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과학 교육과정 개편 2차시안
정부가 문·이과 통합을 뼈대로 내놓은 2015 교육과정 개편안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새로 공개된 과학과 개편안 역시 학습량을 줄이기보단 되레 지나치게 어려워져 ‘과학 포기자’를 양산하리란 우려가 쏟아진다.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5일 서울교대에서 ‘2015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 시안 검토 공청회’를 열고 2018년부터 적용되는 초·중·고등학교 과학과 교육과정 2차 시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의 알맹이는 고1 학생이 문·이과의 구별 없이 배우는 통합과학 과목을 새로 만든 것이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운다며 도입된 통합과학은 분과별로 나뉜 과학 과목을 핵심 개념 중심으로 통합해 구성했다.
이과 고3도 어려워하는 내용 담아
‘1차 시안 학습량 절반 축소’도 꼼수
내용 합치기로 실제 줄어든 건 10%
“융합형 인재커녕 기피자 만들 것”
그러나 당초 “초·중학교 과학의 기본 개념과 탐구 방법을 바탕으로 현행 물리Ⅰ, 화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의 30% 정도의 내용과 난이도로 재구조화하겠다”던 교육부의 개정 목표와 달리 통합과학 시안의 16%가량은 고1 학생이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관련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통합과학 2차 시안에는 자연계 학생이 고2, 고3 단계에서 배워야 할 내용까지 담겨 있다”고 짚었다. 특히 물리 영역은 30% 이상이 ‘핵분열·핵융합’, ‘(우주발사체의) 탈출속도’ 등 물리Ⅰ, 물리Ⅱ에서도 학생들이 어려워하던 내용으로 구성됐다.
“5월 발표한 1차 시안보다 학습량이 45.7% 줄었다”는 과학창의재단의 발표도 ‘눈가리고 아웅’ 식의 셈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학습량의 지표가 되는 내용 요소를 70개에서 38개로 대폭 줄였다지만 여러 개의 요소를 합쳐 적거나 내용 요소에서 삭제하고도 성취기준에는 남겨둬, 실질적으로 줄어든 내용은 7개뿐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준 사교육걱정 선임 연구위원은 “과다한 내용에 대한 비판을 면하려는 꼼수”라며 “이대로라면 과학적 소양은커녕 어려운 내용과 과다한 학습량으로 학생들한테 고통을 안겨주고 과학을 기피 과목으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정안이 통합과학 교과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한 채 ‘누더기’가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전국과학교사모임의 임병욱 교사는 “통합과학 교과가 현재 교과 내용과 차별성이 없고 체계가 어수선해 현재의 융합과학 과목보다 후퇴한 느낌”이라고 짚었다. 공청회에 토론자로 나선 정진갑 계명대 화학과 교수도 “전체적으로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의 수준별 조화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네 개 영역을 잘라 중간 중간 섞어 놓은 양상”이라며 “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통합 교과형으로 만들었는지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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