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8일 수요일

사고실험으로 이어진 16세 소년의 꿈

빛과 중력의 명승부

광속으로 달릴 수만 있다면 늙지 않고 우주여행을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예언은 이 뿐이 아니다. 그는 중력에 의해 공간이 휘고, 빛이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이 존재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의 예언 중 백미는 E=mc². 다른 예언들이 시간과 우주에 대한 사고를 넓혀주었다고 한다면, 이 공식은 원자폭탄과 원자력발전소 등 인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아인슈타인의 예언들은 모두 상대성이론에서 나온 것들이다.

지금으로부터 90년 전인 1905년 아인슈타인은 "진공 속을 달리는 빛의 속도는 모든 관성계에서 같다"는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그리고 10년 후인 1915년 "질량을 가진 물체는 공간을 휘게 한다"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했다. 흔히 상대성이론이라고 하면 이 2개의 이론을 합해 말한다.

상대성이론이 다른 이론들에 비해 특별히 사랑을 받는 까닭은 뭘까. 그것은 상대성이론이 우리의 상식을 흔들어 놓기도 하지만 시간여행과 우주의 숨겨진 비밀들을 밝혀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상대성이론을 자세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이해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수학적인 지식과 물리 이론들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상대성이론은 여러번 들어도 알쏭달쏭하다. 사실 아인슈타인이 처음 상대성이론을 발표할 때만 해도 상대성이론을 이해한 과학자들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양자론은 플랑크가 처음 시작한 다음, 보어 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 디랙 파울리 등 많은 천재들의 공동 노력으로 완성된 이론이다. 그러나 양자론과 더불어 20세기 최고의 이론이라고 하는 상대성이론은 거의 아인슈타인 혼자의 힘으로 만들어졌다. 이점이 아인슈타인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아인슈타인이 어떻게 상대성이론을 만들게 됐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상대성이론의 탄생 배경을 알려면 아인슈타인이 어떤 고민을 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상대성이론의 실체를 파악해 볼 수 있고, 상대성이론이 예언했던 내용들을 살펴볼 수 있다.

특수상대성이론의 탄생 꿈 속의 빛과 경주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하기 10년 전인 1895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6세의 소년 아인슈타인은 자주 빛에 관한 꿈을 꾸었다고 한다. "나는 꿈 속에서 빛을 뒤쫓아가곤 했다. 아주 빠르게 빛을 따라가면 빛과 속도 차이가 없어져 빛이 멈추고 만다."

아인슈타인은 이 꿈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를 풀려고 노력했다. 빛이 멈추지 않으려면 빛의 속도가 더 빨라지거나, 아무리 빨리 뒤쫓아가도 빛과의 속도 차이가 좁혀져서는 안된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당시로서는 생각할 수 없었다.

어린 나이에 어쩌면 이런 생각들을 했을까. 그러나 그가 12세 때 유클리드 기하학에 관한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으며, 16세 때는 이미 독학으로 미분과 적분을 터득했다는 사실을 알면 그는 당시 많은 수학지식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빛의 속도는 1887년 마이켈슨-몰리의 실험으로 항상 일정하다는 것이 증명돼 있었다. 또 갈릴레이의 '상대성원리'에 따라 빛의 속도로 뒤쫓는다면 앞서가는 빛은 멈춰야 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아인슈타인의 고민은 계속되고 또 계속됐다. 그동안 취리히에 있는 스위스 연방공과대학을 졸업했고, 1902년 베른에 있는 스위스 연방 특허국에 들어갔다. 그는 이곳에 근무하면서 독학으로 패러데이 맥스웰 헤르츠 등이 연구했던 전자기학이론들을 섭렵했다. 또 '아카데미 올림피아'라는 조그만 토론 모임도 만들었다.

1905년에야 10년에 걸친 그의 고민이 풀리게 된다. 빛의 속도는 고전적인 상대성원리에 맞춰 덧셈과 뺄셈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아인슈타인은 발견해 낸 것이다. 빛의 속도는 관측자의 속도와 관계없이 늘 일정하다는 것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이렇게 해서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 자신의 고민을 해결했을 뿐 아니라 여러가지 예언을 포함하고 있었다. 빛과 비슷한 속도로 운동하면 시간이 느려지고 길이(거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그의 예언은 우주공간에서 뮤입자를 관찰함으로써 증명됐다. 또 스타보우(star bow) 현상과 쌍둥이 패러독스 등도 예언했다. 스타보우 현상은 빛과 비슷한 속도로 날아가면 우주의 별이 앞으로 모여드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쌍둥이 패러독스는 빛과 비슷한 속도로 날아가는 쌍둥이의 형은 지상에 남아있는 동생보다 나이를 천천히 먹는다는 것. 특수상대성이론이 만들어낸 것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E=mc²이라는 공식이다. 이 공식은 훗날 원자폭탄을 만들어냈다.
 
아인슈타인이 공부했던 취리히의 스위스 연방공과대학

일반상대성이론의 탄생 엘리베이터 사고실험에서 출발

특수상대성이론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관성계에서만 성립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이 '특수'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관성계가 아닌 곳에서도 성립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 만약 그런 것이 가능하다면 그 이론을 일반상대성이론이라고 이름지어야 할 것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하고 난 후 아인슈타인은 여전히 불만이었다. 그것은 중력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까닭이었다. 뉴턴은 중력이 순간적으로 전해진다고 했고, 이것은 천문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중력은 빛보다도 빨리 전달돼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만든 특수상대성이론과 뉴턴의 중력이론을 어떻게 절충시킬 수 있나 고민에 빠졌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에 대한 고민은 하나 둘씩 결과로 나타난다. 1907년 12월 아인슈타인은 중력에 의해 빛이 휜다는 충격적인 논문을 발표한다. 그리고 1911년에는 태양 옆을 스쳐 지나가는 빛을 관찰함으로써 빛이 휘는 정도를 잴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한다. 마침내 1915년 11월 25일 중력에 대한 고민의 완결편이라고 할 수 있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다. 그 요지는 "질량을 가진 물체는 공간을 휘게 한다"는 것이다. 그때 아인슈타인의 나이는 불과 36세였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힌트를 이렇게 얻었다고 말했다. "베른 특허국에 근무할 때 일이다. 문득 떠오른 생각은 자유낙하 실험이었다. 어떤 사람이 자유롭게 낙하한다면 그 사람은 무게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엘리베이터 사고실험'으로 일반상대성이론의 출발점이 됐다.

자유낙하하는 엘리베이터는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관성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라 그 안에 있는 빛은 직진하게 된다. 그런데 밖에 있는 관측자에게 빛은 포물선을 그리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관측자는 빛이 엘리베이터의 가속도에 의해 굽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가속도가 중력의 작용에 의한 것이므로 빛은 중력에 의해 굽는 결과가 된다. 아인슈타인은 빛이 중력의 영향을 받고 어떻게 휘는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결국 아인슈타인은 중력과 가속도는 같은 것이고, 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은 같다(등가원리)는 것을 설명함으로써 새로운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들어냈다.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들어낸 소감을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이에 비하면 어린아이 놀이였다. 내가 만들어낸 이론이 천문학의 계산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내 속에서 무엇인가가 터져 갈라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최초로 검증한 것은 바로 '수성의 근일점 이동'이었다. 16세 소년 때부터 20여년 동안 고민한 결과가 드디어 완성된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특수상대성이론과 비교할 수 없는 여러가지 충격적인 예언들을 했다. 태양 곁을 지나는 별빛이 휜다는 사실은 영국의 천문학자 에딩턴이 개기일식을 관측함으로써 증명됐다. 이 밖에도 블랙홀, 중력파 등의 존재를 예언했다.
 
1929년 아인슈타인은 막스 플랑크(왼쪽)로부터 플랑크 메달을 수여받았다.

용어설명

상대성원리
모든 관성계에서 물리법칙은 어떤 곳에서 바라보아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원리.

관성계
관측자가 일정한 상대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물리적 상태를 말한다.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기차 안의 승객들은 각각 관성계에 속한다. 관성계와 달리 가속계는 속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물리적 상태다.

관성질량과 중력질량
뉴턴 역학에는 2가지의 질량 개념이 있다. 하나는 가속도법칙 F=ma에서 등장하는 관성질량이고, 또 하나는 만유인력의 법칙, F=mg에서 등장하는 중력질량이다. 관성질량은 힘과 가속도의 비례상수로서의 질량이고 중력질량은 중력을 발생시키는 원천으로서의 질량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개념의 질량이 서로 같다는 것이 바로 '등가원리'다.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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