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5일 수요일

디지털 교육이 자녀의 인성에 미치는 영향

“세계적인 IT 기업에 다니는 부모들은 어떤 교육을 중요하게 여길까?”



미국의 최첨단 정보기술(IT) 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실리콘밸리. 이곳에 있는 구글, 애플 등 대표적인 IT기업의 직원들은 과연 자녀들에게도 IT교육을 강조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IT 전문가들이니 마땅히 컴퓨터와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교육에 몰두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이들은 스마트 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학교로 아이들을 보낸다. 그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컴퓨터가 없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을 소지할 수도 없다. 종이와 연필 등을 사용할 뿐 아니라 독서 및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해 창의적인 사고와 좋은 인성을 배우고자 애쓴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교육자들과 학부모들이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마땅히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야 한다고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 결과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들과 콘텐츠들이 넘쳐나고, 학생들은 학교, 학원, 가정 등에서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학습에 익숙하다.



국가의 교육정책 또한 스마트 교육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지난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스마트교육 추진전략’을 발표하여 2015년까지 초중고 교과서를 디지털로 전환하여 보급할 것이라는 계획을 수립했으며, 현재 시범학교를 통해 디지털 교과서의 장단점을 연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과연 스마트 교육이 자녀들을 똑똑하고 지혜롭게 만들어 줄까?



한 초등학교에서 디지털 교과서로 수업을 진행했더니 스마트 기기로 자료를 탐색하고 해결책을 제안하는 능력은 향상되었으나, 게임이나 SNS 등 ‘딴 짓’을 하고 싶은 유혹이 오히려 커져 집중력을 저하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교과서가 교사와 학생의 인격적인 상호작용을 약화시킨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버드 대학 부속병원의 임상심리학자인 캐서린 스타이너 어데어(Catherine Steiner-Adair)는 스마트 교육이 아이들의 사고력 발달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즉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할수록 우리 뇌는 인지 과정과 숙고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단지 외부의 자극에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데 익숙해진다는 것. 결국 단편적인 정보를 수용하는 데만 그치므로 사고력의 발달, 특히 창의적 사고력의 발달이 뒤처진다고 말한다.



그러니 어릴 때부터 스마트 기기나 컴퓨터를 잘 다루는 아이들을 보면서 ‘IT 신동’으로 추켜세우는 건 무의미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무엇보다 성품교육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스마트 교육은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스마트 교육이 인생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거름이 되는 ‘좋은 성품’을 길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좋은 성품이란 ‘갈등과 위기의 상황에서 더 좋은 생각, 더 좋은 감정, 더 좋은 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영숙, 2005)이다.



이 좋은 성품을 형성하려면 교사와 학생, 부모와 자녀가 서로 친밀하게 대화하고 나눔으로써 좋은 생각, 감정, 행동을 표현하고 연습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스마트 교육은 사람이 아닌 기계와 상호작용함으로써 그 기회를 차단해 버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립자인 빌 게이츠도 스마트 기기나 IT 기술이 교육의 성공을 이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실제로 자녀에게 하루에 45분 이상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읽기를 통해 지혜를 배우고, 가족 간에 충분히 대화를 나누는 것이야말로 스스로 좋은 생각, 감정, 행동을 선택하는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니 이쯤이면 우리도 스마트 교육에 대한 맹목적 호감을 잠시 멈추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성공적인 교육이 스마트 기기의 활용 여부에 달려 있다는 생각에서 물러서서, 아이들이 좋은 성품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원해주는 교사와 부모의 성품에 달려 있음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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