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재직중인 서울대 출신 김모(33)씨는 최근 옮긴 부서에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새 부서에서 근무하게 된 첫날 동료들이 김씨에게 다가와 ‘같은 부서 A씨는 서울대 출신이라 인간성이 안좋다’라며 험담을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동료들이 ‘A씨는 서울대 출신이라 자기 일만 열심히 하고 팀워크는 신경을 안쓴다’고 말했을 때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다”며 “’서울대생은 이기적’이라는 인식이 생각보다 강한 것 같다”고 했다. 이러한 인식은 서울대생을 가르치는 교수들 사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있었던 한 설문조사에서 서울대 교수 158명은 서울대생들이 가장 부족한 덕목으로 ‘공동체의식과 도덕성, 배려심’(39%)를 꼽은 바 있다.
‘서울대생은 지식 수준에 걸맞은 인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온 서울대가 ‘뜨거운 가슴을 지닌 리더를 만들겠다’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대는 ‘사회공헌’ 과목을 신설해 내년 신입생부터 사회 공헌활동을 장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리더 인증제’를 도입해 재학생들의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봉사 활동을 장려한다는 계획이다.
5일 서울대 관계자는 “교양과목 ‘사회 공헌’을 신설해 내년 신입생부터 전교생이 이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치의대 등 일부 단과대학에서는 봉사활동과 연계된 전공 과목을 만들어 2학기부터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회공헌’ 과목은 단순 봉사활동을 뛰어넘어 학생들이 취약 계층을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참여하는 형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사회공헌’ 과목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선 일부 이견이 있어 단대별로 의견을 듣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사회 공헌’ 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할 경우 연간 4600여명의 재학생이 봉사활동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대는 입학전 이뤄지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사회 공헌에 대한 프로그램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밖에 서울대는 ‘리더 인증제’를 내년부터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리더 인증제는 교내 리더십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일정 시간 이상 사회 봉사활동을 한 학생에게 학교가 인증서를 발급해주는 제도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공헌 활동에 참여하도록 일종의 유인책을 주는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또 다른 자격증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전문 기관에 의뢰해 세부 내용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는 2012년 법인화 이후 마련한 ‘서울대 중·장기 계획안’에 교육·연구와 함께 ‘사회 공헌’을 대학운영의 주요 목표로 명시하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남을 돕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대학의 중요한 책무”라며 “다른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하지 않는 진정한 리더를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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