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5일 수요일

유독 하나에 ‘꽂힌’ 아이, 괜찮은 걸까? 사물 집착에 대해



색 집착, 캐릭터 집착, 신체 집착, 이불 집착 등 아이들은 다양한 놀이나 사물 중 하나에 유독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땐 다 그런다며 괜찮다고 말하지만, 아이의 집착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편하지가 않다.


# 사례 1 친정집에서 가져온 얇은 수건 담요가 있어요. 언제부턴가 아이가 유독 이 수건 담요를 찾는 거예요. 이 담요가 아닌 다른 이불은 덮어주지도 못하게 해요. 집에서 놀 때도 늘 수건 담요를 깔고 앉거나 인형에게 덮어주곤 해요. 한번은 세탁기에 넣어 빠는데, 그 사이를 못 참고 울고불고 난리가 난 거예요. 또 자는 아이를 데리고 차에 탔을 당시 잠에서 깨서 그 담요가 없자 대성통곡을 해 결국 차를 돌려 집에서 다시 담요를 챙겨 나왔어요. 어른들은 크면 괜찮아진다는데,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 입장에서는 불안해요. -6세 딸을 키우고 있는 서울 강남구 주부 A씨

# 사례 2 아이를 데리고 집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종종 가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이가 자기가 원하는 방향, 원하는 길로만 가는 거예요. 처음에는 길을 기억하고 찾아간다고 생각해서 기특했어요. 공원 입구에서 분수대를 돌아서 가는 방향인데요. 사이사이 표지판 같은 것도 기억하고요. 그런데 조금만 다른 길이나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도 안 간다고 떼를 쓰고 자기가 원하는, 늘 똑같은 길로 가자고 손짓을 해요. 언젠가는 중간에 급하게 집으로 돌아가야 해서 아이가 늘 가는 출구가 아닌 가장 빠른 출구로 나왔는데, 엉엉 울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이쯤 되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요?
-4세 아들을 키우고 있는 서울 송파구 주부 B씨

# 사례 3 분홍색만 고집하는 아이가 걱정돼요. 오로지 분홍색이에요. 옷, 신발, 가방, 머리끈뿐 아니라 식기, 컵, 칫솔 등등 모든 것이요! 분홍색이 아니면 그 어떤 것도 입지도, 앉지도, 만지지도 않으려고 해요.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아이에게 맞춰준다며 분홍색 방석을 식탁 의자에 깔아주기도 했어요. 그 이후론 분홍색 방석이 없다고 소파에도 앉지 않으려 하고 방석을 더 사달라고 조르더라고요. 모두 여자아이라 그런 거라고, ‘분홍공주’라고 말해주지만 아이를 지켜보는 제 마음은 편하지 않습니다. -5세 딸을 키우고 있는 경기 일산 주부 C씨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 중 하나
사물 집착이란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자신이 좋아하는 사물을 소중하게 여기고 물고 빠는 것부터 시작해 곁에 두고 밤에 잘 때까지 함께하려는 속성을 뜻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게 된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아이의 사물에 대한 선호가 지나쳐 고집을 피우고 집착 수준에 이르게 되면 고민이 시작된다. 주위에선 크면 다 나아지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부모 입장에선 편안하게 지켜보기가 불안하다. 그냥 두면 버릇이나 습관이 나빠질 것 같은 걱정도 크다. 또 아이가 특정 사물에 집착 증상을 보인다는 것은 심리가 불안하다는 징후로 알고 있기 때문에 부모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자책도 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령에 따른 사물 집착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무조건 문제 상황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 대개 만 1세 이후부터 서서히 생겨나 만 2세 전후로 특정 물건에 집착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만 3~4세쯤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행동 유형이다. 때에 따라 집착의 대상이 바뀌어서 더 지속되기도 하는데, 이 역시 5~6세를 지나며 없어진다. 돌 이전의 아이들도 좋아하는 물건에 대한 선호를 표현한다. 주면 좋아하고 주지 않으면 발버둥 치며 우는 방식이다. 돌이 지나 걷기 시작하고 점차 자신의 언어로 의사표현을 조금씩 시작하는 18개월 정도가 되면 고집을 피우면서 물건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물건뿐 아니라 엘리베이터 버튼을 꼭 자신이 눌러야 한다든지, 꼭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산책을 가야 한다든지, 특정 방식으로 이불을 몇 번이고 덮으라고 엄마에게 요구한다든지 하는 일상생활의 고집들이 바로 그것이다. 대개의 자연스러운 집착은 고집을 피우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일관성 없는 양육이 원인 되기도
사물에 집착하는 것을 강박 장애로 보기도 하지만 그렇게 병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굳이 의학적인 용어로 규정하자면 사물 집착증, 강박증 정도가 적당하다. 사물에 대한 집착뿐 아니라 행동의 집착도 많다. 차는 꼭 지하 2층에 주차해야 하고 할머니는 꼭 뒷자리에 타야 하는 식으로 규정해야 직성이 풀린다. 물론 적당한 집착에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자신의 물건을 잘 챙기지 못하고 흘리고 다니는 것보다야 나을 수 있다. 또 블록 등과 같은 좋아하는 장난감에 집중해 노는 것은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집착의 원인은 다양하다. 부모와의 애착이 불안정하거나 단순한 성향의 문제에서 오기도 한다. 특히 부모가 아이를 예뻐하거나 야단을 치는 행동에 일관성이 없을 때 아이가 혼란을 겪게 되고, 그 상태가 계속되면 특정 물건에 집착하기도 한다.

고집 센 아이들도 사물 집착 성향을 심하게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고집이 세다는 것 자체가 변화를 싫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변화는 시각, 청각, 촉각적으로 익숙한 감각 환경이 아닌 다른 환경에 다시 적응해야 하는 것인데, 뇌에서 감각을 통합하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은 아이일수록 변화가 괴롭고 싫어서 저항하는 것이다. 이는 쉽게 불안해지기 때문에 스스로 안정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손성은 생각과느낌 소아청소년성인 몸마음 클리닉 대표 원장은 “아이와 사물을 강압적으로 떼어놓으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당부한다. 아이는 집착 행동을 통해 마음과 몸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것. 억지로 차단했다가는 정서적으로 아이에게 상처를 남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사물 집착이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모와 아이 사이의 갈등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을 뇌신경계의 특성이자 발달 단계에서의 미숙함 때문이란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단순히 부모 말을 듣지 않는다고 여기거나, 엄마를 힘들게 하는 아이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집착 증세를 보이는 아이에게는 감각 통합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놀이터는 다양한 감각 체험을 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아이가 싫어하거나 힘들어하는 놀이터 기구가 있다면 이를 즐겁게 경험할 수 있도록 조금씩 노출시켜주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감각 체험을 하면 신체와 감각 통합 발달이 이뤄져 융통성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또 심리적으로는 여러 가지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네가 어느 쪽을 선택하든 괜찮다”라고 말해주고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을 때 이를 다시금 인지시켜주는 것이다.

집착 행동이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떼를 쓰고 울며 자지러질 정도로 분노를 표현하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 밖에도 아이의 고집과 집착으로 인해 양육 자체에 어려움을 겪거나 엄마와 아이가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고 야단을 치며 적이 되는 경우도 정상 범위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치료 시기를 놓친 뒤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맞게 되면 융통성이 없는 성격으로 자랄 수 있다. 또 양육이나 교육 과정에서 야단을 많이 맞게 돼 부정적인 정서를 형성할 수도 있다. 뇌의 불균형이 지속되고 적절한 뇌의 발달이 어렵기 때문에 사회성뿐 아니라 학습, 집중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손 대표 원장은 “아이의 사물 집착은 놀이 치료나 감각 통합 치료를 통해 어렵지 않게 회복할 수 있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라고 조언한다.

집착하는 아이를 위한 감각 통합 놀이 3가지

촉각 집착을 완화시켜주는 신문지 놀이
촉각에 집착하는 아이들은 대소근육의 발달이 늦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 부분의 근육을 발달시켜주면 촉각 집착이 완화될 수 있다. 이럴 땐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신문지가 효자다. 일단 신문을 세로로 길게 찢어보자. 중간에 끊지 않고 찢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일정 시간 동안 집중을 해야 하며 눈과 손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신문지가 찢어지는 소리는 청각을 자극한다. 이번엔 찢어진 가닥들을 모아 한쪽을 묶어 응원용 술 모양을 만들어 머리 위로 던졌다가 잡기 놀이를 해보자. 또 찢어진 신문지를 뭉친 뒤 테이프를 붙여서 공을 만들어 축구나 공 주고받기 등 여러 가지 놀이를 할 수 있다. 잡고 뛰는 사이 아이의 감각과 근육이 발달한다.


장난감 집착을 멈추게 하는 놀이 확장 체험 놀이아이가 한 가지 장난감만 가지고 논다고 장난감을 뺏거나 다른 장난감을 주면 오히려 역효과만 난다. 자연스럽게 그와 연관된 놀이로 확장시키는 것이 좋다. 자동차만을 가지고 논다면 책으로 자동차 길을 만들어보거나, 의자에 이불을 덮어 씌워 터널을 만드는 식이다. 아이가 자동차를 가지고 이불 터널을 지나면서 기어가는 동작을 하게 되며 다리, 팔 등의 근육이 발달할 수 있다. 관련 박물관이나 전시회에 가는 것도 좋다. 이 밖에도 아이의 수준에 따라 종이에 자동차를 그리고 오리기, 자동차 모형 조립하기 등으로 소근육을 발달시켜줄 수 있다. 자동차를 이용해 숫자 세기, 자동차 관련 책 읽기 등을 통해 놀이 영역을 확장시키면 관심 영역이 자연스럽게 넓어지면서 자동차에 대한 집착은 줄어든다.


화면 집착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바깥 놀이스마트폰이나 TV, 게임 등 화면에 집착하는 아이들이 많다. 무엇보다 화면 집착은 움직임 없이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게 만든다는 것이 문제다. 이 경우 당연히 신체 발달은 더디게 되고 균형 있는 뇌 발달도 힘들다. 그러니 다시 화면만 보려는 집착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가까운 놀이터에 가보자. 아이의 신체와 뇌 발달을 균형 있게 발달시켜줄 놀이기구들이 많다. 계단을 올라 미끄럼틀을 타고 철봉에 매달리고 그네를 타면서 몸의 균형을 잡아간다. 안 쓰던 근육과 관절도 사용하게 된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사회성도 발달하게 된다.


레이디경향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