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을 이루면 수단을 잊으라는 뜻 - 명심보감
得 얻을 득
魚 물고기 어
忘 잊을 망
筌 통발 전
중국의 전설적인 성군 요 임금이 허유라는 은자(隱者)에게 천하를 물려주려고 했다. 하지만 허유는 사양했다. “뱁새는 넓은 숲에 살지만 나뭇가지 몇 개면 충분하고, 두더지가 황하의 물을 마셔도 배가 차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허유는 이 말을 남기고 기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요 임금이 기산으로 찾아가 작은 땅이라도 맡아달라고 청했지만 허유는 단호히 거절했다. 요 임금의 말로 자신의 귀가 더러워졌다고 여긴 그는 흐르는 물에 귀를 씻었다.
“왜 그리 귀를 씻고 계시오?” 소 한 마리를 앞세우고 가던 소부(巢夫)가 그 까닭을 물었다. 허유가 자초지종을 말하니 소부가 껄껄 웃었다. “그건 당신이 지혜로운 은자라는 소문을 은근히 퍼뜨린 탓이 아니오.” 그가 물을 따라 올라가자 허유가 물었다. “어디를 가시오.” 소부가 답했다. “당신 귀 씻은 물을 내 소에게 먹일 순 없지 않소.” 고려 충렬왕 때의 문신 추적이 금언·명구를 모아 놓은 《명심보감(明心寶鑑)》에 전해오는 얘기다.
장자는 《장자》 외편에서 허유 등 권력을 거부한 자들을 소개한 뒤 다음의 말을 덧붙인다. “통발은 물고기를 잡는 도구인데 ‘물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은 잊어버린다(得魚忘筌)’. 덫은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인데 토끼를 잡고 나면 덫을 잊어버린다. 말은 뜻을 나타내기 위한 것인데 ‘뜻을 얻었으면 말은 잊어버린다(得意忘言)’.”
득어망전(得魚忘筌)은 물고기를 잡으면 통발을 잊는다는 의미로 목적을 이루면 목적의 수단으로 쓰인 도구에 더 이상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다. 쓰임이 다한 것은 잊으라는 게 함의다. 베푼 은혜를 잊지 않으면 자칫 서운함이란 독이 된다. 시대착오적 이념에 매이면 세상 보는 눈이 좁아진다. 용도가 다한 것은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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