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5일 일요일

기하학의 새로운 탄생, 좌표평면

수학의 위대한 발견

기하학의 새로운 탄생, 좌표평면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지구 어디쯤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위도 33~43°의 북반구 중위도에 위치합니다. 만일 경도와 위도가 없다면 우리나라가 어디에 있다고 말하기 어려웠겠지요. 경도와 위도는 지구 위에 그려진 좌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학에서 좌표평면의 발견은 도형과 대수식을 연결할 수 있게 된 위대한 발견이었습니다. 경도나 위도가 우리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 줄 수 있듯이 좌표평면 위에 있는 도형을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공간을 설명하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꿔버린 좌표평면의 발견을 지금부터 살펴볼까요?



좌표평면의 발견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17세기에 살았던 프랑스의 수학자 데카르트는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해서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주로 명상을 하며 보냈는데, 그 시간은 데카르트에게 가장 생산적인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침대에 누워 있던 데카르트는 천장을 날아다니는 파리를 보면서 파리의 위치를 나타낼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천장에 바둑판처럼 격자무늬를 만들어 나타내면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좌표평면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폴로니우스는 직원뿔을 여러 평면으로 잘랐을 때 생기는 곡선을 발견했습니다. 원뿔에서 생겨났다는 의미로 원뿔곡선이라고 부르지요. 좌표평면의 발견 덕분에 포물선과 타원, 쌍곡선 등의 원뿔곡선을 식으로 표현할 방법이 생겼습니다. 좌표를 사용해 원뿔곡선을 나타내면 미지수가 2개인 이차식이 되기 때문에 원뿔곡선을 이차곡선이라고도 부릅니다.

이차곡선은 빛과 연관된 성질이 있는데 포물선, 타원, 쌍곡선의 초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포물선의 초점에서 나간 빛은 포물선 거울면에 반사되어 축과 평행하게 나갑니다. 이를 이용한 것이 자동차의 전조등이죠. 반대로 포물선의 축과 나란히 비춰지는 전파는 포물면 모양의 안테나에 반사되어 초점으로 모입니다. 따라서 접시 모양의 위성 중계 안테나를 파라볼라(포물선) 안테나라고 부릅니다.


위도와 경도

위도는 적도를 기준으로 남북 방향의 위치를 나타내는 수다. 경도는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동서 방향의 위치를 나타내는 수다.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동경, 왼쪽으로 가면 서경이라고 표시한다. 동경과 서경이 만나는 180°지점이 날짜가 변경되는 선이다.


기하학을 바꾼 좌표평면

수식을 이용한 표현과 함께 데카르트는 가로축을 x축으로, x 축에 직각인 직선을 y축으로 표시했습니다. 이와 같이 가로축과 세로축을 이용한 좌표를 직교좌표라고 합니다. 좌표축 위에 있는 도형을 수식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평면 위의 점을 나타내는 표현법이 필요한데, 이것을 순서쌍이라고 합니다. 순서쌍은 집합 A의 원소 a와 집합 B의 원소 b를 취해, 순서대로 만든 a와 b의 쌍 (a, b)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처럼 좌표평면이 있을 때 각각의 점을 x축과 y축을 집합이라 생각하면 x축에서 숫자 하나, y축에서 숫자 하나를 선택합니다. 그러면 (1,1), (2,2), (3,3)과 같은 식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죠.
 
좌표평면

데카르트의 좌표 도입으로 고대의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해석기하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생겼습니다. ‘해석기하학’은 도형에 관한 학문인 ‘기하학’과 수의 성질 및 기호에 관한 학문인 ‘대수학’을 묶은 수학의 한 분야입니다. 좌표평면에 두 개의 축, x축과 y축이 있기 때문에 함수를 식으로 나타낼 수 있게 됐습니다. 함수는 변화하는 두 대상 사이의 관계를 수학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함수의 변화를 연구하는 미적분학의 발달로 이어지게 됐답니다. 대수학과 기하학의 만남이 이뤄 낸 결과라고나 할까요?

데카르트가 좌표평면을 발견한 것은 수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입니다. 좌표평면에 음수가 쓰이기 시작했으니까요. 데카르트는 직선 위에 양수를 나타내고, 0을 기준으로 그 반대편에 음수를 나타냈습니다. 당시 존재하지 않는 가짜 수였던 음수가 존재하는 수가 된 것이지요.

우리가 배우는 수학교과서에서 유클리드 기하학과 해석기하학의 예를 찾아볼까요? 초등학교 때까지 배우는 도형과 중학교에서 배우는 도형에 관한 내용은 ‘유클리드 기하학’ 입니다. 도형의 성질을 배우고, 그 성질이 왜 그런지를 생각하고 밝히는 학문이지요. 그러나 중학교에서 좌표를 배우면서 직선의 방정식과 함수를, 그리고 고등학교 과정부터는 좌표 위에 나타내고 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배웁니다.



 
해석기하학의 창시자, 데카르트

프랑스의 물리학자, 철학자, 수학자이자 근대철학의 아버지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 철학의 근본 원리가 유명하다. 데카르트의 수학적 업적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음수에 대한 개념을 구체화하고 음수를 좌표에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쓰고 있는 좌표평면을 만들어 냈다. 즉, 기하학에 대수학을 접목시킨 해석기하학의 창시자다.


아폴로니우스의 원뿔곡선

아폴로니우스의 직원뿔을 다양한 방향에서 자르면 원, 포물선, 타원, 쌍곡선이 생긴다. 그래서 이러한 곡선을 원뿔곡선이라고 한다.
 
얼굴을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그리는 과정. 3차원 좌표 안에 정밀하게 표현한다.


무궁무진한 좌표의 활용

우선 지구에는 위선과 경선이 있습니다. 지구의 가로축인 위선과, 세로 축인 경선은 지구의 좌표입니다. 위선과 경선을 이용해서 세계 모든 나라의 위치를 쉽게 표현할 뿐만 아니라, 면적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많이 쓰고 있는 지도나 자동차 내비게이션에도 좌표는 필수적입니다.

게다가 건축 설계나 각종 비행기, 로봇, 자동차 등의 기계 설계에도 좌표가 쓰입니다. 컴퓨터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직접 손으로 그림을 그려 설계했지만, 컴퓨터의 발달로 다양한 설계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모든 작업을 컴퓨터로 하게 됐지요. 자동차 디자인, 건축 설계, 의상 디자인을 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3차원 좌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공위성이나 로켓 발사처럼 정교한 계산이 필요한 우주과학에서도 정확한 발사를 위해 좌표를 사용하고 있답니다.

‘몬스터 vs 에어리언’, ‘쿵푸팬더’와 같은 애니메이션이나, ‘서든어택’, ‘아이온’, ‘워크래프트’와 같은 3D 게임을 만들 때도 좌표가 쓰입니다. 삼각함수나, 대수, 미적분은 캐릭터의 정교한 움직임을 나타내는 기술로 쓰입니다. 이런 함수가 도형으로 나타나는 공간은 모두 좌표평면입니다.

그뿐 아니라 천문학 연구에도 좌표는 꼭 필요합니다. 천체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좌표계는 관측자의 지평선을 기준으로 한 지평좌표계와 천구의 적도를 기준으로 한 적도좌표계가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 좌표가 쓰이고 있는데, 좌표는 데카르트의 좌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좌표가 여러 분야에 쓰이면서, 각 분야마다 그 특성에 맞는 좌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수학에서는 좌표에 따라 함수의 표현 방식이 쉽거나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데카르트의 좌표평면 이후 극좌표계, 구면좌표계, 원통좌표계 등 다양한 좌표가 생겼습니다.


수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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