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0일 월요일

'1등 대물림' 부담 떨치고 행복한 엄마 되는 게 우선

서울대 출신 엄마 4인의 좌담'공부 1등' 그녀들의 자녀 교육은 몇 점? "지난해 분당(경기 성남)으로 이사 왔는데 지금껏 동네 사람들에게 '서울대 출신'이란 얘길 안 했어요. 돌아올 반응이 뻔하거든요. '엄마 닮아 아이가 공부 잘하겠다' 아니면 '엄마는 서울대 나왔는데 아이 성적은 왜 저 모양이야?' (제 학력을) 숨기는 게 저도, 아이도 편하더라고요."(강선미) 입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자녀 교육 문제로 받는 엄마의 스트레스는 심해진다. '내가 좀 더 잘났다면 아이를 훨씬 잘 키울 텐데…' 자책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잘남'의 대명사인 서울대 학력은 자녀 교육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와 관련, 지난 4월 '서울대 엄마들'(다산북스)을 펴낸 장미나·주지현 박사를 포함해 '서울대 나온 엄마' 4인이 나눈 얘길 지면에 옮긴다. (왼쪽부터)정희영·장미나·주지현·강선미씨./이신영 기자 ◇아이 성적, '예전의 나'와 비교는 곤란 강선미씨는 "아이가 초등 첫 받아쓰기 시험에서 30점을 받아왔을 때 일종의 배신감이 느껴지더라"며 "당시 심하게 야단친 게 아이에게 상처로 남은 걸 알고 뒤늦게 후회했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전 제가 서울대 나온 게 아이의 자랑거리라고 여겼어요. 그런데 어느 집 아이가 '(서울대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난 걸 두고) 똥 밟았다'고 표현했단 얘길 듣고 깜짝 놀랐죠. 실제로 제 기준에 맞춰 아이를 평가하게 되니 1·2등은 해야 '잘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는 부모의 칭찬을 먹고 자란다는데…." 장미나 박사도 몇 년 전 아이가 던진 말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초등 4학년이던 첫째가 어느 날 불쑥 말했어요. '엄마는 날 진심으로 칭찬하지 않는 것 같다'고요. 아이 말을 듣고 보니 과연 저도 모르는 새 아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적이 많았더라고요. 성적이 생각만큼 안 나올 때나 시험이 코앞인데도 공부에 집중하지 않을 때가 대표적이죠. '난 저맘때 누가 안 시켜도 알아서 잘 했는데…' 내심 그랬나 봐요." 서울대 출신 엄마들은 의외로 자녀 성적에 집착하지 않는다. 공부에 재능이 없다고 판단되면 일찌감치 다른 길을 찾아나서는 것. 문제는 판단 기준이 무조건 '1등'이란 데 있다. 주지현 박사는 "엄마 입장에선 '공부가 안 되니 다른 거라도 해보자'며 쉽게 말하지만 그게 아이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진 모른다"며 "실제로 아이에게 다른 길을 찾아주려는 엄마도 '거기서 1등 하면 된다'는 식으로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더라"고 지적했다. 딸 양육을 부모님에게 맡기고 직장에 다니는 정희영씨는 "서울대 출신이란 사실 때문에 성취에 대한 압박이 큰 편"이라고 고백했다. 전업주부도 마음이 불편하긴 매한가지. 장 박사는 "첫째 출산 후 한동안 일을 쉬었는데 석양 보고 눈물이 나 아이 업은 채 펑펑 운 적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나와 집에 들어앉은 엄마들은 이중고에 시달려요. '서울대씩이나 나와 아무 일도 안 한다'는 자책감이 하나, '아이 양육에 집중하는 만큼 정말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이 다른 하나죠. 제 대학 친구 중 하나는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직후 '교육에 전념하겠다'며 직장을 관뒀어요. 그런데 3개월 만에 전화해 '아이에게 원형 탈모가 생겼다'며 울더라고요. 하루 종일 공부하라고 닦달하는 엄마에게 스트레스를 받은 거예요." ◇해법? '행복한 엄마 모습' 보여주는 것 네 사람은 "대학 선후배나 동기를 만날 때 '학창 시절엔 피라미드 꼭대기만 보며 살았는데 지나고 보니 성적과 행복이 꼭 비례하진 않더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 과학고 출신이에요. 중학교 내내 과학고 합격을, 과학고 내내 서울대 합격을 각각 목표로 삼았죠. 막상 대학에 온 후엔 뭘 해야 할지 몰라 어영부영 시간을 보냈는데 지금도 그게 너무 아쉬워요."(정희영) "딸을 아무리 잘 키워도 결국 지금 우리가 겪는 어려움을 똑같이 경험하지 않을까요? 요즘은 '아이 성적 올리려 엄마들과 수다 떨 시간에 조금이라도 사회를 바꾸려 노력해야겠다' 싶어요. '대치동에서 잘 키워 청담동으로 시집 보내기'가 딸 가진 엄마의 바람은 아닐 테니까요."(주지현) 오랜 대화 끝에 이들이 내린 결론은 '매사 최선을 다해 아이에게 존경받는 엄마가 되자'였다. 주 박사는 "가장 좋은 교육은 부모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책을 쓰며 만난 서울대 출신 엄마 중 상당수가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요. 본인이 불행한데 무슨 수로 자녀에게 '공부 열심히 해서 행복하게 살아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면 엄마의 여생이 저절로 행복해질까요? 자녀의 행복을 말하기에 앞서 엄마 스스로 행복해지려 노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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