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6일 일요일
독일의 체계적인 음악 교육
“지능 발달 원하면 악기를 가르쳐라”
한국에서는 아이에게 악기를 가르치려면 큰맘을 먹어야 한다. 수강료와 악기 가격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좋은 교사를 물색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숱한 음악가를 배출한 독일에서는 아이들이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음악을 배우고 악기를 익힌다.
음악은 삶의 질을 풍족하게 만들 뿐 아니라, 아이들의 정서와 지능 발달에도 도움을 준다. 얼마 전 만난 독일의 유명한 뇌 과학자 징거 교수는 아이들의 지능 발달을 위해 가장 좋은 것으로 악기 연주를 추천했다. 집중력과 언어 능력, 기억력 향상에 악기만큼 도움되는 것이 없다는 것. 독일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 또한 음악 교육에 관한 것이었다. 독일의 음악 교육은 생활과 아주 밀접하면서도 체계적이다.
독일 부모들은 아이가 12개월이 되면 시나 구에서 운영하는 음악학교에 등록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이 음악 수업은 아이와 부모가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는 놀이 형식의 수업이다. 아이들은 이를 통해 부모와 정서를 교감하고 기초적인 리듬감을 익힌다.
만 4세가 되면 2년간 음악 특별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이 시기 아이들은 그룹별로 악기를 배우기 전에 필요한 음악의 기본 지식을 배운다. 한 그룹은 보통 8~10명으로 구성되며, 아이들은 악기에 대해 배우고 직접 연주하는 기회도 갖는다. 만 5세가 되면 피리나 실로폰 연주를 배우고 음표를 익힌다.
시나 구에서 운영하는 음악 학교는 수강료가 저렴하다. 예를 들어 베를린 시의 경우 1일 45분 기준으로 주당 음악 교육 가격은 10유로 95센트. 우리나라 돈으로 대략 1만5천원인 셈이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선생님의 자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교사는 음악 전공자들로 이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이들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면 5개월 정도 다양한 악기를 접해볼 수 있는 악기 카루셀이라는 음악 코스에 다닐 수 있다. 여기서 다루는 악기는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드럼, 플루트 등이다. 아이가 어떤 악기를 선호하는지, 또는 어떤 악기에 재능을 보이는지 알고 싶은 부모들과 아이들을 위해 제공되는 코스다. 5개월간의 코스가 끝나면 아이들은 악기를 한 가지 또는 두 가지 선택해 배울 수 있다. 이 음악 코스의 가격은 2백 유로(약 28만원)다.
▲1 아이들이 타악기 연주를 통해 리듬감을 익히고 있다. 2 음악 수업 시간에는 악기 연주를 배울 뿐 아니라 그림이나 독서 등 연계 활동을 하기도 한다.
악기 연습은 일주일에 1회, 30분~1시간
한국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악기는 피아노다. 한 아파트 단지 안에 피아노 학원만 여러 군데 있을 정도로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들이 많다. 반면 바이올린이나 첼로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독일에서는 한국과 달리 이들 악기를 배우는 아이들이 굉장히 많다. 구나 시 음악학교에서 저렴한 가격에 바이올린이나 첼로 수업을 제공하고 악기는 대부분 빌려서 사용한다.
한국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음악 수업 시간이다. 한국 학원은 보통 일주일 내내 하루 한 시간씩 수업을 하지만 독일에선 일주일에 한 번 30분~1시간씩 수업을 받는다. 독일에 처음 온 한국인 부모들은 이런 수업 방식이 낯설어 아이에게 따로 개인 레슨을 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독일 부모들은 일주일에 30~45분 수업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일주일에 한 번씩 배운 것으로 과연 연주 실력을 쌓을 수 있을까? 독일의 대표적인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 단원인 크누트 베버 씨는 “악기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배운 내용을 하루에 5분씩 연습하는 습관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충분히 악기를 습득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이것은 기본적으로 아이가 만 6세에서 18세까지 꾸준히 악기를 배우는 것을 전제로 한다.
시나 구에서 운영하는 음악학교에는 초등학생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그룹으로 하는 음악 교육인데 4~6명이 하는 수업은 한 달에 15유로(약 2만1천원), 7~12명이 하는 수업은 10유로(약 1만4천원)로 상당히 저렴하다. 이 음악 수업은 저소득층 자녀들도 부담없이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독일 학생들이 이처럼 저렴한 가격에 음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바탕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이는 클래식 음악이 특수한 계층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의식과 저소득층 자녀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준다는 발상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철학은 베를린 시 오페라 하우스의 어린이 프로그램에서도 드러난다. 도이체오페라와 코미쉐오페라는 베를린뿐 아니라 독일 전역에서도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다. 이 오페라 하우스들과 베를린 콘서트 하우스에서는 한 달에 한두 번씩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가격이 대부분 5유로(약 7천원) 정도다. 특히 도이체오페라에서는 일 년 단위로 오페라 마우스라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일 년 회원비가 20유로(약 2만8천원)다. 이 프로그램은 한 달에 한 번씩 만 5~9세 아이들을 초대해 오페라 하우스의 프로그램 중 한 편을 골라 단원들의 연습을 관람한다거나 의상을 입어보는 등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아이들에게 오페라는 재미있는 연극과 음악이 조화를 이룬 볼거리가 되는 셈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경우 일 년에 4번씩 아이들을 위한 콘서트를 개최한다. 또한 재능 있는 청소년들에게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협연할 기회도 준다. 이렇듯 클래식 음악을 어렸을 때부터 접한 아이들이 악기 연주에 재능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과 친해져 성인이 되면 스스로 콘서트장을 찾게 된다. 독일이 수백 년간 변치 않는 음악 강국인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
▲독일에서는 피아노 외에도 첼로·바이올린을 배우는 아이들이 많다. 악기 대여료도 한 달에 2만원 정도로 저렴한 편.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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