴은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의 법칙, 즉 중력법칙을 발견했다. 뉴턴은 케플러의 3가지 경험법칙을 이론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 중력법칙을 써서 천체들의 운동을 정확히 기술했다. 초기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운동방정식을 써서 미래에 나타날 천체의 위치와 시간을 예측하고(결정론적), 또 시간을 거꾸로 돌려 과거의 운행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가역적). 이런 관점에서 뉴턴의 고전역학은 결정론적이고 가역적이다.

케플러법칙은 두 천체의 질량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천체 사이의 거리가 아주 멀리 떨어졌거나 천체의 체적이 무시될 정도로 작을 때 정확히 성립된다. 그런데 태양계에는 9개의 행성과 수많은 소행성, 그리고 혜성들이 돌고 있다. 또 행성 주위에는 많은 위성들이 돌고 있다.

이처럼 많은 천체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두 천체에만 적용되는 케플러법칙이 발견된 것은 큰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 해답은 태양 질량에 비해 행성이나 위성, 소행성, 혜성 등의 질량이 무시될 정도로 작은데 있다. 행성의 운동은 근본적으로 태양의 강한 인력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주위에 있는 다른 천체들의 인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지구의 공전운동의 경우 만약 지구와 태양만 존재한다면 공전궤도는 닫혀 있어야한다. 그러나 주위에 있는 금성, 화성, 목성 등 여러 천체들이 끊임없이 지구에 인력을 미친다. 이를 섭동이 한다. 이러한 효과가 계속 누적되어 지구의 운동은 큰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태양계 천체들은 외부 섭동에 의해 역학적 진화를 한다.

외부섭동으로 지구는 열린 궤도를 따라 공전한다. 이 때문에 지구의 근일점이 매년 65¨(초)씩 반시계방향으로 이동하고, 황도의 기울기는 약4만년 주기로 2.4˚ 정도 변한다. 궤도이심률은 약 10만년 주기로 10배 정도 변화하는데, 10만년 주기로 빙하기가 나타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또한 태양과 달에 의한 지구의 세차운동으로 춘분점이 매년 약 50¨씩 시계방향으로 이동한다. 다른 행성에서도 외부섭동에 의한 복잡한 역학적 진화가 비슷하게 일어난다.

주된 1차적 힘 외에 미치는 섭동은 기존의 계(系)가 지닌 질서에 혼돈(카오스)으로 작용된다. 계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 혼돈은 안정된 혼돈으로서 태양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주기적 섭동으로 생긴다. 천체들 사이에 에너지 교환이 일어나면 계는 새로운 평형상태로 이행해 가는데, 이 과정에서 큰 섭동을 받을 경우 심한 비선형 형태로 진행된다.

혼돈속에 존재하는 질서

외부섭동은 안정계를 불안정한 혼돈상태로 만들고, 계는 다시 스스로의 통제를 통해 새로운 안정계로 이행해 간다. 특히 주기적섭동이 미칠 경우 그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그림1)에서 행성 M주위를 도는 위성 m1은 10일 주기의 원궤도운동을, 위성m2는 20일 주기의 타원 궤도운동을 한다고 하자. 위성 m1보다 질량이 작은 위성 m2는 위성m1으로부터 섭동을 받아 불안정한 운동을 하게 된다.
(그림1) 타이탄과 하이페리온의 운동

그래서 위성m2는 외부섭동의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위성m1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위치(내합)가 가장 멀어지도록 한다. 그 결과 내합은 원지점 A에서 일어난다.

만약 두 위성을 C,D점에 둔다면 이들 사이의 거리가 가장 짧아 섭동이 최대로 미친다. 이러한 극도의 불안정한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위성 m2의 운동은 위성m1과 먼거리에서 만나도록 조절되어 최종적으로 원지점 A에서 내합이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예가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과 하이페리온 사이에서 나타난다.

가까운 행성들은 다른 행성의 섭동 때문에 자전운동에 영향을 받는다. 금성의 자전주기(243일)가 공전주기(225일)보다 긴 이유는 지구의 섭동때문이다. 즉 지구의 섭동으로 회합주기(584일)마다 동일한 금성 표면이 지구를 향하게 된다. 그래서 금성의 회합주기와 금성의 1태양일(117일)은 5대1의 비로 공명상태를 이룬다.

한편 태양에 가장 가까이 있는 수성은 태양의 강한 조석력 때문에 자전운동의 영향을 받아 공전주기(88일)와 자전주기(59일)가 3대 2의 공명상태를 이루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궤도운동과 자전운동사이에 일어나는 공명상태는 외부섭동에 의한 '안정된 혼돈'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공명상태는 주기적 섭동을 미치는 천체와 섭동을 받는 천체의 운동 주기 사이에 일정한 정수비가 이루어질 때 잘 나타난다. 그 예로 목성의 섭동 때문에 나타나는 소행성대 내의 커크우드 간격은 역학적으로 불안정한 공명지역으로서 소행성들이 존재하지 못한다. 목성의 섭동외에 주변에 많은 소행성들의 섭동을 고려할 때 소행성대는 혼돈과학으로 다뤄져야 할 영역이다.

세 천체가 서로의 인력에 묶여 운동할 때, 이를 '3체 문제' 라 한다. 일반적으로 3체문제의 일반해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질량이 다른 세 천체 중에서 한 천체의 질량이 다른 천체에 비해 무시할 정도로 작을 경우 근사적인 해가 얻어지며, 이를 '제한 3체문제'라고 한다. 이 경우에 가장 작은 천체의 상대적 위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특이점이 (그림2)처럼 5개 존재하며, 이를 라그랑제점이라고 한다. 여기서 L4,L5점은 질량이 큰 두 천체를 잇는 정삼각형의 꼭지점에 해당한다. 라그랑제점은 외부섭동을 통한 혼돈에서 나타나는 가장 안정된 지역에 해당한다.
 
(그림2) 천체운동에 존재하는 라그랑제점

실례로 태양-목성-소행성의 3체는 (그림3)과 같다. 트로이군은 10여개의 소행성들로 이뤄졌고, 이들이 태양 주위를 도는 공전주기는 목성과 같다. 토성의 위성인 텔레스토아 칼리프소는 테티스의 섭동을 받으며 안정된 궤도를 이루고, 헬레네는 디오네의 섭동을 받는다.
 
(그림3) 라그랑제점에 위치한 토성의 위성들
 
(표) 토성과 주요 위성들-토성은 태양계에서 20여개가 넘는 가장 많은 위성을 가지고 있으며, 더 발견될 가능성도 높다.

토성고리와 변광성

1980년 보이저탐사선의 현지 관측으로 토성의 고리는 그 신비스런 모습을 드러냈다. 지상에서 3개 정도 보이는 고리가 레코드 판처럼 조밀하게 수없이 많은 작은 고리로 이뤄져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그리고 고리가 없는 것으로 믿었던 카시니 간극에서도 여러개의 작은 고리들이 발견됐다.

이런 복잡한 고리 구조는 어떻게 이뤄졌으며, 또 어떻게 진화할까. 고리내 큰 간극은 소행성대 내의 커크우드 간격처럼 고리 밖에 있는 작은 위성들의 주기적 섭동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복잡한 작은 간극과 고리들의 조밀한 밀도 분포는 아직 잘 성명되지 않는다. 혼돈이 내재된 고리구조에 다양한 정보가 들어 있을 것이다. 이 정보가 무엇인지는 앞으로 혼돈 과학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안정된 듯한 태양계 내 천체들의 운동은 매우 느리게 진행되는 동역학적 혼돈상태에서 안정과 평형을 이루고 질서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와달리 매우 급변스런 혼돈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천체도 존재한다.

태양보다 큰 별이 수시간의 주기로 수축팽창하며 광도변화를 일으키는 단주기 변광성이 있다. (그림4)처럼 이 변광성의 광도변화는 매우 복잡하고 무질서해 보인다. 이것은 변광성이 간단한 선형적인 방법으로 설명되지 않는 극도의 혼돈스런 물리상태에 있음을 암시한다. 
 
(그림4) 카오스현상을 보이는 변광성의 광도변화- 점은 관측치이고 실선은 이론치이다.초기치를 변화시켜 카오스형태를 컴퓨터 시뮬레이션했다.

관측된 광도곡선은 진동수가 다른 여러개의 합성파로 재생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여러 종류의 진동이 별의 내부에서 어떻게 발생되며, 또 어떻게 진화해 갈 것인지는 잘 모르고 있다. 어떤 특정한 진화단계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혼돈은 보다 높은 차원의 질서로 이행되는 자연적이고 필수적 과정으로 짐작된다.

천체집단 내에서 각 천체의 동역학적 진화나 물리적 진화과정은 에너지의 교환율, 생성률, 전달률 등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혼돈상태가 발생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물리량의 변화율과 변화량이 지극히 클 경우 자체 제어가 빠른 시간에 쉽게 달성되지 못해 혼돈스럽게 보인다. 그러나 급변과정에서 파괴되지 않는 한 그 개체가 계는 안정과 평형상태로 이어지며 지극히 자연스러운 질서계로 진화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개체는 진화를 통해 탄생될 때와는 아주 다른 양상으로 이어지므로 탄생 때의 초기 질서를 기준으로 보면 진화는 혼돈상태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것이 엔트로피의 증가이며, 무질서의 극대화이고, 바로 자연의 조화다.

혼돈을 설명하는 기하학-프랙탈

부분과 전체가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자기 유사성'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개념을 기하학적으로 푼 것이 바로 프랙탈이다. 프랙탈의 좋은예는 코흐 눈송이 곡선, 삼각형에 자기를 닮은 삼각형을 계속해서 붙여나가면 마치 눈송이와 같은 모양이 된다. 복잡하게 보이지만 부분과 전체가 닮아있는 꼴이다.

IBM에 근무하던 폴란드 태생의 수학자 맨델브로트는 면화가격을 분석하다가 매우 무질서한 패턴 안에서 예기치 못한 질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개개의 가격변동은 임의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웠지만 매일의 가격번동과 매달의 가격변동이 완전하게 일치했던 것이다.

그가 시도한 두번째 연구는 자연계의 구조적인 불규칙성을 기술하는 방법을 찾는 일이었다. 산, 번개, 해안선, 실뭉치, 구름등을 어떻게 기하학적으로 표시할 수 있을까. 길이, 면적, 부피 등을 측정하는 유클리드식 측정 방법으로는 이러한 불규칙한 형상을 나타낼수 없다. 산은 원추형이 아니고 번개는 직선이 아니다. 그는 차원이란 개념을 도입해 이를 해결했다. 선은 1차원이고 면적은 2차원이다. 그렇다면 코흐의 눈송이는 몇차원이 될까. 계산을 해보지 않더라도 1차원보다 크고 2차원보다 크지 않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수 있다. 답은 1.2618차원. 맨델브로트는 소수차원을 통해 꼬불꼬불한 해안선을 기술한 것이다. 해안선의 불규칙 정도는 지도의 축척에 관계없이 일정한다. 즉 차원이 같은 것이다. 1975년 맨델브로트는 이러한 연구 사실들을 발표하면서 프랙탈차원이란 말을 지어냈다. 프랙탈이란 말은 라틴어 '부서지다'(frangere)를 보고 멘델브로트 자신이 지은것이다.

프랙탈은 카오스를 정량적으로 기술하는데 많이 활용되고 있다. 대동맥에서 실핏줄에 이르는 혈관은 매우 미세해질 때까지 갈라진다. 그것을 길이로 따지면 엄청나겠지만 핏줄이 차지하는 공간은 아주 작다. 마치 코흐의 눈송이 곡선이 길이는 무한하게 늘어나지만 면적은 유한한 것과 비슷하다. 그러므로 혈관은 프랙탈 구조를 지녔다고 말할수 있다. 생활속에 응용된 예로는 듀폰사에서 개발한 인공 거위털. 따뜻한 거위털의 장점은 털의 구조에 있다. 이를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었던것은 거위털을 이루는 케라틴이란 단백질이 프랙탈 구조를 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프랙탈이란 말은 이제 불규칙하고 조각나 있으며 들쭉날쭉한 형상을 묘사해내는 말이 됐다. 또한 카오스의 특징인 비선형 동력학을 기하학적으로 푸는 열쇠로 많은 연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과학동아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