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5일 수요일

초·중·고교 정규 과목 지정된 SW 코딩 교육이 뭐지?

SW(소프트웨어) 코딩 교육이 학교 정규 과목으로 지정된다. 중학생은 내년 신입생부터, 초등학생은 2017학년도, 고등학생은 2018학년도부터다. 우리 아이가 공부할 과목이 하나 더 늘어나는 셈. 그런데 정확히 코딩 교육이 뭔지 감이 오질 않는다. 프로그램을 짜거나 게임을 만드는 것이 코딩이라는데, 공교육을 통해 왜 모든 아이들이 배워야 하는 걸까?


코딩 교육이란?
코딩이란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다른 말이다. 예를 들어 게임이나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 그리고 윈도나 백신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모두 코딩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영국 정부는 올가을 학기부터 초·중·고교에서 코딩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치도록 했다. 미국은 지난해 대통령이 직접 코딩 교육을 권장하고 ‘일주일에 1시간 코딩하기’라는 캠페인을 하고 있으며, 중국도 오래전부터 학생들에게 프로그래밍 교육을 시행해왔다. 그럼 우리나라의 코딩 교육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될까? 교육부에 따르면 교과 내용은 컴퓨터를 이용한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구성된다. 또 직접 컴퓨터나 태블릿 PC를 갖고 실습하는 체험 활동 위주의 학습 내용도 추가된다. 수업 시간은 중학교의 경우 1년에 34시간으로 일주일에 1시간씩 수업을 받게 된다.

왜 모든 아이들이 해야 하나?SW 코딩 교육은 프로그래머가 되는 과정을 위한 교육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산업의 빠른 발전으로 이젠 대부분의 직업군에서 컴퓨터를 필수로 사용한다. 그리고 이미 많은 업무들이 컴퓨터를 통해 자동화되고 있다. 미래학자들의 이런 예측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현존하는 직종의 80%가 20년 안에 소멸될 것이다.” 그들에 의하면 사람이 직접 손으로 하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대신 컴퓨팅적 사고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은 앞으로 미래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20년 전 기자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개인 컴퓨터의 보급이 시작되면서 컴퓨터 학원이 성행했다. 아이들에게 비주얼 베이식과 도스 같은 컴퓨터 언어를 가르치며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했다. 초등학생이 프로그램의 원리를 모두 이해할 수 없었고, 그저 정답을 도출하기 위해 공식을 외우는 것처럼 컴퓨터 언어를 습득했다. 그것이 컴퓨팅적 사고에 큰 도움을 줬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저 컴퓨터를 다루는 데 조금 친숙해졌을 뿐이다. 결국 지금의 코딩 교육 역시 그런 게 아닐까 우려된다.

이런 우려에 대해 교육부는 아이들에게 프로그램을 짜는 컴퓨터 언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쉽고 놀이 같은 툴을 이용해 코딩의 메커니즘 속에서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향상시켜주는 것이 우선이고, 주어진 미션에 대해 나만의 방법을 찾아 해결해나가며 생각의 힘을 키우는 게 주목적이라는 것이다.


코딩 교육, 현장 이야기를 들어본다강유진 강사는 뉴미디어, 정보화 교육 강의를 12년째 진행해왔으며 안랩쌤과 3CT 기반 코딩 강사 양성 과정을 수료한 후 현재 각종 기관에서 코딩 강사로 활동 중이다. 그녀는 ‘스크래치(scratch.mit.edu 참조)’라는 도구로 코딩을 가르치고 있었다. ‘스크래치’는 아이들을 위한 대표적인 프로그래밍 툴로 블록(Block)이라고 불리는 상자 모양의 명령을 마우스로 드래그해 조립, 프로그램을 구성해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컴퓨터 명령 언어를 따로 기억할 필요가 없어 특히 아이들이나 컴퓨터 초보자가 다루기 쉽다. 또 스스로 만든 블록의 결과를 바로 볼 수 있는 실행창도 있어 만들면서 계속 바꾸고 발전시키는 재미가 있다. 코딩 교육이 정식 과목으로 지정된 후 그녀는 부쩍 바빠졌다고 한다.

“코딩 교육이 생소한 학부모들을 상대로 한 강좌도 많이 열리고 있어요. 또 학교 선생님들이나 코딩 강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소규모로 그룹 강의 요청을 하시는 경우도 많아요.”

처음 강의를 들으러 오는 학부모들 중에는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많다. 기본적으로 컴퓨터는 게임을 하는 도구이며 아이들의 공부 시간을 많이 뺏는다는 좋지 않은 인식 때문이다.

“저는 그동안 UCCSNS 활용 교육을 많이 해왔지만 코딩 교육은 모든 아이들이 신나서 하는 유일한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머리를 쓰고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 나만의 코딩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한 가지 미션을 주고 답을 구하는 데도 아이들마다 제각각 여러 가지 방법이 나와요. 코딩을 생소해하던 부모님들도 아이가 해내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시죠. 수업이 끝나면 아쉬워하며 다음주에도 또 오겠다고 하고 가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녀는 코딩 교육이 문제해결력이나 창의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는 데도 매우 동의한다. 결과로 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창의력을 키워주는 과정이다.

“명령 블록으로 로봇이나 비행기 그림을 만드는 경우가 있어요. 블록이 200~300개가 있으니 여러 가지 모양의 결과들이 나올 수 있지요. 그러니까 코딩에는 정해진 답이 없는 거예요. 자기가 설계한 대로 만들어가면 되니까요. 다만 난이도라는 건 있는데, 블록의 사용 개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효율적인 운영을 한다고 볼 수 있죠.”

블록을 조합하며 생각대로 잘 되지 않을 때도 원리를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또 생각의 발전으로 원하는 것을 만들었을 때의 성취감도 상당하다. 강 강사는 창의력에 관한 교육적 효과는 오히려 초등 저학년 학생들에게 좋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3학년 정도에 시작하면 적당할 것 같아요. 아이들은 머리가 굳지 않아서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거든요. 오히려 중학생은 게임을 만드는 것 같은 구체적이고 완성된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아요.”

코딩 교육을 프로그래밍 교육이라고만 단정 짓는다면 그만큼 기대 효과도 낮아지는 것이다. 실제 아이들은 음악이나 애니메이션도 이용하고 수학 문제나 퀴즈를 만들기도 한다.

“코딩을 만들면서도 아이들은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발휘해요. 음악이나 소리에 민감한 아이들은 소리 블록을 많이 이용해 재밌게 만들고 또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직접 그린 캐릭터를 프로그래밍하는 경우도 있어요. 스토리텔링을 잘하는 아이들은 기막힌 아이디어로 화면을 구성해요. 이것이 바로 융합 교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코딩 교육에서 가장 주의할 점은 프로그래밍 완성에 집중한 나머지 아이들의 상상력을 발휘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기존 프로그래머들이 종종 어린이 코딩 교육에 관심을 갖고 배우러 오시곤 하는데요. 그분들은 그게 직업이다 보니 아이들에게 최대한 깔끔하고 유려한 프로그램을 짜는 법에 대해 자꾸 가르치려고 하시더라고요. 본질은 그게 아니라고 봅니다.”

어린이 코딩 교육의 본질은 창의력이다. ‘이렇게 짜면 돼’ 하고 모범 답안을 보여주고 따라하게 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


SW 코딩 공교육, 우려의 목소리들당장 내년부터 시작되는 코딩 교육.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은 관련 교사 인력 부족과 미비한 커리큘럼이다. 교육 시행을 선포한 정부나 교육부가 전문 교사를 양성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일부 선진국들의 분위기를 따라 준비 없이 너무 성급하게 공교육화한 것이 아니냐”라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현재는 코딩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부 학교 교사들이 개인적으로 교육연수원을 찾아다니며 배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코딩 전문가들은 코딩 교육의 특수성으로 인해 3~4일간의 교육만으로는 제대로 된 수업을 이끌어갈 수 없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상황에 맞는 예제와 문제를 짜야 하기 때문이다. 또 요즘 아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릴 정도로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데 능숙하다. 생각보다 빨리 늘어날 아이들의 실력에 교사가 뒤처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40시간 이상의 전문 교육을 받아야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또 우리나라 교육 행태가 그렇듯 아무리 좋은 취지로 만든 제도라도 결국 변질돼 학업 부담을 가중시킨다거나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이 열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점수 몇 점 더 받기 위해 학원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창의력을 가로막는 부작용이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현직 코딩 강사들에게 사교육 업체들의 제안이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고급 과정을 열어 대회에 나갈 영재들을 집중적으로 양성한다든가 혹은 이를 대입 입학사정관 전형의 하나로 개발 중인 업체들도 있다.

코딩 교육을 시작하면 어쨌든 특출하게 잘하는 아이도 있는 반면 잘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코딩 교육을 하고 있는 강사들은 이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성향과 적성의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코딩의 가장 큰 특성은 다양성이다. 아이들의 결과물을 획일화된 점수 매기기가 아닌 코딩의 특성에 적합한 다른 평가 방법을 시행하는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코딩 교육 맛보기Hopscotch(무료/iOS 전용)프로그래밍의 원리를 배우고 적용해볼 수 있는 어린이 프로그래밍 교육 앱. 캐릭터의 움직임, 댄스 모션, 흐름을 설정하고 상호작용하게 만들 수 있다. ‘부모가 선정한 앱 골든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2014년에는 ‘베스트 에듀케이셔널 테크놀로지’로 선정됐다.

Move The Turtle. Programming For Kids($4.39/iOS 전용)
5세 이상의 아이부터 프로그래밍을 학습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교육 앱으로 ‘부모들이 선정한 앱 골든 어워드’를 수상한 바 있다. 학습 전략을 이용해 주인공 거북이를 조종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프로그래밍 스타일을 익힐 수 있다. 게임의 진행 상황을 따라 점점 복잡한 프로그래밍 스타일을 제공, 점진적인 학습이 이뤄진다.

Cargo-Bot(무료/iOS 전용)
게임을 통해 프로그래밍 지식을 익히는 프로그래밍 교육 앱. 게임 전체가 터치 기반 코딩 애플리케이션 코데아(Codea)를 통해 제작됐다는 특성이 있다. 로봇의 팔을 컨트롤해 박스를 지정된 영역으로 이동하는 방식의 게임을 통해 단계별로 코딩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

Tynker-Learn Programming. Build Games. Control Drones. Program Robots.(무료)
보다 확장된 게임 및 도구 개발을 지원하는 시각적 코딩 교육 앱. ‘코데아의 탐색(Codey’s Quest)’이라는 내부 게임을 통해 다양한 퍼즐을 풀어보며 프로그래밍의 원리를 학습할 수 있다.


Mini
SW 프로그래머, 앞으로의 전망은?과거 프로그램 개발자였으며 현재 소프트웨어 융합 교육용 교재와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헬로긱스’의 이신영 대표에게 실질적인 업계 전망과 교육법에 대해 질문했다.

1 전문가들은 코딩 교육 자체보다 먼저 컴퓨터적 사고를 강조하는데 컴퓨팅적 사고가 무엇인지 자세히 알려주세요. 컴퓨팅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란 쉽게 말해 일상생활의 복잡한 문제를 추상화해 기호로 표시하고 이 기호들을 다시 처리,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즉,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고 이를 다시 처리하는 능력입니다. 여기에는 사고력, 논리력, 창의력 등 다양한 발달 영역이 연관돼 있습니다.

2 프로그래머 하면 사무실에 앉아서 기계처럼 하는 업무와 밤샘 작업 등이 떠오릅니다. 앞으로 IT 업계의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지금은 제2의 컴퓨터 교육 붐이 일고 있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IT 기업의 창업자들은 어릴 때부터 소프트웨어를 배웠고 자신의 필요에 의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개발하다가 세계적인 기업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취업을 할 최소 10년 뒤에도 과연 의사, 대기업 회사원, 공무원이 인기가 있을까요? 이젠 모든 산업에서 소프트웨어가 사용되므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연봉이나 대우도 좋아지고 또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에서 일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이 아닌 10년 뒤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아이들에게 코딩 교육에 대한 접근을 어떻게 시키면 될까요? 아이들이 흥미와 재미를 가지고 배우고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요즘 정부 주도의 재밌는 SW 교육 캠프가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지금은 교육이 아닌 놀이나 취미로 접근해도 충분합니다.

4 현재 SW 교육 전문가로 아이들이 다루기 쉬운 교구를 만들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것을 개발했으며 그 계기는요? 저희는 예전에는 아두이노(컴퓨터의 메인보드)를 이용해 창의융합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두이노를 사용하려면 SW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전자회로, 하드웨어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니 아이들이 어렵게 생각하더군요. 그래서 기술적 장벽 없이 아이들이 창작에 집중하며 소프트웨어를 배울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고 놀이처럼 학습할 수 있는 ‘비트브릭’을 개발했습니다.

5 만약 아이가 프로그래밍에 소질이 보인다면 부모가 어떤 식으로 도울 수 있을까요? 아이가 프로그래밍에 흥미와 재미를 가지고 있다면 그대로 지켜봐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국영수를 잘하고 좋은 대학을 들어간다고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소프트웨어 특성화 고등학교에 보내는 것도 좋고 경험자로서 이야기하자면 때로는 다른 공부를 할 시간에 프로그래밍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중학교 때 프로그래밍이 재미있어서 이틀 동안 먹지도 않고 잠도 안 자고 프로그래밍에 몰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국내의 네이버, 다음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같은 IT와 게임 대기업들의 창업자들도 대학생 때부터 창업해 지금의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여러분의 자녀도 단순히 개발자로 취직하는 것을 넘어 창업자이자 기업가로 더 편리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레이디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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