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있어서 리듬이란 일정한 박자나 규칙에 의한 음의 장단, 강약, 형식, 반복 따위의 흐름을 의미한다.글에서의 리듬이란 것은 ‘시’를 생각하면 쉽게 느낄 수 있다. ‘산에 꽃이 피어 있다.’라는 문장에서는 리듬감을 느끼기 어렵지만,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의 시에서는 리듬감을 느낄 수 있다. 그 이유는 어휘의 반복, 3·3·4조의 형식, 동일한 종결어, ‘ㄴ‘과 같은 유성음의 사용 등에 있다. 이를 논술문에 적용해 보면, 문장의 음성적 형식·문장의 강약·문장의 장단·문장의 구조와 반복 등을 통해 읽기 좋고 효과적인 내용전달을 할 수 있는 글이 리듬을 살린 논술문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글은 내용과 형식으로 구분된다. 논술문에서의 내용은 수험생이 전달하고자하는 의미이고, 형식은 연속된 산문이다. 논술문을 리듬이 있는 문장으로 작성한다는 것은, 채점자가 보다 쉽게 읽고, 편하고 흥미롭게 내용파악을 할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이다. 논술문의 리듬을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본 지면에서는 수험생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3가지 핵심 방법을 설명하기로 한다.
첫째, 어법에 맞는 문장을 작성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은 읽는 사람의 리듬을 단번에 깨버리는 위험성이 있음을 기억하자는 의미이다. 부당한 문장성분의 생략, 문장 성분 간 호응의 파괴, 구어체의 남발, 띄어쓰기의 잦은 실수 등은 리듬을 만들기는커녕 읽는 이의 의욕마저도 상실케 하는 자책골이다. 기본적으로 올바른 문장 연습이 글쓰기와 첨삭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둘째, 짧은 문장의 효과적인 활용을 연습해야 한다. 논술문은 짧은 문장, 중간 길이의 문장, 긴 문장들이 내용상 효과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 특히 짧은 문장은 글쓴이의 주장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짧은 문장은 단순히 문장의 길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함축’과 ‘상징’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내용이 가장 강하게 전달돼야 하는 시점에서 짧은 문장을 활용하는 것은 지루한 논술문에 리듬을 살리는 정점을 이룰 수 있다. 논술문은 문제에 따라 몇 개의 단락으로 구성되는데, 각 단락의 첫 문장은 두괄식으로 짧게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자기의 견해를 나타내는 단락에서는, ‘함축’과 ‘상징’의 의미를 담고 있는 더욱 짧은 문장으로 시작을 하는 것이 좋은 글쓰기의 한 방법이다.
셋째, ‘대구(對句)’를 적극 활용하는 문장을 연습하도록 한다. 한 문장 내에서 또는 두 단락 이상의 관계에서, 문장이 대구를 이룰 경우 리듬감을 살릴 수 있다. 특히 비교나 대조의 문제가 출제될 경우, 문장의 구조와 내용이 서로 호응할 수 있도록 작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춘향전의 ‘금준미주 천인혈, 옥반가효 만성고’를 기억해야 한다. 예를 들면, ‘경제적 자유는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빈부 격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와 같이 한 문장 안에서 구조와 의미가 호응을 이루면 글의 리듬감이 살아나고 내용 전달도 수월해진다. ‘대구’는 한 문장 내에서는 물론, 두 문장 사이, 두 단락 사이에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연습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 중 하나이다.
■ 실전 2013수시기출문제(서강대학교 사회과학계/커뮤니케이션학부-1번 문제)
국가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
<문제 1: 40%, 800~1000자> 제시문 [가] [나]의 논지를 비교 대조하고, [다]의 관점에서 그 중 한 입장을 지지하는 논의를 전개하라.
[가] 자본주의 사회의 시장 경제 체제에서 개인은 자유롭게 경쟁한다.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자신의 몫이 달라지고, 이를 위해 더 효율적으로 결과를 내려고 하기 때문에 창의성과 생산성이 그만큼 증가한다. 이렇듯 자유 경쟁에 따라 창의성과 생산성이 증가하면서, 전체적인 생활수준이 향상되었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 간에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문제점이 발생하였다.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의 분열과 사회 구성원 간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은 모두 인간답게 살 권리를 가지며, 현대 국가는 이러한 권리를 보장하고 분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사회보장정책,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을 실시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렇듯 복지 제도는 분배 정의와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으며,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분배 정의를 실현하는 복지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의 제도적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 고등학교 도덕; 교과서
[나] 서구 사회에서 통제 범위를 벗어난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극한적인 빈곤과 기아로 위협받는 사람들을 위한 구제는 오래전부터 공동체의 의무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 현재 우리가 공적 부조, 또는 공적 구제로 알고 있는 것은 모든 국가들에서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고 있는데, 이것은 단지 과거의 빈민법이 현대적 조건에 적응한 것일 뿐이다. 산업사회에서 그러한 시설의 필요성은 절망적 상황으로부터 보호를 요구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가장 일관된 자유의 수호자들에게도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
이전 시기의 사회적 문제들은 부의 성장으로 점진적으로 사라지지만, 우리가 도입한 치료방법은 모든 미래의 개선이 의존하고 있는 계속적인 성장에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 […] 비록 우리가 빈곤, 질병, 무지, 불결, 나태를 조금은 빠르게 정복할 수는 있을지라도, 인플레이션, 과중한 조세, 교육에 대한 점증하는 정부의 지배, 지나치게 자의적인 권력을 지닌 사회 서비스 관료로부터 주요 위험들이 분출할 때 앞으로 우리는 이 싸움조차 잘해 나갈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위험들은 개인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피할 수도 없으며, 과도하게 확대된 정부기구의 힘은 그것을 완화시키기보다는 증가시키기 쉽다.
-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자유헌정론
[다] 최소한의 정부에서 사회정의가 실현될 수 있는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 로크와 칸트의 전통을 이어받은 롤스(John Rawls)는 모든 개인적 조건들을 잊게 하는 ‘무지(無知)의 베일’이라는 가상적 장막을 제안한다. 무지의 베일 뒤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연적 능력과 성격, 사회에서의 위치, 태어난 역사적 시기 등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 이러한 요인들을 모른다면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취급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원칙을 선택할 것이다. 내가 정원사인지, 대기업의 사장인지, 권력을 가진 정치가인지, 또는 환경 운동가인지 모르는데 어떻게 공평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무지의 베일 뒤에 있는 사람들은 일차적으로 개개인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게 할 것이고, 다음으로 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을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사회에서 가장 혜택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어느 정도 재화를 불평등하게 분배해 주는 것이 허용되어야 한다. 즉 모든 사람들이 그 능력과 환경에 상관없이 생존을 보장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수혜가 베풀어져야 한다. 물론 자유의 보장이 이익의 보장보다 근본적이다. 즉 자유가 경제적, 사회적 이익을 위해 희생될 수는 없다.
- 고등학교 생활과 철학;교과서
■ 정석의 적용
‘무지의 베일’ 의미 정확히 파악해야
-논제 분석
본 논제는 얼핏 두 가지의 요구사항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 (나)의 논지를 비교, 대조하고 (다)의 관점에서 한 입장을 선택하여 지지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의 관점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므로 사실 세 가지의 요구사항으로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 논제에 따라 첫째, (가), (나)의 논지를 비교, 대조할 때는 각 제시문의 핵심내용을 파악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제시문 (다)의 관점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셋째, (다)의 관점을 근간으로 두 제시문 중 자신의 생각에 타당한 의견을 골라 논의를 전개하면 된다. 여기서 조심할 것은 ‘(다)의 관점에서’라는 문제의 조건이다. (가)와 (나)에 대한 나의 견해가 아니라 (다)의 관점을 근간으로 하는 나의 견해인 것이다. 그리고 비판이 아닌 지지의 입장을 전개하는 것이다. 예시답안에서는 (가)를 지지하도록 한다.
제시문 분석
답안 작성의 개요
■ 함께 하는 ‘예시답안
① (가)와 (나)는 공통적으로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국가의 개입을 인정하고 있다. ②그러나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주장하는 (가)와 과도한 국가개입을 반대하는 (나)로 나누어 볼 수 있다.(가)는 적극적 국가의 개입만이 자유경쟁의 부작용인 분배의 불평등 현상을 해결하고, 사회의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에 (나)는 최소한의 국가개입은 인정하지만, 과도한 국가의 개입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국가의 복지제도는 경제 성장을 위협하고, 과중한 조세, 인플레이션, 국가 권력의 남용과 같은 문제를 낳는다는 입장이다.
③ (다)는 ‘무지의 베일’을 통해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해결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개개인의 최대한의 자유보장을 전제로 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틀을 제공하는데,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수혜를 주장하고 있다.
④국가는 개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가)의 입장이 타당하다.⑤현재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다)의 ‘무지의 베일’에 기초한 합의를 부정하고, 세습에 의해 형성된 기득권을 옹호한 데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무지의 베일’에 의한 제도라면 최소한의 생존권, 의료혜택, 재기의 기회를 보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이 가진 자는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국가정책, 부자감세·성장정책·차별화 교육 등을 요구하고 이를 개인의 자유라는 말로 미화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는 ‘노력하지 않는’사람들로, 재벌2·3세는 ‘노력한 사람들’로 규정하며 사회구조적 문제를 애써 외면하기도 한다. (다)에 의하면 최대한의 자유는 사회유지를 그 전제조건으로 한다. 사회유지는 국가의 강압에 의해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때 가능해진다. ⑥내가 조금 덜 가지더라도, 내가 조금 더 세금 낼지라도, 모두에게 희망이라는 것이 있는 사회가 우리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그 시작은 정부의 적극적 복지정책과 국민 모두의 동의에 있다. (973자)
*참고
①③④: 각 단락의 첫 문장으로 단락의 주제를 나타내는 짧은 문장으로 서술.
②⑤⑥: 내용을 두드러지게 나타내기 위해 대구의 형식을 사용.
④ : 나의 견해를 나타내는 단락의 첫 문장으로 ‘함축’,‘상징’의 의미로 서술.
■ 한 가지 더 : 주제의 심층이해
글이나 음악은 내용과 형식이라는 두 측면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양반을 풍자하고자 하는 내용에는 판소리의 역동적 형식이 적절하고, 요즘 젊은이의 사회 비판에는 랩이나 록음악 같은 형식이 적합하다. 한편 조선시대의 양반을 풍자하는 데에 랩을 사용하고, 양극화와 같은 현대 사회 문제를 비판하는데, 판소리의 형식을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아래의 글을 읽고 글의 내용과 형식은 필연성이 있는지, 글의 형식이 내용의 전달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니체는 매혹의 철학자다. 무엇보다 그의 언어가, 그의 ‘문체/스타일’이 우리를 매혹한다. 자유분방한 언어와 탁월한 문장 감각, 상징적인 잠언과 언어유희, 중층적이고 모순적인 의미의 겹, 격렬한 어조와 리듬…장전된 총기와도 같이 폭발력과 긴장을 품은 그의 글은 그 자체로 하나의 행위이며 사상이다.
일반적으로 철학자의 저작은 체계적 논증과 엄격한 정확성을 추구한다. 그러나 철학자이면서 시인이었고 문헌학자이기도 했던 니체는 자신의 사상을 이성적 언어로 구조화하는 대신 음악처럼 리듬이 있는 산문으로 표현했다. 그의 저작들은 논증이나 사변과는 거리가 멀고 문학 작품과도 같이 암시와 은유적 서술, 생략, 파격적 구문 등으로 생동한다. 마치 살아 있는 듯 움직이고 춤추는 그의 문체는 “자신의 삶 자체를 철학화한 데서 발현된 그만의 독특한 철학 스타일”이며, 공손함이 아니라 거친 불경함이 지배하는 그의 글은 시대에 저항하고 가치의 전복을 꾀했던 그의 철학의 외적 현현이다. “의도적으로 어지럽혀진 문장은 그것의 저자가 정확한 통사를 구사한 저자보다 더 상위의 규칙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저자는 스스로를 ‘문법에 대한 믿음’뿐 아니라 여타의 믿음으로부터도 해방시킨다. ‘정신의 다이너마이트’가 전통적인, 시민적인 문장 구조를 폭파해버렸다.”
니체의 사상을 대변하는 것은 반시대성, 모든 가치의 전복, 힘에의 의지 같은 개념들이다. 니체의 저작들은 내용뿐만 아니라 문체에서도 이러한 개념들을 반영하고 있으며 또한 그러한 문체는 니체가 ‘의도한 바’이었다. 니체의 언어 속에는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보다, 그 자신이 인식했던 것보다, 그의 추종자들이 알아차리고 칭송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숨어 있다. 니체의 글은 “파편화된 문장”, “부정확함과 불완전함을 지향하는 문장”, “의도적으로 어지럽혀진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어 거칠거나 공격적인 느낌을 준다. 니체는 이러한 문장들이 이루어내는 자신의 문체를 스스로 “위대한 문체”라고 불렀고, 이러한 문체를 구현하기 위해 마치 조각을 하듯 공을 들였다. 요컨대 니체는 문법에 종속된, 정확성과 소통을 중시하는 “공손한” 글을 의도적으로 지양했다. 전통적인 올바른 문장 구조로 글을 쓰는 것을 피하려 했던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니체가 문체 자체를 통해서도 ‘파괴와 창조의 철학’을 펼쳤음을, 관습을 뒤흔들고 전통적 세계를 해체했으되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도입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토마스 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니체는 독일의 산문에 감수성, 예술적 경쾌함, 아름다움, 날카로움, 음악성, 리듬, 정열을 부여했다. 그때까지는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그는 그의 모범을 따라 독일어로 과감하게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니체의 문체-하인츠 슐라퍼 저
한겨레신문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