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7일 목요일

재계 뉴 파워인맥 '대해부 하버드 등 미국 명문대 졸업생 동문 모임 통해 '이너서클' 형성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해외 대학(연수자 불포함)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 수는 지난 5년 동안 평균 4.8%포인트씩 늘어났다. 인원으로 환산하면 약 6000명이다. 다방면에 걸쳐 해외로 나가는 인원이 늘어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미국 경영대학원(MBA) 진학 열기는 상당한 수준이다. 경영대학원 입학자격시험인 GMAT(Graduate Management Admission Test)를 주관하는 GMAC(경영대학입시위원회)가 지난 2011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응시자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인도, 캐나다 다음으로 많은 5위(5253명)를 기록했다. 각 분야별 한국인 유학생이 늘어나다 보니 외국대학 졸업생 사이 학교, 지역을 연고로 하는 모임도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재계 '뉴 파워인맥' 대해부
사립 명문대 MBA마다 한국유학생 붐벼
재계에서 외국대학 모임이 결성된 지는 꽤 오래됐다. 그러나 초창기 모임은 등록회원 수도 100명 남짓이며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수도 10~20% 수준에 불과했다. 모임 성격도 친목을 도모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학업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오는 해외 유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동문회로 대표되는 대학별 모임은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아이비리그로 불리는 미국 명문대학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유수의 대학일수록 동문들의 파워는 상당하다. 더군다나 이들 유명대학을 졸업한 인력 중 상당수가 대기업에 채용되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 현실이다. 이들이 이른바 재계 이너서클(핵심권력집단)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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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한국총동문회 행사 사진(위)과 지난해 10월 프린스턴대 한국동문회 주도로 마련된 이승만 홀 개관식.
재계에서 미국 최상위권 대학 MBA 동문회 영향력은 막강하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지난해 발표한 미국 MBA랭킹을 기준으로 볼 때 20위권 내 대학이 최상위권으로 분류된다. 대표적으로 부스스쿨(시카고대), 하버드비즈니스스쿨, 와튼스쿨(펜실베이니아대), 스탠퍼드비즈니스스쿨, 켈로그스쿨(노스웨스턴), 존슨스쿨(코넬), 슬론스쿨(MIT) 등이 꼽힌다.
2년 과정(석사 학위)을 마친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단시간 내 두터운 인맥을 쌓아가는 창구는 대학별로 결성된 한국동문회를 통해서다. 규모가 커지면서 조직 구성도 다양하다. 가령 하버드대만 해도 총동문회 산하에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케네디스쿨(행정대학원), 비즈니스스쿨(경영대학원) 등 단과대 동문회는 물론 학부졸업생 동문회, 박사과정 동문회 등 조직이 다양하다. 비즈니스스쿨 산하에는 최고경영자과정인 AMP(Advanced Management Program) 동문 모임이 별도로 꾸려져 있다.
모임을 가장 활발하게 갖는 곳은 와튼스쿨 동문회다. 회원 수만 700~800여명에 달하는 와튼스쿨 동문회는 ‘해외MBA 해병전우회’로 불릴 정도로 조직 구성이 탄탄하다. 1881년 미국 최초로 경영학과를 개설해 MBA의 원조로 불리는 데다 해마다 발표되는 조사에서 5위권 내 들어 모교에 대한 동문들의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매년 15~20명의 졸업생들이 신입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외형도 꾸준하게 불어났다.
옛 동력자원부장관을 지낸 이봉서 한국능률협회장과 김주진 아남그룹 회장, 이세훈 한글라스 회장이 지난 1993년 첫 모임을 결성한 이후 최좌진 서통 사장, 안용찬 애경 부회장, 김동녕 한세실업 회장 등이 동문회장을 역임했다. 김기범 생명보험협회장, 전재국 시공사 사장도 동문회에 자주 참석해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이중 김신배 SK부회장, 안용찬 부회장, 이상웅 세방그룹 부회장, 장하성 고려대 교수, 구본걸 LG패션 회장 등 1980년대 학교를 다닌 40여명은 별도로 ‘와튼80’s’라는 모임을 만들어 활동 중이다. 동문회 총무를 역임한 박찬구 웅진케미칼 사장은 “얼마 전 동문 후배로부터 1994년 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만든 40페이지짜리 ‘와튼에서 살아남는 법’(Standing alone at Wharton)이라는 책자가 지금은 200페이지 책자가 됐다는 소리를 듣고 남다른 감회가 들었다”고 말했다. 재학생, 졸업생 가릴 것 없이 유대관계가 돈독한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와튼스쿨에서 수학한 동문들이 한두 가지씩 내용을 추가한 이 책자에는 학교 주변 음식점 등 세세한 내용까지 담겨져 있다.
이 밖에 펜실베이니아대 총동문회 출신 인사로는 이 대학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눈에 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 성김 주한 미국대사도 펜실베이니아대 출신이다. 특히 김 총재는 동문회 내 별도로 ‘유펜 포럼’(연구토론모임)을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대 역시 재계 인사들이 다수로 참여하는 그룹은 MBA 동문회다. 현재 민선식 YBM시사 사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윤석민 SBS홀딩스 부회장, 김성식 벽산 사장, 박인원 두산중공업 상무 등이 동문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최각규·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등은 AMP동문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대학 모두 동부에 위치한 데다 경제학, 법학 등 기초학문이 발달해 있어 학풍은 물론, 졸업 후 진출 분야도 비슷하다. 굳이 구분하자면 와튼스쿨의 경우 뉴욕 월스트리트 등 금융 분야로의 진출이 두드러진다면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은 전략, 마케팅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어 맥킨지, 베인앤드컴퍼니 등 컨설팅회사로의 취업이 많다. 국내 동문들의 분포도 비슷하다.

와튼스쿨 동문 조직이 가장 ‘끈끈’MIT와 스탠퍼드대 역시 학풍 면에서 경쟁관계다. 두 대학 모두 공학계열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비즈니스스쿨의 관심도 신기술, 신사업 발굴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리콘밸리 등 세계 유수의 정보기술(IT) 기업에 인력 파이프라인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MIT와 스탠퍼드대다. 국내 대표적인 스탠퍼드대 출신 중 원로급 인사로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등이 꼽힌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노건호씨도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석사 과정을 공부했다. 노씨와 동문수학한 호창성 비키 사장은 “노 대통령 재임기간 함께 학교를 다녔는데, 대통령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소탈했으며 수업에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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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의 슬론스쿨 출신 인사로는 강성욱 GE코리아 총괄사장,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도 슬론스쿨을 졸업했다. MIT 슬론스쿨은 학풍처럼 벤처기업 관계자들의 활동이 눈에 띈다. 지식재산전문 벤처캐피털인 ID벤처의 장석환 사장을 비롯해 김형순 로커스 대표, 고정석 일신창투 사장 등이 한국 동문 모임인 ‘MIT Club of Kora’의 핵심멤버다. 또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동문회에 이름이 올라와 있다.
국제 교류도 활발하다.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한 중견기업 임원은 “이따금씩 해외 동문이 최신 유행 트렌드나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의 움직임 등을 이메일로 물어올 때가 있으며 나 역시 해외 시장조사 때 현지 동문회를 적극 활용한다”고 말했다. 하버드대만 해도 1년에 네 차례 정기모임을 갖는데 이 중 두 번은 특정날짜를 정해 전 세계에서 행사를 여는 것이 관례다. 행사관련 정보는 사전에 모교 홈페이지에 공지돼 있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한 류재욱 네모파트너스 대표는 “출장차 한국을 찾은 해외동문이 일면식도 없지만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은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오랜 전통”이라고 말했다.
모교 지원사업도 적극적이다. 명문 사립대 동문회는 대부분 국내에서 열리는 입학설명회를 적극 후원해주고 있다. 모교 재학생들이 내한해 국내 기업을 탐방하는 일도 적극 추진한다.
한 유명대학 동문회 관계자는 “오너 기업일수록 해외 유명대 재학생들의 방문을 적극 추진하는데 이는 이러한 노력이 기업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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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웨스턴대 켈로그스쿨 한국동문회 홈페이지.
신사업 진출 시 해외 동문회 활용일부 동문회는 모교에 한국 관련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데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와튼스쿨 동문회는 5~6년 전부터 매년 ‘코리아트렉’이라는 프로그램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30~40명의 현지 학생들을 국내로 초청해 한국 경제와 국내 기업들을 소개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연계해 학내 한국학 프로그램이 개설되는 데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하버드대는 최근 후원금으로 모은 10억원을 한국기업, 경제 관련 연구에 쓰이도록 모교에 기탁했다. 프린스턴대 한국동문회는 지난해 11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박사학위 수여 100주년을 기념해 공공정책대학원 일부 공간을 이승만 홀로 헌정하는 기금전달행사를 가졌다. 이 모금사업에는 구자홍 LS미래원 회장, 민영빈 YBM시사 회장 등이 적극 참여했다.
동문모임에서 사업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적임자를 추천하는 경우도 있다. 한 유명 벤처기업 대표는 “그걸 염두에 두고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가령 ‘이런 자리가 났는데 누구 괜찮은 사람 없냐’고 물어오면 수년간 곁에서 지켜본 동문 중에서 추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친목 도모에 그쳤던 모임의 성격도 점차 변신하는 분위기다. MIT동문회가 대표적이다. 최근 MIT 슬론스쿨 동문회는 미국 MIT와 연계시킨 재능기부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슬론스쿨 출신인 정병찬 JCMBA 대표는 “MIT 재학시절 귀에 못이 막히도록 배운 말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라’였다”며 “최근 정부가 창조경제를 국정과제로 삼은 만큼 현업에 종사하는 동문들이 힘을 모아 건전한 벤처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류재욱 대표는 “예전만 해도 해외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상당수가 미국 내 직장을 알아봤지만 최근 삼성·현대차 등이 글로벌 기업으로 커지면서 한국 내 직장을 구하려는 수요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류 대표는 그러면서 “최근 동문 활동을 보면 오히려 젊은 세대들이 모임에 나와 동문들과 인맥을 쌓으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Tip | 위스콘신대 한국동문회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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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콘신한국동문회 행사.
최경환 원내대표 등 친박계 실세들이 동문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주목받는 외국대학 동문회가 있다. 바로 위스콘신대 동문회다. 새누리당 원내사령탑인 최경환 원내대표, 유승민, 강석훈, 안종범 의원 등 친박계 의원 4명이 공교롭게도 위스콘신대를 졸업했다. 관가에서도 정부 출범 이후 위스콘신대 출신 인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위스콘신대 출신이다.
차관급으로 내려가면 최종구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정연만 환경부 차관, 정현옥 고용노동부 차관, 김영민 특허청장, 백운찬 관세청장 등이 위스콘신 계열로 분류된다. 한 위스콘신대 출신 경영컨설턴트는 “미 중부에 위치해 있어 한적한 데다 경제학, 행정학 등 기초학문 수준이 아이비리그와 맞먹을 정도여서 관가 유학코스로 ‘0순위’였던 것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인기비결을 설명했다. 현재 한국총동문회장은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다.
박근혜 정부 들어 위스콘신 출신들이 급부상하면서 동문모임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위스콘신 동문은 “연례행사를 해도 100~200명 정도 참석하는데 그쳤던 것이 올초 열린 모임에서는 두 배 정도 늘어난 것을 보면서 위상변화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위스콘신대 한국동문회는 현재 동문회를 결성하고 올해 처음으로 대규모 모교 방문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코노미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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