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5일 일요일

종이 한 장으로 접는 예술, Origami 오리가미


 
“에이~, 설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버트 제이 랭 박사의 오리가미 작품을 처음 보면 이런 말을 내뱉는다. 이 모든 것이 정사각형 종이 한 장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한 번, 실제 모습과 꼭 닮은 정교함에 또 한 번 놀라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이 ‘수학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이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오리가미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편집자주 오리가미(Origami)는 ‘종이를 접어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드는 놀이’를 뜻하는 일본어다. 또한 전 세계에서 종이접기 분야를 설명할 때 공통으로 사용하는 공식 명칭이다.

수학과 사랑에 빠진 오리가미

오늘 집중 탐구해 볼 ‘오리가미’는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 가지고 놀았던 색종이 접기와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 여기서 말하는 오리가미는 주로 정사각형 종이 한 장으로 가위나 풀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접기’만을 활용해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예술 활동을 말한다.

오리가미의 역사는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지만, 가장 오래된 흔적은 1680년경의 일본 문헌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뒤로 꾸준히 발전한 오리가미는 20세기에 들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흥미로운 연구 분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눈에 띄는 양적·질적 성장을 이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수학자들의 연구’다.

1893년 인도의 수학자 순다라 로는 기초 단계의 오리가미만을 활용해 도형의 성질을 증명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순다라는 도형의 성질을 증명하는 문제에서 증명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증명에 도움이 될 만한 새로운 도구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보게 된 오리가미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오리가미를 활용해 수학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종이접기의 기하학 연습>이라는 책을 쓰게 된다. 그는 이 책에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의 3대 작도 불능 문제 중 하나인 *임의 각 3등분 문제의 새로운 답안도 실었다.

이렇게 시작된 오리가미 연구는 최근 들어 오리가미에 숨겨진 수학적인 규칙과, 종이를 접었다 폈을 때 생기는 흔적에 대한 연구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오리가미가 전 세계 수학자들의 뜨거운 연구 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수학을 품은 한 장의 마술

주변에 보이는 작품들은 모두 로버트 제이 랭 박사가 종이 한 장으로 접어 만든 것이다. 어떻게 정사각형 종이 한 장으로 이런 섬세한 표현이 가능한 걸까? 그 비밀의 열쇠는 ‘수학’에 있다.

랭 박사의 작품과 같은 이런 복잡한 형태의 오리가미는 ‘콤플렉스 오리가미’라고 부른다. 콤플렉스 오리가미는 거의 대부분 펼친 도면(크리스 패턴)을 이용해 만든다. 펼친 도면이란, 정사각형 종이 위에 완성될 작품의 각 부위를 미리 정해 그리는 밑그림을 말한다. 펼친 도면은 종이를 접을 때, 한 장의 종이를 모두 빠짐없이 사용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누구나 한 번쯤 접어 본 종이학의 펼친 도면은 오른쪽 그림과 같다. 물론 종이학 정도의 작품을 완성할 때는 펼친 도면이 큰 힘을 발휘하지 않지만, 작품의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그 위력은 커진다.


작가들은 펼친 도면 제작 단계에서 작품의 각 부위를 대략적으로 결정한 다음, 각 부분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한다. 이때 정사각형이라는 정해진 범위 안에서 작품을 설계를 해야 하므로, 어느 한 부위의 비율이 증가하면 반드시 증가한 만큼 다른 부위의 비율은 줄어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종이학을 접을 때 꼬리를 더 길게 만들고 싶어 꼬리가 차지하는 비율을 늘리면, 늘린 만큼 다른 부위를 줄여야 하는 것이다.

또한 펼친 도면을 활용해 종이의 크기에 상관없이 각 부위의 비율이 일정한 작품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길이가 아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해 펼친 도면을 설계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때 작가들은 ‘기하학적 등분법’을 활용한다.

정사각형 종이는 가로 또는 세로로 접어 2, 4등분과 같은 짝수 등분은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3, 5등분과 같은 홀수 등분은 기준선 없이 정확히 접기가 어렵다. 그래서 작가들은 기하학적 등분법을 활용한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종이를 접어 등분을 돕는 보조선을 만드는 방법이다.

이러한 등분법은 작품을 설계할 때마다 일일이 그 위치를 계산하는 수고를 덜어 준다. 작가들은 등분법으로 설계한 임시 도면을 여러 번 접어 보며, 최대한 실제 모습과 닮아 있으면서도 접기 쉬운 방법으로 펼친 도면을 완성해 간다. 여기에 각 개인만의 창작 기법을 더하면 더욱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정사각형 3등분법

정사각형 3등분법은 실제 작가들이 사용하는 기하학적 등분법 중 하나다. 주로 펼친 도면 설계 단계에서 자주 이용한다. 보조선 없이 정사각형 종이를 정확히 3등분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들은 이 등분법을 활용한다. 다음과 같은 간단한 순서를 따라 종이를 접으면 $\frac{1}{3}$ 지점을 정확히 찾을 수 있다.


오리가미의 기본 원리는 ‘원’

오리가미는 삼각형이나 사각형과 같은 다각형으로 가득 차 있는 평면 도형을 접어 입체 도형을 만들어 내는 활동이다. 평면 상태인 도면 단계에서 정확한 설계를 할수록, 입체 상태인 완성 단계의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오리가미의 장점 중 하나는 한 가지 도안을 이용해 전혀 다른 모양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토끼의 귀 부분으로 설계 됐던 부분이, 또 다른 동물의 팔 부분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작품의 완성도와 도안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도면의 설계를 돕는 도구는 다름 아닌 ‘원’이다. 아래 그림과 같이 종이를 접는 횟수를 늘릴수록 종이에 표시되는 접은 흔적은 반원 또는 원에 가까워진다. 수학자들은 한 장에 많은 원이 그려진 펼친 도면일수록, 섬세하고 복잡한 형태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앞서 작품을 소개한 로버트 제이 랭 박사는 오리가미와 수학을 접목시켜 미국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오리가미 전문 작가다. 그는 오리가미를 수학의 눈으로 기존의 연구를 한 단계 끌어올린 선구자로 불린다. 그가 증명하고 발견한 종이접기에 관한 수학과 공학 이론은 종이접기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랭 박사의 작품 ‘나비’의 제작 과정을 자세히 살펴 보자!


특별인터뷰

로버트 제이 랭 박사의 작업실

Happy Folding!


"오리가미 세계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는 미국에서 오리가미에 담겨 있는 수학과 과학, 예술의 세계를 연구하고 있는 로버트 제이 랭 박사입니다. 이렇게 한국에 있는 ‘수학과 오리가미를 사랑하는 친구들’을 만나게 돼 영광입니다.

저는 6살 때 처음 오리가미를 운명적으로 만났습니다. 그 뒤로 오리가미와 사랑에 빠져 평생을 함께하고 있고요. 만약 제가 학창시절에 수학과 과학 공부를 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만큼 수학은 저를 이 자리에 있게끔 만들어 준 일등공신인 셈이죠.

우선 저는 머릿속으로 만들고 싶은 작품의 겉모습을 떠올립니다. 그 다음 종이와 연필을 사용하여 ‘선’으로 간단히 밑그림을 그리죠. 이 때 수학적인 생각과 이론은 큰 힘을 발휘합니다. 수학은 정해진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 주니까요. 그 다음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각 부분의 길이와 크기, 넓이를 정하고 펼친 도면을 완성합니다. 물론 실제 접어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장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때까지 모든 단계를 반복합니다.

저는 요즘 기하학 분야와 그래프 이론, 수이론, 패턴 연구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답니다. 더 나은 작품을 설계하고 제작하기 위해서죠. 앞으로도 수학의 힘을 빌려 계속 작품을 발전시킬 계획이니, 기대 많이 해 주세요!"



수학동아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