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사과

“열 개의 점 중에서 홀수점은 두 개뿐이니까, 두 홀수점 중 한 홀수점에서 한붓그리기를 시작해 다른 홀수점에서 끝나겠군.”
한붓그리기에 성공하자, 쾨니히베르크에 있는 가장 큰 건물의 문이 열렸다.

세상을 바꾼 사과

서둘러 들어가자 긴 통로가 나왔다. 등 뒤에서 문이 닫혀 버렸지만, 저 앞에 밝은 빛이 보였다. 단은 긴 통로를 지나 밖으로 나왔다. 눈앞에는 푸른 잔디가 드넓게 펼쳐져 있었고, 곳곳에 사과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그 순간 단의 머리 위로 뭔가가 떨어졌다.

“아얏, 이게 뭐야?”

단의 발 밑에 사과 한 개가 덩그러니 있었다.

‘사과?! 그렇다면 설마…?!’

사과를 보자마자 단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마침 한 손에는 사과를, 또 다른 한 손에는 프리즘을 들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단은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단이라고 해요.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정말 영광이에요!”

단은 이제껏 만났던 누구보다도 반갑게 다가가 인사했다. 남자는 조금 당황했지만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저를 잘 아시는 분이군요! 어떻게 아시는지….”

“이곳에 오자마자 머리 위로 사과 하나가 떨어졌어요. 사과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지요. 유명한 사과의 주인, 그게 바로 아저씨 맞지요?”

단이 남자가 들고 있는 사과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남자는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곧 우쭐해졌는지 웃으며 대답했다.

“허허. 저를 잘 알고 있군요. 네, 맞아요. 제가 바로 그 유명한….”

“스티브 잡스 아저씨지요! 헛, 그런데 잡스 아저씨 머리가 이렇게 길었나?”



남자의 말이 끝나기 전에 단이 확신에 찬 눈빛으로 먼저 이름을 외쳤다. 그러자 남자가 당황했다.

“아니, 저는….”

“뭐 어쨌든 아저씨가 발명한 물건이 나온 뒤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몰라요! 저도 수혜자이지요. 항상 감사하게 생각….”

“아니라고!”

단이 쉴 새 없이 떠들어대자 남자는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지르며 들고 있던 사과를 단의 입에 쑤셔 넣었다. 단은 주먹보다도 큰 사과가 입으로 들어오자 비로소 말을 멈췄다.

“난 스티브 잡스가 아니야! 내가 그보다 몇백 년이나 먼저 사과로 유명했던 사람이라고! 이 사과 때문에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혀 있지. 내가 출구 쪽으로 가기만 하면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우르르 떨어져 출구를 막아버리거든.”

“그러면…, 아! 아이작 뉴턴이요?”

기적의 해 1666년

사과를 들고 있는 남자는 17세기 과학혁명을 이끈 뉴턴이었다.

“정말 죄송해요. 하긴 스티븐 잡스는 수학자가 아니죠…. 하하.”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휴, 이렇게 굴욕적인 경우는 또 처음이군. 어머니가 대학 학비가 아깝다고 말씀하셨을 때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다고!”

뉴턴은 서운한지 입을 삐죽대면서 푸념을 했다.

“헤헤, 죄송해요. 그런데 학비 때문에 고생했다고요? 뉴턴 아저씨는 다른 위대한 수학자들처럼 대단한 집안의 사람일 줄 알았는데 의외예요.”



“우리 어머니는 교육에 무관심했어. 학비를 아까워했을 정도였다니까? 그래서 나는 스스로 돈을 벌어 학교에 다녀야 했어. 청소부터 시작해서 온갖 자질구레한 일을 하며 학비를 벌었지.”

뉴턴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힘들게 학교에 다니면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것이로군요. 정말 대단해요.”

“정확히는 말이야, 내가 남긴 업적은 대부분 고향집에서 이뤄졌어. 케임브리지 대학에 다니던 시절 런던에 흑사병이 한 번 돌았거든. 런던 근처에 있던 우리 학교는 문을 닫았지. 나도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게 됐는데, 그때 많은 일을 해냈어. 그때가 아마 1666년이었을 거야.”

“만유인력의 법칙도요?”

“응.”

“뉴턴의 운동 법칙도요?”

“맞아. 그리고 프리즘 실험으로 햇빛이 무지개색으로 나뉜다는 것도 증명했지.”

뉴턴은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1666년을 기적의 해라고 부르던 거였군요.”

“그렇게 부르더냐? 그럴 만도 하지, 후훗.”

“그럼 미적분은 언제 연구한 거예요?”

“대학 첫 학기가 시작되던 무렵 우연히 시장에 구경 갔다 천문점성술 책을 한 권 구했지. 기하학과 삼각측량과 같은 수학 내용이 담긴 책이었는데 당시 내가 읽기에는 너무 어려웠어. 그래서 나는 수학의 기본부터 알기 위해 유클리드의 <기하 원론>을 읽었지. 기하 원론은 명료한 논리에 따라 서술된 책이었어! 이후 수학에 매력에 푹 빠지게 됐지.”

“우와, 그 어려운 내용을 혼자 공부했다고요?”

“응. 그리고 대학 학부 과정이 끝날 때쯤 미적분 증명을 시작했어. 휴교령으로 고향에 돌아갔을 때는 미적분에 대한 연구를 거의 완성했지.”

“정말 대단해요! 뉴턴 아저씨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멋진 분이세요!”

“그래서 나의 업적을 기리고자 모교 케임브리지대에서는 학년이 끝날 때마다 나의 이론과 관련된 문제로 시험을 봐. ‘수학 트라이포스’라고 부르는데, 삼발이 모양의 의자 위에서 풀던 것에서 유래했어. 저기 저 의자인데, 네가 저기 앉아서 트라이포스 문제를 풀어내면 내가 풀려날 수 있을 거야.”

수학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